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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무음암월(無音暗月)

국왕(123.248) 2008.03.10 10:15:08
조회 74 추천 0 댓글 3

무음암월(無音暗月)
         국왕

-
빛이 꺼져 나갔다.
칠흑같은 암흑이
새까만 어둠의 구름이 바람을 타며
빛을 지워 나갔다.

나는 소리치지 않는다. 어둠속에서도 빛은 있다고 믿었으니까.
나는 좌절하지 않는다. 따스한 빛이 언젠간 나를 맞으러 올테니까.
나는 절망하지 않는다...... .

-

눈을 떴다.
조요한 정막이 가득했다. 보이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일어섰다. 일어 서려고 할때 생기는 매우
조그만 부스럭 거리는 소리까지 귀에 생생하게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역
시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손을 옮겼다. 딱딱한게 느껴졌다. 선반이었다. 차가운 느낌이 일
렀다.
선반위에 길다랗고 작은 원통모양의 금속제 물건. 손 끝에 느껴졌다. 양촛대였다.

조심스레 양촛대를 타고 손을 움직였다. 거미줄을 엮은듯한 촉감이 드는 촛대가 만져졌다. 조
심스레 손에 힘을 줬다. 그제서야 불이 타올랐다.
주변이 환해졌다. 금방이라도 꺼질듯한 이 작은 불길 하나에 어둠이 물러난것이다.

그렇다.
어둠은 불 을 무서워한다.
정확히 말하면 빛 을 무서워한다.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젯밤 잠들었던 바로 그 곳이었다. 머리가 아파왔다. 기억이 뒤죽박죽 엉
켜있는 느낌이다.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때문에 이마를 문댔다. 아무 소용없는것 같았지만 심
리적으로는 도움이 되었다.

발을 디뎠다. 그리고 문 을 열고 나섰다.
우중충한 달빛이 남색 어둠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나는 달이 싫다.
가증스러운 가짜 빛깔.

손을 움켜 쥐었다.
그리고 걸었다. 메마른 흟길이 보였다. 키높은 나무들도 보였다. 바로 가파른 산길이 보였다.
짜증난다. 어제도 이랬던거같다. 하지만 여전히 짜증난다. 머리도 지끈지끈 계속 아파왔다.
산길은 가파르지 않았지만 발이 아파왔다. 맨발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다 걸은것
이나 마찬가지였다.

원하는곳에 도착 했으니까.

나는…
눈을 떴다.

-

한 사내가 보였다. 사내는 어둠속에서 홀로 서있었다.
길게 기른머리. 수염은 듬성듬성 나있었다. 퀭한눈에 높지만 커다란 코, 그리고 각진 턱끝은
무뚝뚝하고 까탈스러운 인상을 주는 사내다. 특이하게도 사내는 눈을 감고 있었다.
사내는 허름한 마의를 입고 있었다. 신발은 신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조잡하게 보이는 검은색
가죽 혁대 옆에는 검집도 없이 시퍼런 검이 꼽혀있었다.

사내는 걷기 시작했다. 한치 앞도 보기 힘든 어둠이 가득했다. 사내의 앞에 뭐가 있는진 사내도
몰랐다. 왜냐면 그는 눈을 감고 있었으니까. 다만 감각에, 의지에 기대며 그는 계속해서 걷고
있었다.

그가 어디로 가는지는 알수 없었다. 그가 어디있는지도 알수 없었기에. ㅡ하지만 그 는 이미 알
고 있 었 다ㅡ

다듬어지지 않은 어둠의 길을 걸으며 사내는 발가락이 아픈걸 느꼈다. 하지만 계속해서 걸었
다. 그가 걷고 있다는건 최소한 살아있다는 증거 였으니까. 돌부리가 있으면 거짓말처럼 피해
나갔다. 벽이 보이면 그대로 빙글 돌아 방향을 바꿨다. 거짓말처럼 사내는 눈을 뜬 사람도 보
기힘든 어둠속을 걸어가고 있었다.

마치 사내자체가 어둠 같았다.

사내가 어디론가에 닿았다.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곳이었다. 커다란 구조물 이었다. 그리고 이
곳에 누가 사는지 사내는 알고 있었다. 사내는 걸었다. 그리고 문으로 보이는걸 걷어찼다. 순
전히 감이었지만 그건 분명히 문 이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놀란 장정 몇명이 달려왔다. 장정은 사내를 바라보더니 고함을 질렀다.
경악한 표정이었다. 사내는 여전히 눈 을 감고있었다. 장정 몇명이 도망치듯 뛰어갔다. 그리고
남은 장정들은 쇳소리와 함께 무기를 꺼내들었다. 무엇인진 보이지 않았다.불은 모든걸 비추지
않으니까.

사내가 검을 빼어들었다. ㅡ이미 빼어있는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ㅡ 장정들은 사내가 검을 빼아
들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감히 덤벼들지를 못했다. 그때 사내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엉망진창인 검이었다. 하지만 새까만 어둠속에서는. 보 이 지 않 았 다.

무기를 휘둘러 보기도 하고 도망치려는 장정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번번히 어둠속에
서 날아오는 흉칙하고 예리한것에 잘려나갔다. 먼저 다리가 잘려나갔고 그 다음 팔이 잘려나갔
다. 머리는 그 다음이었다. 사내는 정확했다. 그리고 잔인했다.

