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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작에 내려고 다시 쓰고 있는데...

국왕(123.248) 2008.03.11 08:19:35
조회 53 추천 0 댓글 2

검은 검으로
피는 피로...

나는 이걸 바라지 않소.

-


태양이 눈부신 여름이었다.
따사로운 빛살을 받으려고 키높은 갈대들이 누구하나 할거없이 모두 고개를 세우고 있다. 그리고
따스한 온풍이 쉴새없이 조용히 불어오고 있었다.
사방엔 온통 칙칙한 녹색빛의 갈대들만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 두명의 거뭇거뭇한 인
영(人影)이 보였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흘러내리는 여름날씨에는 분명히 어울리지 않는 새까맣고 커다란 흑포. 새
까만, 어깨까지 내려오는 길다란 눈썹. 희끗한 머리칼이 섞여있는 지저분한 장발. 작고 허무
에 가득찬 눈빛. 이제 막 중년의 나이에 발을 드딘 세월을 알기 시작하는 청년이라는 느낌의
사내였다. 사내는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마치 피같은 빛깔의 혈의(血衣)의 중년 사내가 자신을
노려보던 말던 상관하지 않는 눈치 였다.

그리고 그런 그를 혈의(血衣)의 사내는 못마땅했다.
흑의(黑衣)사내와는 비슷한 연대로 보였으나 얼굴에는 주름이 많았고 잘 정돈된 수염이나 머리
칼은 깐깐하고 고집스러운 인상을 주는 사내였다. 혈의사내는 못마땅하다듯이 인상을 찡그
렸다.

"무얼 고민하시오?"

흑의 사내는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흐릿한 동공의 허무한눈은 혈의사내에
게 일체의 관심도 주지 않는것 같았다. 그렇게 조용히 정막이 흘렀다. 따스한 여름 날씨의 벌
판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는 두 사람이 있던 말던 그저 빛살을 받고 뜨겁지근한 온풍에 휩
쓸리고 있을뿐이었다.

그렇게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해가 대지의 끝에서 떠올라 반대쪽으로 향하기 시작하고 누
런 달이 떠올르기 시작하고 나무위의 매미한마리가 자리를 비키고 갈대위의 귀뚜라미가 그 자
리를 대신하는 시각이 올 쯤이었다.

흑의 사내의 영원히 열리지 않을것 같이 무겁게 닫혀있던 입이 열렸다.

"난… 교의 부활을 바라지 않아."

무감각한 어조. 여전히 변함없는 백지장을 바라보듯이 무표정한 얼굴.

"하하하...하하하!"

반나절을 꼬박 기다린 대답이 자신이 바라던 대답이 아니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극의에 달한
분노를 절제하지 못해서였을까. 혈의사내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 큰소리로 호쾌하게 웃기 시
작했다. 누가봐도 이상할 장면이었겠지만 혈의사내가 누군지 안다면 이상한 장면이 아니었
다. 오히려 혈의사내다운 행동이었다.

"하하...하... 그래... 반나절, 아니 내가 일년간이나 기다린 대답이 겨우 그것이었소?"

이마를 쥐고 고개를 숙이며 꽤 오랜시간동안 계속해서 대소하던 혈의사내의 웃음이 멈추었다.
그리고 싸늘하고, 소리없는 미소만 그의 얼굴에 가득했다.

혈의사내는 이마에 얹고 있던 손 을 천천히 내렸다.

쉬익-!
한줄기 섬광이 어둠속에서 번쩍했다.

내렸다. 싶었더니 그의 손에는 어느새 검이 들려있다. 그리고 그 검은 흑의사내를 향해 날아
갔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아니 수십년을 무공하나에만 전념한 사람이라도 피하기 어려운
고속의 일점(一点) 타격(打擊)이었다.
하지만 바위처럼 우두커니 서있던 흑의사내는 맞지 않았다. 단 한걸음. 아니 반걸음도 채 못
되게 그림자처럼 스르륵 움직여. 마치 검이 흑의사내를 피해간듯했다.
아무 흔들림도 없이 흑의사내는 여전히 텅 빈 눈알을 굴리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텅 빈 동공에는 별만이 가득했다.

