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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바리오 아덴뜨로에 가다(펌)

카산드라 2006.12.05 17:33:34
조회 255 추천 0 댓글 0




여기 처음 도착해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게 '미션 바리오 아덴뜨로(Mision Barrio Adentro, 마을 깊숙히 작전)'였는데, 얼마되지 않아서 '미션 바리오 아덴뜨로'에 의해 운영되는 '꼰술또리오'에 갈 일이 한번 있었습니다. 마르셀로랑 시내에 나갔다가 발을 잘못 딛는 바람에 샌달을 신은 발로 뭔가를 걷어차서 한쪽 엄지발가락의 발톱이 깨져버렸습니다. 처음에는 피도 나고 꽤 징그러웠지요. 그랬더니 마르셀로는 계속 꼰술또리오에 가라고 박박 우기고, 군대 있을 때 비슷한 경우에 발톱을 뽑아버렸던 군의관이 기억나서 겁먹은 저는 그냥 잘 씻고 밴드 하나만 붙이면 될거라고 우기다가.. 다른 친구들이 그래도 한번 가보라고 해서 한밤중에 꼰술또리오를 찾아갔지요. 저녁 10시가 다 되었지만 '똑또르~(Doctor), 메디꼬~(Medico)'라고 몇번 부르니 금방 나와서 무슨 일이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들어가 손짓발짓 섞어서 이렇게 다쳤다고 보여줬습니다. 의사는 발을 자세히 보더니 뭐라뭐라고 하더라구요. 밴드 같은 걸 들었다놨다 하길래, 그건 가지고 있다고 대충 전하고, 글로 적어달라고 했더니 적어주고는 씩~ 웃으며 인사를 하고 가라네요. 돌아와서 에드윈에게 이런 걸 써주더라고 했더니 에드윈이 막 웃습니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종이에는 '잘 씻고, 밴드를 붙이면 된다'고 써있던 게지요. 제가 말했던 그대로였습니다. 마르셀로는 상당히 무안해하더군요.. 후후.. '꼰술또리오'는 이미 많이 알려져있다시피 차베스 정권이 쿠바에 석유를 싼값에 제공하는 대신 쿠바에서 파견한 의사들에 의해 운영됩니다. 현재 약 1만 3000명의 의사가 전국에 흩어져서 베네수엘라에서 기본 의료체계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차베스 정권 이전에는 베네수엘라에 의사가 부족해서 병원에 가야할 경우 멀리 떨어져있는 시내까지 오랜시간 달려간 후 몇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의사를 만날 수 있었고, 비용이 무척 비싸서 여기 국민의 약 70%를 차지하는 대부분의 빈민들은 감히 병원에 갈 엄두도 내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차베스 정권이 들어선 이후 실시된 '미션 바리오 아덴뜨로'에 의해 이제 빈민들도 가까운 곳에 있는 무료 병원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게 되었지요. 꼰술또리오가 그냥 명목상의 정책이 아니라는 것은 빈민가에 오면 너무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24시간 개방되어 운영되는 꼰술또리오는 빈민가를 걷다보면 한국에서 편의점을 만나듯이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미션 로빈슨' 교사인 사무엘에게 스페인어를 배우러 다닐 때에, 마르셀로의 집에서 사무엘의 집까지는 약 10분정도의 거리인데, 그 사이에 '꼰술또리오'를 세 개나 볼 수 있습니다. 빈민가에서는 한 동네에도 몇개씩 설치된 꼰술따리오를 만날 수 있고, 시내에서도 주택가에서는 자주 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정말 '마을 깊숙히' 들어와 있는 거지요. 각 꼰술또리오에는 3명의 의사가 숙식하고 있는데, 파견된 의사들은 치료를 넘어 기본적인 상담과 예방의료를 실시하기 때문에 빈민가 전체의 건강상태를 놀라운 속도로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전체 국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절대 빈곤층은 이 '미션 바리오 아덴뜨로'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만나는 활동가나 빈민들중에서 꼰술또리오에 대해 찬양하지 않는 활동가를 만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리고 물론 꼰술또리오에 한두번 신세를 지지 않은 사람들 역시 만나기 힘듭니다. 