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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 때리기'의 가벼움

월간조선 2006.12.05 00:30:35
조회 451 추천 0 댓글 11


애국가가 처음 방송을 탄 것은 해방 다음날인 1945년 8월 16일 오후 5시였다. 그날 중앙방송국을 통해 흘러나온 애국가의 노랫말은 지금과 같았지만, 곡조는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이었다. 안익태가 작곡한 애국가는 이듬해 5월에야 공식 석상에서 불렸다. 1935년 11월 미국 유학 중이던 청년 음악가 안익태가 작곡한 애국가는 ‘대한인 국민회(大韓人國民會)’의 적극적인 홍보로 미국 교민사회에 급속히 퍼져 나갔다. 1940년에는 충칭(重慶)의 임시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사용 허가도 얻었다. 미국 교민들과 독립군들은 애국가를 부르며 나라 잃은 설움과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김구 주석은 귀국 직전인 1945년 11월 친필로 제호를 쓴 ‘한국애국가’ 악보를 간행하기도 했다. 애국가를 작곡한 이는 안익태였지만 애국가를 대한민국의 국가(國歌)로 만든 이는 미국 교민, 독립군, 임시정부 그리고 애국가를 부르며 나라를 되찾은 감격을 나누던 대한민국 전 국민이었다. 최근 안양의 한 중학교 음악 교사가 “친일 음악가 안익태가 작곡한 애국가를 양심상 국가로서 인정할 수 없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쳐 파문을 일으켰다. 안익태 친일 논란을 섣부르게 ‘애국가 때리기’로 연결시킨 것이다. 애국가의 작곡자가 1942년 나치 치하 베를린에서 일본의 어용국가 만주국 건립 10주년 기념음악회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는 영상을 접하고 착잡함을 느끼지 않을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착잡함을 느낀 국민 모두가 애국가를 부정하고 욕보이지는 않는다. 애국가는 안익태 개인의 창작물이기 이전에 애국가를 지키기 위해 산화한 순국 선열과 애국가를 부르며 국가관을 확립해온 전 국민의 소중한 재산이기 때문이다. 안익태의 친일 논란을 빌미로 애국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은 작곡자의 부적절한 처신 때문에 상처받은 국민 가슴에 다시 한번 못질을 하는 경솔한 행위다. 애국가의 주인은 작곡자 안익태가 아니라 애국가를 국가로 선택하고 불러온 우리 국민 모두다. 안익태 친일 논란은 ‘애국가 때리기’ 차원이 아니라 ‘국가(國歌) 지키기’ 차원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애국가를 국가로 인정하느냐 마느냐는 중학교 음악 교사의 양심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로 판단할 문제다.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지 않고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 내려면 우선 흥분을 가라앉히고 안익태의 업적과 허물을 차분히 따져보아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안익태의 행적에 관한 연구는 이제 겨우 첫걸음을 디딘 것에 불과하다. 안익태가 지휘봉을 잡은 만주국 건립 10주년 기념음악회의 성격, 그날 연주된 자작곡 ‘만주국’이 ‘한국 환상곡’을 자기 표절한 것인지 여부, 친(親)나치 지식인 대열의 중심에 서 있었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의 정치적 관계 등 해명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안익태에 대한 역사적 판단은 이러한 사실들이 소상히 밝혀진 이후에야 가능하다. 국가로서 애국가의 정통성 판단에는 만든 사람의 정통성과 부른 사람의 정통성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애국가가 불가리아 민요를 표절했다거나 공식적으로 국가로 인정된 적이 없다는 것 등 애국가 때리기는 과거에도 있었다. 거듭되는 공격에도 애국가가 국가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지켜낸 것은 안익태가 훌륭한 음악가였기 때문이 아니라 애국가를 부른 임시정부와 광복군 인사들이 위대한 영웅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60년 간 대한민국의 영광과 환희와 고난의 순간에는 늘 애국가가 함께했다. 애국가의 역사는 곧 대한민국의 영광과 환희와 고난의 역사다. 안익태의 공과 과는 총체적으로 규명되어야 한다. 다만, 작곡자의 허물을 빌미로 애국가를 때리고 국가 정체성을 뒤흔들고, 애국가를 사랑한 순국 선열과 우리 국민 모두를 모욕하지는 말아야 한다. 과거사는 오늘날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숨김 없이 해명되어야 한다. 그러나 과거사를 사자(死者)를 욕보이거나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면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밖에 없다. 전봉관 · KAIST 인문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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