혈의사내는 흑의사내를 노려다보며 검을 거두었다. 그리고 흑의사내는 여전히 혈의 사내에게는
눈길조차 주지않으며 천천히 끈적하게 입을 열었다.

"나를 죽이고 싶은가? 하지만 자네로썬 안되. 암, 안되고 말고."


쉬이이-!
그 말 한마디에 간신히 화 를 억눌르던 혈의사내의 화가 폭발했다. 검이 허공에 별자리를 그
리듯 아름다운 검기가 벌판에 가득했다. 모기소리처럼 가냘흔 검음이었지만 스치기만해도 피부
가 잘리고, 근육이 절단되고, 피가 솟구쳐오르는 무시무시한 검법이었다.

펄럭-

그리고 흑의사내는 처음에도 그랬듯이 그곳에서 단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는 커다란 흑포안의 양수를 움직였다. 곧 이어 그 커다란 흑포가 그물처럼 허공에서 늘어나며
검기를 모조리 잡아먹었다. 조용하고 은밀하게, 마치 그림자같았다.

"혈성칠검(血星七劍)? 부족하지. 그정도로는 천마황혼기(天魔黃昏氣)는 커녕 천마묵포만으로
도 막을수 있네."

흑의사내는 여전히 텅빈 무표정한 얼굴로 입술을 여닫았다. 혈의사내는 검을 흔들며 발을 한걸음
움직이며 흑의사내를 향해 소리쳤다.

"그렇구려, 그럼 어디 이것도 한번 막아보시오!"

혈의사내가 발을 딛이며 튀어올랐다.흑의사내와 혈의사내를 둘러싸고있던 주변의 중압이 무거워
져갔다. 달빛에 혈의사내의 검이 반짝거리며 하늘끝까지 날아가듯 솟구쳐 오른다음, 그대로
흑의사내를 향해 곤두박질쳤다.

일격(一擊)에 필살(必殺)의 효과를 보지만 동작과 시간이 오래걸려 사장되었던 혈성칠검(血星
七劍)의 절초인 분뢰성(奔雷星)이었다. 백여년전 교의 존망이 걸린 싸움에서 당시의 교주였
던 적성신왕(혈성신마)이 펼친뒤로는 그 누구도 익히려 하지않았던 당대의 검학인 혈성칠검의
절초가 두명의 사내밖에 없는 이 허허벌판에 드디어 세상에 드러난것이다.

금(金)기를 가득 머금고 질풍처럼 날아가는 혈의사내의 검에 흑의사내는 금세라도 두동강이
날것같았다. 허나 흑의사내는 여전히 석상처럼 그곳에서 굳건히 서있을뿐이다. 하지만 흑의사
내는 처음으로 묵포의 위로 좌수(左手)를 들어올렸다.

주름이 가득한 손 위에 피어오르는 밤의 어둠보다 더욱 짙은 암흑 기류가 피어오르는 무시
무시한 왼손!

파직!

"우윽!"

신음을 흘린건 검을 휘두른 혈의사내쪽이었다. 분뢰성 공력의 기파는 순식간에 흩어지며 주변
벌판의 갈대들을 일순간에 가루로 만들어버렸지만 정작 그 검을 맨손으로 잡은 흑의사내는 멀쩡
해보였다.

그리고 흑의사내의 우수 역시 묵포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검을 잡혀 꿈쩍도 하지못한채 허공에
매달려있는 혈의사내를 향해 흑의사내의 새까만 우수가 날아갔다.

"크아악!"

퍽!하는 소리와 함께 일권에 혈의사내의 갈비뼈가 부러졌다. 그도 나름 호신무공을 이것저것 익
히고 있었지만 흑의사내의 주먹에는 통하지 않았다. 발버둥치는 혈의사내를 향해 흑의 사내의
주먹이 무방비한 혈의사내의 몸 이곳저곳을 강타했다. 압도적인 내력이 담긴 흑의사내의 주먹
에 두들겨맞은 혈의사내는 쇠망치에 두들겨맞은 통증을 느끼며 검붉은피를 토해냈다.


-



아무래도 쓰다보니 장편이 되버리더라구요...

결국 출품작은 다정검객으로 내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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