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1형...

저는 저 1형 전식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우선 2끼분을 새벽에 주둔지에서 받아도, 여러 봉다리로 구분되어 있어 몇개는 방독면에 넣고 먹기 싫은건

군장에 쳐박고 출발하면 장땡이었죠.

특히 밥 + 김치 + 미트볼 나오는 날은 맛다시 그런거 필요도 없이 산속에서 깔끔하게 잘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가끔 유통기한 다 된거 분출 한다고 저녁에 밥대신 저거 주는 날이 있었죠.

솔까 기운 쭉빠집니다. 제가 있던 대대는 밥맛 하나가 죽여줬는데 (오죽하면 파병 초기에 취사병이 자이툰 뽑혀 갔었음)

아무튼 그런 날은 고참들이 "김치 챙겨라 김치 챙겨라" 그래서 김치를 안뜯고 챙겨오곤 했습니다.

그렇게 소대 창가에는 1형 김치가 수북히 쌓이고, 그건 어디로 갈 까요?

다들 아시겠지만 라면속에 퐁당입니다.

겨울밤 근무 끝나고, 김치라면 뽀글이나 왕뚜껑, 또는 육개장에 담궈 먹으면 그 맛이 볶음 김치면 벌호후 시키고도 남았죠.

정말 초소에서 그것만 떠올리면 근무서다가도 침이 고여 아무생각도 안나고 김치 풍덩한 라면만 떠오릅니다.

그렇게 짬 딸릴 때 겨울을 이겨냈네요.



2형.....

솔까 짜증납니다. 더 맛있다고 하는데 맛 하나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덩치가 너무 큽니다. 거기다가 찬물에 40분이요?

40시간쯤 있어야 밥처럼 될 걸요??

아무튼 그 2형은 찬물 부어 먹으면 맛 없다는 특별 지시로

주둔지 CP텐트 에서 행정반 계원들이 새벽2시쯤에 봉지 뜯고 뜨거운물 부어둡니다.
(최고인 초코볼은 지네들이 다 쳐먹습니다.)

그럼 새벽에 텐트걷고 출발 할 때 쯤 되면 식은밥이 되어 있겠죠?

이걸 방독면에 쳐넣고 출발하는데 방독면 주머니 단추 자꾸 터집니다.

뚱뚱해서요. 심지어 아침 점심 두끼라도 받는 날이면 미칩니다.

저는 소대장 쫄따구라 소대장것도 들어야 합니다. ㅅㅂ 999K도 들어야 하는데

999K의 예비 배터리 넣어야할 잡낭에 두개 넣어 묶고, 방독면에 한개 쳐넣고

소대장이 인심쓴다고 지 방독면에 한개 넣어 줍니다.

배터리 끊기면요? 그냥 개갈굼 받습니다만 그럴일은 없습니다. 전 프로니까요 ㅎㅎ


아무튼 그렇게 2형을 죤내 챙겨서 산을 타다보면 배가 고픕니다.

2형을 꺼내서 먹어봅니다. 우왕 굳

참기름 넣는걸 깜빡했네, 쪽쪽짜서 넣고 비비면 우와.......

가 아니고 별 다를게 없습니다. 냄새만 좀 좋아지고

그렇게 8숟가락 먹고나면 속이 메슥꺼립니다.

그럼 근처에 개미집에 퍼부어줍니다. 개미들이 그 밥으로 2달을 날 것이라는 생각에 흐뭇해 집니다.

아뿔싸 아군 흔적 남겼다고 소대장이 개갈굽니다. 나뭇잎으로 살짝 덮어주고

복무하는동안 개미밥만 2년치는 줬을 겁니다.


저는 훈련을 총 19번 뛰었는데 (2박3일 두개 14박15일 한개, 나머진 전부 4박5일)

유격장 가서는 전식을 안주고 뭐 대충 전식으로만 2달정도 끼니 때운 것 같습니다.


솔까말 그 많은 2형을 쳐먹었지만, 저 짤방의 김치밥? 그건 구경도 못했습니다.

잡채밥 나오는 날도 드물고 무조건 야채입니다.

그래도 전 야채가 좋더군요. 잡채의 느끼함이란 정말 개미들만 포식하는 날입니다.

된장국? 그거 먹어본 적 한번도 없습니다. 간혹 할짓없는 말년들이 정수기에 물 부어먹는거 봤는데

저런짓을 왜 하나 싶었습니다. 두부가 부풀어 오르긴 하더군요.

김치밥 이야기는 들어 봤습니다. 레어라고, 나오면 본부중대 애들이 다 가져간다고....


그 외에도 전식에 대한 에피소드는 너무 많네요...

1형 콩밥이랑 김치 까두고 미트볼 까다가 잘못까서 미트볼 다 흙에 파묻힌 사건

같이 호까고 들어가 있던 고참이 그거 주워먹으려는 저를 말리며 줬던 미트볼 반봉지

그리고 거기서 느끼는 전우애!!!


아무튼 오랜만에 MRE 글 보다보니 생각이 많이 나는군요. 총갤 훃들도 추억에 잠겨보시기 바랍니다.


총이야기: P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