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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적배사마귀 초대형 암컷 시집보내기.jpg

좀머전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3.01 10:26:12
조회 73961 추천 428 댓글 205

고대의 전설과 민담에는 거대한 괴물이나 거인을 퇴치한 영웅의 이야기가 나온다.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로스를 쓰러뜨렸고(원작에서는), 유럽에서는 거인을 잡는데 도통한 잭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는 약팀과 강팀이 대결할 때마다 사용되는 흔하디 흔한 비유가 되었다.


수컷 사마귀들에게도 거대한 괴물을 상대할 숙명이 존재한다. 

문제는 그 괴물이 허니문을 보낼 아내라는 사실이다. 승산은 순전히 암컷의 공복 여부와 수컷의 노련함, 그리고 신(사육자)의 개입 여부에 달렸다.


그런데 이번 메이팅엔 변수가 하나 더 생겼다. 암수간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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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컷의 크기가 그렇게 작은 것은 아니다. 넓적배사마귀 수컷이 52mm면 쏘쏘한 축이다. 

일반적인 암컷의 몸길이는 60mm 안팎이고 65mm를 넘으면 대형으로 쳐 준다.


문제는 이번 암컷의 사이즈가 너무 거대하다는 데에 있다. 현재 사이즈는 71mm. 이 시점에선 초대형으로 분류될만 하다.


이 녀석은 이미 우화 부전으로 비실비실한 왕사마귀 암컷을 먹어치운 적이 있는 괴물이다. 

왕사마귀 암컷은 썩어도 준치일텐데 자기보다 우위에 있는 종을 판단 없이 즉각 먹이로 인식했다는게 신기했다.


(이번 메이팅을 위해 입에다 밥을 양껏 대줘서 시선을 뺏을 생각인데, 다 먹고 나면 배가 더 빵빵해지고 길어질 것이다)


좋은 풍조는 아니지만 헬조선 이야기가 넷상에서 밥먹듯 나오곤 한다. 

아열대성인 넓적배 역시 한반도의 헬스러운 변덕 기후앞에서는 리미터가 걸리는 것 같다. 

동남아산 동종은 80mm도 흔하게 표본시장에 유통되는데...이 암컷은 태어날 때부터 실내에서 따끈한 삶을 살다 보니 리미터가 해제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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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코디악 불곰 등 위에 올라타는 기분이 이런 걸까...

수컷이 초장에 몇번 시도해보다 교미를 포기했다. 곤충에게 두려움은 없겠지만 도저히 올라타 제압할 판단이 서지 않았나 보다.


그러나 녀석의 신경덩어리는 그렇게 판단할지 몰라도 내 머리는 좀 더 무리해서 메이팅을 해 보기로 결정했다. 


나는 머리통이 커서 영국 시인 바이런과 맞먹을 거다! 그 그게 따 딱히 지능과 직결되는건 아니지만...여튼 신경덩어리보단 인간의 뇌를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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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셋으로 수컷의 등을 집어 암컷 등짝에 어떻게든 갖다 올려주니 교미 태세에 들어가긴 들어갔다. 

우물쭈물하는 녀석을 강제로 떠밀고 있자니 악랄한 소련 정치장교가 된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알은 받고 볼 일이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더 생겼다. 사이즈 차이가 너무 나다 보니 합체 각도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보통 같으면 폴짝 뛰어올라 합체할 각도인데 수컷의 생식기가 아무리 쭈욱 늘리고 애를 써도 닿지 않았다.


그 사이 암컷의 입에 물린 슈퍼웜은 2마리째가 사라져 가고 있었다. 포만감에 찬 암컷의 관심이 남편에게 가기 전에 일을 처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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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되기로 했다. 핀셋으로 수컷의 날개 꽁지부분을 잡은 다음 뒤로 잡아당겼다. 


더 해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쭈욱 당기니까 그제서야 합체각도가 나왔다. 

이게 고생고생해서 합체하는 슈퍼로봇도 아니고 무슨...여튼 남자는 합체다 시몬! 시몬이 될지 키탄이 될진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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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그렇게 자연스러운 그림은 아니다. 고갤 영감님들은 상상력을 풀가동하며 좋아할지도 모르겠는데...

물론 엘레강트한 개죽음보다는 진흙탕 속에서 임무를 완수하는게 낫다.


52mm와 71mm가 합체를 하자니 잘 안되는건 어쩔수 없다. 평범한 상황이었으면 60mm급 마누라를 얻었을 테지만 이것도 자기 팔자다. 


그리고 이 와중에도 밥을 있는대로 먹어댄 암컷의 사이즈는 71mm를 훌쩍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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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암컷 사이즈는 74mm를 살짝 넘는다. 

완전히 직선으로 몸을 쫙 펴고 재면 75mm+까지 나올 수 있다. 공식적으로 측정된 개체 가운데에서는 최대 기록이다. 


이쯤 되면 동남아에 사는 친척들이나 아프리카 왕사마귀가 생각난다. 닝겐상의 개입이 아니었다면 평범한 인남캐 수컷이 감당할 상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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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사이트 회원분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할 남녀구도 같긴 한데...더 이야기하면 좋지 않을것 같다. 디시 김유식 대장 만세!

유심히 보면 알겠지만 수컷도 한바탕 푸닥거리를 하는 과정에서 암컷 더듬이 하나를 날려먹었다. 

(그러고도 본인은 마미선배의 전철을 밟지 않은게 참 용하다)


그러나 아직 해피엔딩이라고 보기엔 이르다. 사마귀의 교미는 길게는 한나절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어쩌면 한 번의 판단 미스로 인해 자녀를 위한 보양식이 될지도 모른다. 그건 그거대로 좋은 거긴 한데ㅋㅋㅋ


아직도 녀석들은 내 책상 옆에서 데스 허니문을 즐기고 있다.



출처: 초개념 갤러리 [원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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