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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인생극장

오뉴월에부는바람 2008.07.06 14:31:30
조회 111 추천 0 댓글 9

나는 숭산 인근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농부였고, 아버지의 아버지도 농부였다.
아마도 그 선조들도 농부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내가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고 했다.
아버지가 장에 곡물을 팔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길 모퉁이 버려진 아이를 주워와 키웠는데
그 아이가 바로 나였다.

나는 친부모를 알지 못한다.
물론 궁금했지만, 찾을 수 없다고 여겼기에
지금의 아버지가 나의 유일한 부모라고 생각했다.
그런 아버지가 농부였기에,
나도 농부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농부가 된다는 생각을 하면 답답하긴 했다.

허나 아버지의 생각은 달랐다.
분명 나는 명가의 후손일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보이는 재능이 촌부인 아비가 알아 볼 정도로 대단하다고,
언젠간 세상에 나가 큰 뜻을 펼칠 날이 올 것이라 했다.

버려진 내가 명가의 후손일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나에게 꾸준히 명가의 후손일 것이라고 말하자,
점점 내 자신에 대해서 자신감이 생겨났다.
마을의 또래들과 비교해도 나 자신이 뛰어남을 스스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열 다섯살, 아버지가 평생 농사를 지어 모은 돈으로, 화산파의 속가제자가 연 무관에 들어갔다.
시작이 늦었지만 나의 뛰어난 재능으로 금방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에겐 촌부의 핏줄이 아닌, 명가의 핏줄이 흐르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나였다.
역시나, 난 입관한지 삼년만에 무관에서 가장 특출난 재능을 보이고 있었다.

열 여덟살, 화산파의 일대제자인 청송 도인이 지나는 길에 무관에 들렀다.
청송 도인은 나의 재능을 보고 화산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나에게 속가무문은 너무나 좁은 세상이었다.
아버지의 말대로 세상에 나가 큰 뜻을 펼쳐보고 싶었다.
그 후에 나를 버린 명가를 찾아, 나를 버린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다.

늦은 나이에 화산에 입문했지만, 은사들의 가르침에 무공은 날이 갈수록 늘어갔다.
나보다 어린 사형제들의 조언도 경청하고 들었다.
화산에 가니 대단한 재능을 가진 사형제들이 많았다.
그들의 출신을 보면, 역시나 대단한 명가의 후예였다.

핏줄이 핏줄을 만든다고 했던가.
역시 핏줄은 타고나는 법이라는 생각을 했다.
평범한 사람이 노력을 해도 고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뛰어난 핏줄을 가진이가 노력을 한다면 더 무섭지 않겠는가.

나는 사형제들과 나를 비교하며 나를 채찍질했다.
결국, 입문 오년차, 동배의 항렬에서는 최고의 고수가 되었다.

그리고, 칠년 후 서른이 되었을 땐 강호신진 팔대고수에 꼽히기도 했다.

그 동안 사형제들이 나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많이도 물었다.
나는 그들에 비하면 나의 출신이 미천했지만, 아버지가 친부가 아니였기 때문에,
작은 마을에서 왔노라며,
아버지는 농부라고 했다.
그들이 나의 뛰어난 재능을 보고 출신을 믿지 않자,
실은 나의 친아버지는 아니라고, 나는 길 바닥에 버려진 아이였는데,
아마도 명가의 후손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제서야, 사형제들은 수긍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렇게,
때론 강호행을 하며, 화산파에 머물며 수련을 하며,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가끔 아버지를 찾아가 잠시 머물다 오기도 했다.
아버지는 나의 당당한 모습에 대견해 하시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고관대작의 아들인 셋째 사형이 나를 불렀다.
사형이 말하길, 자신의 아버지의 친구가 지금으로부터 33년전 아이를 길에서 잃어 버렸다고 했다.
그리고 그 아이를 잃어버린 장소가 내가 살던 그 마을 근처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혹시 그 분이 나의 친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잃어버린 시기와 장소가 너무나도 맞아 떨어졌다.

나는 장문인을 찾아 뵙고, 잠시 다녀오겠다고 했다.
나는 셋째 사형에게 들은대로, 북경에 있는 군천세가에 방문했다.
군천세가는 과거에 무림 오대세가 중 하나에 속할 정도로 강맹했으며,
지금은 십대세가 중 말석에 위치할 정도로 명문이었다.

나는 세가에 도착하자마자, 나와 무척이나 닮은 사람들을 보고,
점점 강한 확신이 들었다.
-나는 군천세가의 사람일 것이다, 가주를 만나 물어보자.
가주를 뵙자 가주는 나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나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잃어버린 아들을 찾았다고 말하며 울음을 터트리셨다.

