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고법 중간판결…‘오피스’ 판매금지 될수도

국내 대학교수가 거대 다국적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사를 상대로 8년 넘게 특허소송을 벌여 승소했다.

이 특허기술이 포함된 소프트웨어 ‘MS 오피스’는 국내 시장에 광범위하게 유통돼 있어 판결의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최종 판결에 따라 판매중지 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다.

서울고법 민사4부(주기동 부장판사)는 19일 한국항공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이긍해 교수가 MS사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권 침해금지 가처분 및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1심 판결을 뒤집고 “MS가 이교수의 특허를 일부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중간판결을 내렸다.

중간판결이란 최종 판결을 내리기 전에 핵심 쟁점에 대해 먼저 판단하는 극히 이례적인 판결 형태다.

논란이 된 특허의 핵심 기술은 컴퓨터에 주로 사용되는 한·영 자동변환기술이다.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한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를 사용하다보면 한·영 변환키를 따로 누르지 않고 영문설정에서 한글을 입력해도 자동으로 한글로 바꿔주는 기능을 말한다.

이교수와 MS간 특허분쟁은 2000년 4월 이교수가 MS를 상대로 특허침해금지 가처분 및 손해배상 소송을 내면서 시작됐다. MS는 이에 맞서특허심판원에 이교수의 특허를 무효로 해달라는 심판을 제기했다. 이교수의 특허가 무효여서 아예 침해할 특허도 없다는 주장이었다.

1심에서는 두 소송 모두 MS가 승소했다. 그러나 2심에서 판세가 뒤집혔다. 특허무효심판의 2심을 맡은 특허법원은 1심을 뒤집고 “이교수의 특허가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고 이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번 사건의 경우 재판부는 MS가 이교수의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만 먼저 판단한 것이다. 손해액이 얼마인지까지 함께 판단하려면 또 몇년이나 걸릴지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향후 법원은 MS의 특허침해를 전제로 MS가 이교수에게 물어줘야 할 배상액이 얼마인지와 판매금지 여부를 심리한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MS는 거액의 배상액을 지불하거나 한·영 자동변환 기능이 내재된 MS오피스(MS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포함) 제품 판매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이교수측은 항소심에서 600억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MS는 97년 4월 이후 한·영 자동변환 기능이 내재된 MS워드 제품으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 이인숙기자 sook97@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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