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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패외전5 (수정)

ㅇㅇ(119.204) 2016.04.21 11:05:53
조회 1232 추천 9 댓글 5

“이것도 신경(神經)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그 역할이 뭔지를 모르겠군. 다음 놈을 할 때는 몇 개 끊어 놓고 다시 봉합해서 깨워봐야겠어. 무슨 변화가 있는지.” 

살갗을 가르듯, 소도가 다시금 움직임을 시작한다. 
기름막을 걷어내는 작업이다. 피부를 발라낼 때와 비슷한 손놀림이었다. 

“언제 봐도 아름다운 색이다. 역시 이 색은 환상적이야.” 

기름막 안 쪽으로 선홍색의 근육이 드러난다. 근육 줄기도 얇디얇은 흰색의 막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그 흰색의 막도 기름막처럼 가볍게 발라내고 있었다. 
너무나도 붉어서, 생명력이 충만함을 한 눈에 느낄 수 있는 색이다. 
십 육세 소년, 젊은 근육의 색깔을 그처럼 눈을 어지럽힐 정도로 황홀했다. 

“아차, 또 큰 걸 끊어먹었군.” 

근육을 불게 물들이며 뭉클뭉클 솟아나는 핏물이 보였다. 
수십 개 준비되어 있는 수건으로 핏물을 눌러 닦고, 출혈부위를 찾는다. 
바늘과 실, 무림 고수의 손놀림은 놀라웠다. 
끊어진 혈관 줄기를 찾아냄과 동시에 전광석화와 같은 손놀림으로 그 얇은 혈관을 묶어버린다. 
한 치의 십분 지 일, 그 보다 더 작은 단위까지도 오차가 없는 손속이었다. 
그렇다.  
그런 식으로 파고든다. 
이 작업은 달리 표현할 수 없다. 
생체해부다. 
살아 있는 사람의 멀쩡한 몸을 해부하고 있다.  
해혼실이라는 그럴 듯한 이름도, 실상은 하나의 해부실일 뿐이다. 
환한 조명 뒤쪽으로 해혼실 구석에는 약품 처리를 해 썩지도 않는 팔 다리가 수십 개 나뒹굴고 있었다. 

“이거다.” 

몇 개의 막을 더 가르면서, 근육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안쪽에서 집게에 걸리는 것은 박동하는 굵은 혈관 두 줄기와 하얗고 질긴 신경다발 한 줄기다. 
몇 개의 금속 기구를 이용하여 벌린 근육들을 고정시켜 놓고, 기름막으로 뒤엉킨 혈관들과 신경다발을 조심스레 분리해 냈다. 
당음괴가 관심 있는 것은 그 혈관들이 아니었다. 
신경다발이다. 
미세한 줄기들이 사슬처럼 합쳐져 굵은 줄기를 이룬 것으로 보이는 신경다발에 당음괴의 손가락이 닿았다. 

“후읍!” 

내공운용이다.  
우주 삼라만상의 기운이 함께하는 몸속의 진기들 중에서 어느 한 특성을 지닌 진기를 찾아내려고 하는 것 같다.
오직 하나의 특성, 한순간 당음괴의 손가락 끝 한 점에 미세한 불꽃이 튀기는 느낌이 들었다.  
꿈틀!! 
바로 그 때다. 
반응이 온 것은 즉각적이었다. 
소년의 팔뚝이 커다란 움직임을 보였다. 미동도 없던 손가락 끝까지 바르르 떤다. 
근육을 고정시켜 놓았던 금속 기구 하나가 튕겨 나와 땅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쨍그랑! 따앙! 

“크크크크. 찾았다!” 

돌바닥을 울리는 금속성 사이로 당음괴의 괴소가 진한 여운을 남겼다. 
희열에 찬 듯한 얼굴로 다시금 미친 듯이 손을 놀린다. 
팔꿈치 아래 피부가 모조리 벗겨지고, 근육들을 둘러싼 기름막이 전부 다 제거되었다. 
끊어진 실핏줄만으로도 출혈량이 엄청나다. 
너무 얇아서 실로 묶을 수가 없는 혈관들이다. 
당음괴가 한쪽에서 거친 질감의 갈색 가루들을 꺼내왔다. 
핏물이 배어나오는 부분마다 그 갈색의 가루들을 조금씩 뿌려 놓는다. 
연초(煙草)가루에 몇 가지 약재를 섞어서 만든 지혈산(止血散)이었다. 
스며 나오던 핏물이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야를 확보하면서 근육들을 파헤쳤다. 
결을 따라 자라낸 근육에서도 출혈이 심했지만, 그럴 때는 갈색의 지혈산이 어김없이 동원되었다. 

“이번에는 확실하다. 하나 하나 확인을 거쳐야 해. 음.......이 근육은 완전히 잘라내 버려도 되겠군.” 

당음괴의 소도는 뼈까지 접근하고 있었다. 
핏물로 얼룩져 분홍색으로 보이는 요골(撓骨)과 척골(尺骨), 두 개의 뼈대를 확인했다. 
백색의 신경다발은 그 두 뼈대 사이로도 한 줄기가 주행하고 있었다. 
가지를 치며 근육들과 연결된 신경 줄기다. 
팔꿈치 아래로 가장 굵은 줄기는 네 줄기, 잘라내 버린 근육들까지 모든 근육들이 그 네 줄기에서 뻗어 나온 신경들과 빠짐없이 이어져 있었다. 
어느 근육이 어느 줄기와 이어져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근육과 근육 사이를 충분히 벌려 놓았다. 
손가락을 가져가 신경 줄기에 대는 당음괴다. 그의 눈이 번뜩이는 빛을 발했다. 

“이거다! 바로 이거야!” 