나는 궁금했다.
왜 나를 길바닥에 버린 것인가.
아버지는 말했다.
그 때 어머니와 강호행을 하던 도중, 마두를 만나 대결을 벌이고 있었는데,
어머니와 나는 마두의 부하들에게 납치를 당했고,
아버지는 마두와 전투를 벌이느라 어머니와 나를 잃어버렸다고 했다.
아버지가 말하길, 간신히 마두를 제압하고 나와 어머니를 찾으러 갔는데,
나는 온데간데 없었고, 어머니는 싸늘한 시신으로 변해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말이 끝나자, 나도 눈물을 흘렸다.
이제야 친아버지를 찾은 것이다.
나는 화산파로 돌아가 사정을 말하고, 세가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함께 살기를 원했다.
장문인은 내가 언제나 화산의 사람임을 잊지 말라고 하며, 일년의 반쯤은 화산에 머물기를 원했다.
나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나는 그 후 일년의 반쯤은 군천세가에 머물며 세가를 부흥시켰고,
일년의 반쯤은 화산파에 머물며 화산파를 위해 살았다.
물론 가끔 시골의 키워주신 아버지를 찾아가 머물곤 했다.

사형제들 또한 내가 군천세가에 있을 때 세가를 찾아오기도 했고,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제 그들은 나에게 군천사제, 군천사형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십년의 세월이 흘렀다.
나는 강호 십오대 고수로 꼽혔고,
군천세가는 다시 오대세가의 명예를 가지게 되었다.
나는 나 스스로 농부의 아들이 아닌 군천세가의 아들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키워주신 아버지가 생각나 시골에 계신 아버지를 찾아갔다.
시간이 꽤나 늦은 밤이었는데, 아버지는 친구와 방안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나는 그분들의 흥을 깰까봐 밖에서 조용히 있었다.
벽에 기대어 서있는데, 방안에서 아버지의 친구의 이야기가 들렸다.

-자네의 아들에겐 언제 말할 것인가.
-무엇을 말인가.
-그 녀석은 자네가 친부가 아닌 줄 알고 있지 않은가. 사실 그 아이는 자네의 아들이 맞지 않은가.
-휴, 그렇다네. 난 녀석이 크게 되길 바랬어. 그래서 농부의 핏줄인 걸 말하지 않고, 녀석을 부추겼지.
 자네도 보았지 않은가, 이제 그 아이는 무림의 절대고수가 되었어. 하하, 나의 아들이 무림의 고수가 되었다네.
-자네 억울하지도 않은가? 자네의 아들이 남의 가문에 들어가 자신이 그 가문의 아들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어. 자네가 키운 자식을 뺏긴것이나 다름 없지 않은가. 
-그만하게. 난 녀석이 지금처럼 당당하게 살기를 바라네. 군천세가의 아들, 얼마나 당당한가. 사실 내가 녀석에게 명가의 후손이라고 하며 키웠는데, 마침 군천세가에서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내 아들이 자신의 아들이라 했을 때 깜짝 놀랐다네. 녀석이 무척이나 기뻐하며 친부를 찾았다고 하는데, 내가 사실을 말할 수 있겠는가. 
-허허, 자네 참 답답하군. 
-말 마세. 나는 그 아이가 잘된 것으로 만족하네.

나는 두분의 대화를 듣고, 혼란스러웠다. 
저분이 나의 친아버지가 맞았구나.

내가 어렸을 때 농부의 자식인게 부끄럽다고 말한적이 있다.
그것 때문에 아버지가 나에게 그런 거짓을 말하시며 나를 키워오신 것인가. 
아, 철없는 내가 아버지를 평생 희생하게 만들었구나. 
아버지는... 아버지는... 내가 크게 되길 바라며... 

나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워졌다. 
어릴 때 부터 나는 농부의 자식인 것이 못마땅했다. 
아버지를 이어 농부가 되기는 너무나도 싫었다. 
어린 날 아버지에게 농부의 자식이 부끄럽다고 말 했을 때 아버지가 꽤나 상심하셨던 걸로 안다. 
얼마 후, 내가 친아들이 아니라며 나는 명가의 후손일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었다. 
나는 그 말만을 믿고 나를 채찍질 했고, 그런 당당함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아, 아버지...
그깟 출신이 무슨 상관인가. 
농부의 자식임을 부끄러워 한 내가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그 동안 아버지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는가. 


게다가 군천세가는 무엇인가. 
그럴듯한 말로 나를 자신의 아들인양 속인 가주는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군천세가는 나를 이용한 것이다. 
나의 사정을 들은 사형제들의 말이 강호에 퍼졌고,
군천세가는 그것을 이용한 것이었다. 
십대세가의 말석에서 오대세가로 도약하기 위해, 나의 무공을 탐낸것이다.

아, 나는 평생 친아버지에게 불효를 했으며, 게다가 군천세가에게 이용당하기까지 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1. 군천세가에게 복수한다.
2. 나의 문파 화산파로 돌아간다.
3. 아버지와 농사를 지으며 산다.
4. 군천세가에서 짱박혀 있다가 군천세가의 가주가 되어 군천세가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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