그러나 그게 단지 석유가 있으니까 그걸로 맛바꿔치기 한 거지 하는 식으로 판단해서 우리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큰 착각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현재 베네수엘라의 GNP가 3-4000불 정도에 불과한 것을 먼저 떠올려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늘 무료 의료나 무료 교육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시기 상조다, 돈이 없다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지만, 한국의 GNP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의 베네수엘라에서 이런 의료 정책이 가능하다는 것은, 소득을 어떻게 분배하고 활용하는지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실천으로 입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존에 명목상으로 국유화되어 있던 석유를 실질적으로 국유화 함으로서 그 이익을 여기에 돌릴 수 있었던 것이지요.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라 오히려 국유화되어 있는 산업들을 매각하고 있는 다른 나라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입니다. 베네수엘라에는 무료 의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값싼 음식을 공급하고, 국내 중소기업을 키우기 위해 '미션 메르깔(Mision Mercal)'을 실시하고 있는데, 미션 메르깔에서 구입하는 음식값은 정말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쌉니다. 몇천원이면 몇일 먹을꺼리를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조차 사먹기 힘든 국민들을 위해서는 '까사 데 알리멘또스(Casa de Alimentos, 음식의 집)'을 통해 무료로 음식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정책 이후 학교를 포기한 민중들을 위해 '미션 로빈슨'을 통해 문맹자들이 글자를 배우고 기초 교육을 받기 위해 학교에 나올 경우 3개월 이상이 되면 기본 생계비를 지급하고 있으며, 그 상급 학교로 끌어들이기 위해 '미션 리바스'(Mision Rivas, 고등학교) , '미션 수끄레'(Mision Sucre, 초급 대학교) 등의 미션이 연이어 실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기에 빈민가들이 몰려있는 산중턱에 산사태가 자꾸 일어나자 이번에는 그 집들을 이사시키고 개량하는 또 다른 미션을 전개하기 시작했으며, 지난주 부터는 민중들의 문화질의 향상을 위해 '미션 꿀뚜라(Mision Cultura, 문화 작전)'를 시작했습니다. 미션 꿀뚜라는 각 커뮤니티에 문화 교사들을 양성해서 그들을 통해 전체 인민들이 문화를 마음대로 배우고,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작전입니다. 기본적인 생계의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하자 이제 민중들의 삶을 더욱 풍요하게 만들기 위한 작전이 시작된 것이지요. 그런 미션에는 물론 당연하게도 엄청난 비용들이 들어갑니다. 그 비용은 대부분은 국유화한 사업들에서 나오는 수익들을 돌린 것입니다. 이 혁명 정부는 미션들을 통해 민중들의 기초적인 생활 보장부터 시작해서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꾸준히 전진하고 있습니다. GNP 3~4000불의 베네수엘라에 사는 절대 빈곤층의 삶은 이제 곧 한국의 웬만한 중산층 보다도 더 안정되고 더 편안하고, 더 문화적으로 풍요한 삶을 누리게 될 것 같습니다. 이미 그들은 더 이상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으며, 병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돈이 없어서 배우지 못하는 일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죽어간 농업이 농지혁명을 통해 일어서고 있습니다. 완전히 초토화되었던 공업이 다시 서서히 살아나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헌법을 사랑하며, 헌법의 정신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남미에서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민중봉기에서는 차베스의 이름이 연호되고, 베네수엘라처럼 만들자는 구호가 넘쳐 흐릅니다. 지금은 귀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꼭 다시 돌아와 정말로 'Venezuela Adentro(베네수엘라 아덴뜨로,베네수엘라 깊숙히)' 한번 들어가보고 싶습니다. 이들 혁명 속에 들어가 그 동력과 역사, 그리고 그 안에 전개되고 있는 문제점 등을 조목조목 파해쳐서 21세기에 우리 앞에 새롭게 펼쳐진 이 혁명을 꼭 국내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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