된다. 
손가락을 각 신경에 대고 진기를 운용해보았다. 
신경 줄기에 제대로 진기가 전달되기만 하면, 거기에 이어진 근육들은 급격하게 수축을 일으키는 양상을 보였다.  
확실하다. 
이것으로 움직인다. 
가장 굵은 줄기에 진기를 전달시켜 보았다. 여러 개의 근육들에서 한꺼번에 수축이 일어났다. 
큰 줄기에서 가지 쳐 나와 연결된 모든 근육들이 동시에 반응을 보인 것이다. 
신비로운 모습. 
인체 운동의 근본 원리다. 
그 신경들을 작동시킨 진기. 
놀라운 발견을 앞에 두고, 당음괴가 마침내 스스로 일으킨 진기의 성질을 한 가지로 결론 내렸다.  

“드디어 찾았다. 이렇게 운용하는 것이었어. 이 진기는 다른 것이 아니다. 역시 그랬어. 전광(電光)의 힘을 품은 자연기(自然氣). 뇌기(雷氣)였다!” 

당음괴의 손이 더 빨라졌다. 
팔꿈치 위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부를 벗기고 근육을 해체하면서 팔의 상박부를 타올라 갔다.  
삼두근과 이두근의 움직임을 확인한 다음 순서는 겨드랑이었다. 
거침없이 칼을 놀려 안쪽으로 들어가자, 복잡하게 얽혀있는 혈관과 신경줄기가 보였다.  
어려운 부분이다.  
팔로 들어가는 모든 신경들과 모든 혈관들의 집합체가 그곳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너무나 많은 출혈이 있었기 때문인지, 소년의 호흡마저 불안해지고 있었다. 얼굴이 백짓장처럼 하얗게 질려버린 지는 이미 오래였다.  

“죽어가는군. 조금만 더 버텨라.” 

하지만, 한번 나빠지기 시작한 용태는 더 이상 되돌릴 수가 없었다. 팔 다리 근육에 경련이 일어난다. 
호흡이 뚝뚝 끊기고, 입술이 파랗게 질려갔다.  
악화일로다.  
생명이 붙어있는 시간이 오래지 않을 것임은 누가 봐도 알 수가 있었다. 

“쳇! 안 되나?” 

당음괴의 목소리엔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소년의 숨이 끊어진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출혈이 오래 지속된 것과 생사간 마취 효과의 부작용 그 어느 것이라도 죽음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생체 해부의 한계다. 
뭔가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피를 보충하는 방법이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겨우겨우, 그 틀을 잡았다. 
지금까지 몇 명의 해부를 거쳤던가. 
사람 몸을 총괄하여 움직이도록 명령을 내리는 것은 단전이나 심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두뇌(頭腦)다. 
명령의 모든 것은 뇌에서 시작된다. 거기서 시작해서 사지 곳곳으로 퍼져 나간다. 
핏물의 중추가 심장이요, 진기의 근원이 단전인 것과는 또 다른 조화다. 
거기서부터 두뇌와 신경에 매달렸다. 
두뇌(頭腦)에서 뻗어 내려오는 신경계를 완벽하게 해부해 냈던 것은 벌써 몇 년 전의 이야기였으니. 뇌기(雷氣)가 인체 운동의 원동력이라는 것은 이미 예전부터 이론적으로 짐작하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당면해 있었던 문제는 그 뇌기의 발동이다. 
몸에 흐르는 음양 삼십 육괘의 진기들 중에서 뇌기만을 찾아 일으키는 방법, 그것이 미지수였다. 
그리고 오늘. 
결국 뇌기의 운용방법을 찾았고, 그것으로 근육을 움직이는 실험까지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조금 더 들어가 큰 줄기에서 일어나는 복합적인 작용까지도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거기까지는 소년이 버텨주질 못했다. 아쉬움이 남는 이유였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된다. 이거라면, 진기의 한계를 초월할 수 있다. 속도와 파괴력, 모든 것에서 초인(超人)의 힘을 낼 수가 있으니, 그 누구도 따라잡지 못할 위력을 보이리라. 두뇌와 신경을 통제하고, 거기에 하단전 기해(氣海)의 힘을 더하면, 무인의 완성을 볼 수가 있게 된다. 그것은 구파일방이 보유한 심법 이상의, 그야말로 위대한 발견이 될 것이다!” 

당음괴의 야심이다. 
당음괴가 죽어버린 소년의 몸을 뒤집었다. 넓은 등판을 앞에 둔 당음괴가 조금 더 큰 칼을 들어 등줄기를 길게 갈라냈다. 
피부와 근육을 잘라낸 후, 양 손에 조그만 망치와 정을 들었다. 
깡깡 거리는 소리. 
두드리는 망치 소리는 척추를 박살내는 소리다. 척추를 부수고, 위쪽으로 올라 머리뼈까지 부숴버렸다. 
두뇌(頭腦)와 척수의 적출이다. 
마치 그 안에 흐르고 있었던 뇌기(雷氣)의 힘을 느껴보겠다는 듯, 두뇌에 손을 올리고 눈을 감는다. 
형체가 없는 단전과 기혈을 제외하고는 인간 신체에서 가장 신비로운 장기(臟器)가 두뇌다. 
그것을 지배하는 자. 
그 안에 흐르는 모든 명령들을 이해하고 완벽하게 실행하는 자가 곧, 절대의 힘을 얻게 되리니. 당음괴가 얻은 결론은 그와 같다.
천륜을 어기고, 인륜을 어겼으며, 세상의 법도와 규범은 모두 다 등져버린 채, 파멸의 꿈을 꾼다. 인간생체해부실, 해혼실 가운데, 당음괴의 웃음에는 그처럼 무한대의 위험이 함께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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