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며칠 전 밖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가 옆에 앉은 어떤

남녀의 대화를 듣고(절대로 엿들은 건 아니다. 남자의 말소리가 너무 컸을뿐...)나서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궁S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쓴 글이니 이글은 아무런 공신력도 없고 오바일 수도 있는 개인의 감상문에 지나지 않음을 먼저 밝힌다.

궁S는 솔직히 말하면 여러 가지 약점을 지니고 있다. 만화를 모티브로 한 골격에 진부한 벼락왕자의 살을 덧입힌 트랜디드라마에다 연기력 검증이 안된 신인과 가수출신의 연기자가 극을 이끌어 가는 불안함 까지 공존하는 전형적으로 욕먹기 딱 좋은 요소를 골고루 지니고 있다.(옆자리에서 대화하던 남녀의 대화도 이런 내용이었다.)

게다가 똑같은 캔디형 신데렐라 스토리임에도 괜찮은 반응을 얻었던 전작의 성공포인트 중 하나였던 ‘황실’이란 소재의 참신함도 진부해져버린 패널티까지 가지고 시작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들이 주는 선입견을 걷어내고(개연성이 2%떨어지는 대본은 논외로 하자) 궁S란 드라마를 바라본다면 이 드라마가 도맷금으로 넘겨도 될 만큼 만만한 드라마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제작의도에는 소통과 노블레스 오블리제같은 단어가 쓰여있는데 내가 느끼기에 궁S는 이런것 보다는 오히려 성장기에 가깝다. 철없는 소년에서 건실한 청년으로, 개인의 삶에서 국민에 대한 책임으로, 현실에서 역사와 전통으로 확대되는 소년의 성장기를 동화적인 틀 속에 담아놓은 것이다.

또한 짜장면 배달부와 왕자의 자리, 여왕과 혼혈인의 사랑과 같은 내용은 전통과 현실이 만났을때 어떠한 화학작용을 일으키는지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소재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고단했던 근대사를 지내는 가운데 우리 안에서의 갈등을 대화나 이해로 풀어본 적이 없는 불행한 민족이다. 드라마를 봐도 갈등이 생기면 한쪽은 무수한 박해와 폭력을 당하면서도 결국 뜻한 바를 이루는 인간승리식의 내용이 많은 것도 그 반증일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왕자와 짜장면 배달부로 대변되는 전통과 현재의 갈등이 이해와 대화로 풀리는 과정(소통)을 보여준다면 그것만으로 궁S는 여타 트랜디드라마와 궤를 달리하는 수작으로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낮아지는 시청률 때문인지 급작스럽게 취중키스이후 러브모드로 틀어버린 스토리 전개나 여기저기 벌여놓은 갈등구조를 20화란 시간 내 에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 않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제작의도에 더 충실해 준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 노처녀의 연하남 획득기와 감성만땅 레지던트의 연애담이 ‘현실’이라면 좌충우돌 소년의 고난극복 성장기도 우리가 한번쯤은 거쳐야 할 엄연한 ‘현실’이 아닌가?

잔혹동화가 인기를 얻는 팍팍한 세상일 수록 착한 동화의 존재가치는 더 빛나는 법이다.


출처: 궁S갤 ㅋㅂㅈ 횽 (2007년 1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