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에서 퍼왔어) 누군가 “어느 집권세력이 해방 후 처음으로 등장한 사림파(士林派)” 운운하는 발언을 했을 때 그 ‘사림파’라는 단어는 분명 ‘개혁적’이고 ‘진보적’이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을 것이다. 현 고등학교 국정 국사 교과서는 ‘사림’에 대해 ‘15세기 중반 이후 성장한 중소 지주적인 배경을 가지고 성리학에 투철한 지방 사족(士族)’이며 ‘(기득권 관료층인) 훈구(勳舊) 세력의 비리를 비판함으로써 그들의 일방적인 독주를 견제’했다고 쓰고 있다. 하지만 ‘사림’은 반드시 개혁적인 세력이었을까? ‘수구적인 훈구파’와 ‘진보적인 사림파’라는 이분법은 과연 타당한가? 조선 전기사(前期史) 전공자인 김범 박사는 최근 출간된 계간지 ‘내일을 여는 역사’(서해문집 刊) 겨울호 기고문 ‘훈구 세력에 대한 공정한 인식과 평가’를 통해 이와 같은 기존의 도식적인 통설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 박사는 “‘조선왕조실록’에 ‘훈구’라 지칭된 인물들에 대해 분석한 결과, 77.5%가 문과 출신이었고 97.1%가 당상관 이상 오른 매우 뛰어난 인재였다”고 말했다. 중신(重臣)으로서 영향력을 충분히 인정받고 행사함으로써 긍정적 순기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훈구’란 말이 ‘중요한 공로를 세운 나이 많은 신하’라는 의미의 ‘원훈구신(元勳舊臣)’의 준말임을 생각하면 어떤 가치 판단이 개입된 것은 아니었다. ‘사림’의 진보성·긍정성을 강조한다고 해서 ‘훈구’의 퇴영성·부정성과 직결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또 ‘훈구’가 ‘높은 관직을 차지한 대신’이고 ‘사림’이 ‘삼사(三司:사간원·사헌부·홍문관) 등 언론 문필을 담당’한 인물이라 볼 때 이들의 임무는 기본적으로 다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실적·보수적 입장에 선 정책 담당자는 이상적·급진적인 감찰 담당자로부터 공격을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것을 ‘도덕성’과 결부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림’은 ‘훈구’와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었나? 꼭 그렇지도 않다. 기존 연구들은 김종직(金宗直)을 사림의 종장(宗匠)으로 보고 있지만, 그가 훈구파의 대표적 인물인 한명회·신숙주 등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사실은 경시되고 있다. 사림을 ‘중소 지주’로 보는 시각도 문제가 많다. 전형적 사림으로 볼 수 있는 영남지역 주요 가문의 경제 규모는 ‘중소’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사림’으로 알려진 중종때 현량과 급제자 28명을 분석한 결과 가문의 위상과 사회적 배경이 기존 지배 세력과 거의 비슷했다. 대표적 ‘사림’인 김장생(金長生)의 5대조는 세조 때 대표적 ‘훈구’였던 김국광(金國光)이었다. 사림은 항상 ‘개혁정치’에 앞장섰나? 사림이 대동법 실시를 주장했다는 통설과는 달리 정작 중앙 사림은 찬·반으로 분열됐고 지방 사림은 대부분 반대했다. 결국 ‘훈구’와 ‘사림’은 이분법적인 관계라기보다는 연속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 김 박사의 주장이다. 조선 중기 이후 성리학이 지배 이념이 되면서 그것을 신봉한 집단을 가리키는 ‘사림’이라는 표현이 점차 널리 쓰이게 돼 기존 세력을 지칭하던 ‘훈구’를 대신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같은 책에 ‘정치 세력인 사림의 역사적 성격과 과제’를 쓴 김돈 서울산업대 교수는 훈구·사림의 사상적 차이에 주목하면서도 “사회계층의 기반이 같았던 훈구와 사림은 시대적·역사적 역할에 관한 특성이 확연히 구분되지는 않았다”며 김 박사의 지적에 타당성이 있음을 언급했다. . . . 한줄 요약/ 훈구와 사림이란, 신분 및 직위에 따른 계층 구분명으로 보는게 적절하다,,,,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