사내는 아무소리도 내지 않고 심지어 눈도 뜨지 않은채 순식간에 일곱을 죽였다. 피가 난자
했다. 그리고 주위는 고요했다. 시체들은 소리를 내지 않으니까.

사내는 뛰듯이 걸었다. 하지만 뛰지는 않았다. 그때 장정 십여명이 달려들었다. 결과는 똑같엤
다. 조금 더 노련한자들인듯 창이니 검같은걸 정확하게 사내를 향해 찔러왔다. 그럴때마다 사
내는 사라졌다. 마치 그림자처럼 교묘히 피해간것이다. 그리고 사내의 검이 바람결 어둠을 타
고 움직일때마다 사지 하나가 날아갔다.

열명의 장정들중 아홉명이 죽었다.
그리고 한명의 남자가 사지를 잃고 울고 있었다. 믿을수 없다는 눈빛으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남자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소리치고 있었다.

그때 사내가 한쪽무릎을 끓고 상체를 숙였다. 그리고 남자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남자는 사내의 말 을 듣고 더욱 괴성을 지르면 날뛰었다. 사내는 잔뜩 화가난듯 인상을 구기며
검을 휘둘렀다.
다른 이 들처럼 편안하게 목을 잘라내지는 않았다. 몸을 몇번이나 난도질당한 남자는 자신의 창
자를 바라보며 싸늘하게 죽어갔다.

사내는 계속해서 걸었다. 이곳은 복도였다. 커다란 구조물의 안까지 진입한것이다. 그리고 달려
드는 장정들도 더이상 없었다. 열일곱의 장정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이읃고 사내는 어느 공간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구조물의 주인이 있었고. 그는 이곳에서
왕이었다. 매우 고독하고 강한 왕. 누구도 감히 저항하지 못하는 왕 이었다.

왕은 황금으로 된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사내를 싸늘한 눈빛으로 내리보고 있었다.
곧 왕이 일어 섰다. 그리고 허리춤에서 온갖 보석으로 치장된 검을 빼아들었다. 그리고 달려
들었다.

왕의 검에서 태풍이 불었다. 가공한 위력의 검세는 천장과 바닥을 뒤집었다. 말 그대로 천지번
복의 위력이었다.
하지만 사내는 어둠. 그 자체였다.

사내의 검이 일순간 움직였다. 반짝 했다 싶더니 빛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왕의 팔이 잘려나갔다. 단 일순간의 검에 왕의 두팔이 전부 잘려나간것이다.
왕은 믿을수없다는 표정으로 사내를 향해 입술을 움직였다.
그리고는 혀를 깨물었다.

사내는 여전히 눈 을 뜨고 있지 않았다.
그때였다.

어둠속에서 왕 을 향해 누군가 달려오고 있었다. 여인이었다. 비단옷을 곱게 차려입은 새하얀
피부의 여인. 도저희 어둠과는 어울리지 않는곳이다.

여인이 차갑게 식은 왕의 상체를 양손으로 조심스레 들어올렸다. 그리고 커다란 눈망울에서 봄
비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리고 여인은 사내를 향해 소리쳤다.
그제서야 여인의 목소리를 들은 사내는

 

눈 을 떴다….

-

"그녀가 죽었다... ."
"복수해야해."
"나에게서 일순간의 빛 을 빼앗아간 놈들."
"전부 죽여야되."
"머리가 아파...너무 아파... ."
"그녀를 생각하면...머리가 아파와"
"검이 있다."
"산속에 검이 있어."
"그래, 그 검으로 죽이자. 더러운 놈들을 전부 죽이자."

 

"저 미친자식이 어떻게 여기까지?"
"빨리 가주님에게 알려! 아가씨에게 가게 해서는 안되!"
"이 자식! 그렇게 난리를 쳐놓고 또 왔느냐? 이 정신병자같은놈!"
"죽어라!"


"경비를 서던 일곱명이 전부 당했데!"
"젠장!"

"크아아악!"
"사..살려줘..."


"죽여...죽여줘...이...정신병자새끼야!!"
"그녀는... 죽은 그녀의 시체는 어디있지?"
"아가씨는 죽지않았어 이 미친자식아!!! 죽지 않았다고!!!"
"거...짓말하지마!"


"왜 이곳에 왔느냐?"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한건 너 아니였느냐?"
"그 아이는... 데려갈수 없다."
"정 그렇다면 내가 상대해주겠다."

 

"아버지!"
"흐..흐흑... ."
"어째서! 어째서 다시 온거죠 소운? 저는 당신이 싫어요! 아니, 이제 증오스러워요! 어떻게...
어... 어떻게... 당신에게 그렇게 잘 대해준 아버지를... ."

 

 

아릿한 그리움이란 이름의 향기에 코끝이 찡 해왔다.
그는 다시 눈 을 감았다….

-

다정검객을 쓴 다음 그 후의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하는 느낌에서 써본 두번째 단편소설입니
다.
아무래도 너무 빠른 전개라던가...어색한 대화같은게 보이지만 왠지 모르게 저 자신에게는 마음
에드는 작품인지라 손을 안대고 있네요...

어리숙한 작품으로 눈을 어지럽혀 죄송합니다. (__)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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