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달의 부채가 호쾌하게 펴지며 적을 우롱했다. 군데군데 철심을 박아넣은

부채에 팔의 오금을 호되게 얻어맞은 물꾼들이 눈살을 찌뿌리곤 뒷걸음쳤다.

"하하하! 이 강물은 나의 것이오. 본디 사람이 나서 돌아가는 것은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가는 것이거늘, 내가 곧 자연이고 자연이 곧 나인데 이 강도 곧 나이니, 이것을 내 것이라
주장하는데 어찌 우매한 혀를 놀리시오?"

본디 나서 한 것이 서당에 조금 다녀 천자문의 앞글자나 좀 깨친 물꾼들이었으니, 어안이 벙벙해짐은
당연지사였다.

그 중, 유달리 똑똑한 자가 이상함을 느끼고 반박했다.

"그럼 이 강물은 나의 것도 될 수 있지 않.."

"닥치시오!"

선달이 번개처럼 뛰어들어 호되게 후려치자 물꾼은 정신을 잃고 널브러져 버렸다.

또, 이 기인지사의 행보를 보자면 이런것도 있었더니라,

선달이 시장 근처의 팔각정에서 바둑을 두고 있을때였다. 마침 선달이 심심하던 차에,
옆으로 닭을 보자기에 싸 팔러 나가는 촌민을 보고 선달이 짐짓 놀라며 말하길,

"아니, 그것은 천년에 한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봉이 아니오?"

촌민은 왠 미친놈이냐 싶어 넌지시 되물어 보았다.

"아니, 이게 봉이라니? 닭이 아니오?"

그러자, 선달이 반박하였다.

"아니, 닭과 봉이 날짐승으로서 무엇이 다르단 말이오? 불가에 이르기를 사물 천지 할 것 없이
모두 공(空)이며 모든것의 본질은 같은 하나라고 했으니, 닭 또한 멀리 보아 봉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그 궤변에 촌민이 심히 감동해 곰곰 생각해보곤 닭을 가져다 봉이라 팔았다.

이 촌민이 나중에 상인이 되어 크게 성공하니, 이름을 임상옥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