기본적으로 내가 데릭을 바라보는 방향은 2시즌에서 클스의 데릭을 향한 시선과 거의 다르지 않아. 세계최고급의 의사이고 배울점이 많은 상사임에는 틀림없지만 친구를 망쳐놓은 나쁜 놈이지. 그래도 그나마 그 친구가 죽고못사니까 봐주는거지 인간적으로는 마음에 안드는 사람이야. 명실상부 남자주인공임은 틀림없지만 특별한 자기만의 매력이 느껴지지는 않거든. 1시즌에서는 지나치게 완벽한 왕자님으로 묘사되는 바람에 어딘가 뒤가 구리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니나다를까 유부남이었어. 메러에게 데릭은 단순한 원나잇 상대였는데 데릭이 강하게 대쉬를 해서 커플 비슷한 상태가 되었잖아. 기껏 멜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을 때는 자기 신상 이야기를 안하는 그 무책임함이 찜찜했었어. 2시즌에서는 고민 끝에 메러와 애디 사이에서 애디를 택했지. 그렇지만 단 한번도 결혼생활을 제대로 돌려놓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어. 결혼은 두 남녀가 서로에 대해 가장 높은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가지는 신성한 사회적 약속이야. 데릭은 애디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도 마크 일을 끄집어내 권리만을 주장했지. 자기는 다른 여자에 대한 마음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았는 걸. 우유부단한 결정때문에 두 여자 속을 동시에 곪게 만들었잖아. 찬 사람의 차인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아 눈꼴사나운 장면도 많이 보여서 2시즌에서는 최고로 찌질하다고 핏대를 올린 캐릭터였는데 3시즌 들어서는 성장배경도 드러나고 더 찌질한 캐릭들이 판을 치면서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되었어.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집에 '시스터'가 넷이라고 했어. 절대로 누나 넷에 막둥이 아들일꺼야. 자연스럽게 여자들에게 익숙했겠지. 동성 친구들이 많을 타입도 아니고 실제로도 별로 없는 것 같아. 여자랑만 친했을 듯 싶어. 애디랑은 의대에서 만나 레지던트 초기에 결혼했다고 치면 얼추 11년 계산이 맞을 것 같고. 의사로 성공한 이후 아내랑 싸움도 안할 정도로 결혼생활이 권태기에 접어들었지만 애디가 바람 피운 상태가 마크만 아니었다면 뒤도 안 돌아보고 뉴욕을 떠나진 않았을 것 같아. 마크는 여자들에게만 둘러싸인 데릭의 드문 동성친구이자 소꿉친구이고 형제였어. 그런 측면에서 보면 아내에게 내 친구를 망쳤다고 화를 내는 것도 일견 이해가 갈 듯해. 만약 데릭과 애디 사이에 아이가 있었으면 이들의 결혼은 깨지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 두 사람 모두 모험을 즐기는 편이 아니고 기존의 것에 안주하는 성향이 강한 편이니 서로에게 점점 무감각해지더라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참고 살았을 것 같아. 어쨌거나 끝까지 메러랑 애디에게 못할 짓을 많이 하긴 했지만 그래도 메러가 좋다고 하니까 나도 더 이상 데릭을 미워하진 않을려고. 본성이 유약한 것을 어쩌겠어. 원래 그런 성격인거야. 자기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걸 깨닫는 것도 늦고 이혼의 충격이 뒤늦게 온 것도 그냥 처음부터 그런 태생이었던 거지. 앞으로 데릭의 3시즌 당면과제는 뭘까? 메러랑의 사이도 사이지만 애디나 특히 마크랑 감정을 회복하는 게 먼저여야할 것 같아. 3x10에서는 마크랑 농담 비스무레한 걸 주고받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 슬슬 화해할 때가 되었지. 기껏 같은 병원에까지 근무하면서. 현재 나돌고 있는 임신 스포가 어쩌면 극적인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단순한 나만의 예상이지만. 그냥 어쩌면 말이야. 이렇게 써놓고 보면 참 밉상인 캐릭터인데 미국 쪽에서 여자들 사이의 폭발적인 인기를 보면 패트릭 뎀시가 느끼한 듯 느물느물하게 역할 소화를 잘 해낸 것 같아. 이 것도 배우의 힘이라면 힘이겠지. 캐릭터에게 생명을 불어넣었으니까. 특별히 매우 아끼거나 소중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은근 미운 정이 들어버렸나봐. 데릭보다는 멜을 더 아끼는 내 입장에서는 더 이상 멜에게 상처주지 않았음 싶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얘네 커플은 작가들에게 고문당하는데 의의가 있는 듯 하니 데릭만의 잘못도 아니야. 한 달의 공백기간이 허전한 듯 하면서도 괜찮은 것 같아. 숨가쁘게 달려오다가 뒤도 한 번 돌아보면서 한 숨 고르고 있어. 새 에피 방영 전까지 몇 가지 풀어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다 할 수 있을까. 내 최종목표는 벅클연대기를 쓰는 건데. 쿨럭쿨럭; 짤방은 데릭의 누나 낸시가 시애틀을 방문했을 때 애디랑 마크랑 낸시가 같이 있는 걸 보고 인상을 찌푸리는 캡쳐야. 저 때 웃기면서도 은근 귀여워서 모처럼 드믈게 마음에 들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