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독일에서 살면서, 한국에서 겪었던 차별보다 훨씬 적은 차별을 겪고 산다. 많은 사람들은 독일이 인종차별 대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놀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들은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 독일에서 남들에게 실례를 하지 않고 예의를 지키고 살아간다면 단순히 인종 때문에 차별을 당하는 일은 생각보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물론 중앙역 근처에서 노숙하는 무식한 인간들은 인종을 이유로 욕을 하기도 한다. 특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구 동독지방에서는 그런 일을 겪을 가능성이 다른 구 서독지역보다 높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동독에서도 중앙역에서 노숙하는 무식한 인간들 외에, 내가 제대로 된 관계를 맺었던 독일인들 중에서 나에게 인종차별과 비슷한 행동을 했던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그런 경험도 없다. 오히려 굉장히 열린 마인드에 감동을 받았던 적이 많다. 생각해보면, 같은 한 집에서 동남아인이나 흑인 남자애와 함께 기꺼이 거주할 수 있는 한국 여대생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독일 여대생들은 집을 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나에게 흔쾌히 옆방을 내주었고, 내가 곧 서독의 Bonn으로 가야 해서 지금은 더 이상 그곳에 살지는 않지만 같이 살았던 친구들과 가끔 연락을 하고 있으며 며칠 전에는 그 중 한 명의 생일 파티에도 다녀왔다. 거기서에서 두 달 정도 거주하는 동안 독일어도 굉장히 많이 늘었고 친구들과 같이 요리도 해 먹으면서 즐겁게 지냈다. 독일의 셰어하우스는 WG라고 하는데, 거실과 화장실, 부엌을 공유하고 각자 방을 쓰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거기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방만 쓰는 것이 아니라 정말 가족처럼 지낸다. (정말 방만 쓰고 서로 교류가 없는 WG는 Zweck WG라고 불리며, 별로 흔하지 않다.)

나는 지방에서 살다가 2009년 난생 처음으로 대학 때문에 서울이라는 곳에서 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서울에 대해서 정말 좋지 않은 기억이 많으며 나에게 서울은 말만 통하는 외국이나 다름없었다. 독일에 있는 지금보다 훨씬 외로웠고 힘들었다. 그리고 서열에 따른 똥군기, 소위 한국의 "예절"을 지키는 것에 나는 너무나 어려움을 겪었다. 나는 나이와 집안 환경이 비슷해야만 친해질 수 있는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남의 외모와 부에 대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언급하고 그것을 천박하게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 환멸감을 많이 느꼈다. 사람을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고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아무리 싫어하는 사람에게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 하지만 많은 한국인들은 그렇지 않았다. 사람의 신분을 나누고 차별하는 것이 얼마나 쓰레기같은 짓인지는 당해본 사람만이 안다. 오히려 독일에 와서 그런 것에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나이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남의 외모를 함부로 언급하지 않는 독일인들과 친해지는 것이 훨씬 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