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도깨비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이보다 더 해피엔딩은 없을거 같음.
먼저 도깨비부터 살펴보자.
가장먼저, 도깨비는 더이상 죽음을 원하지 않아도 됨. 당연하지. 살아있어야 다시 태어난 은탁이를 만날 수 있으니까. 따라서 자신의 영원같은 삶이 더이상 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 900년의 세월을 제 삶이 벌이라고 생각하며 꾸역꾸역 이어갔었는데 이제는 그 삶이 더이상 벌이 아니라는거, 스스로가 제일 잘 알게 된거야. 스스로 선택한 삶이니까. 언제고 태어날 은탁이를 위해 기다리는 삶을 살아가기로 한거니까. 물론 언제고 생겨날 은탁이와의 이별은 쓸쓸하겠지. 그치만 은탁이를 다시만날 순간에는 또다시 찬란해질거야. 쓸쓸하고 찬란한 신이 그의 영원같은 삶을 더이상 벌이라 여기지 않게 되었다는거, 그거야말로 엄청난 일 아니냐.
그리고 도깨비는 더이상 죽지못해 사는 삶이 아니야. 가슴에 있는 검은 없어졌고 비록 지금 신의 모습으로 그가 가진 능력을 다 가지고 있지만 본디 인간이었던 영혼이야. 도깨비는 제가 원한다면 이제 얼마든지 도깨비로서의 삶을 끝낼 수 있지. 실제로 신이 그의 죄는 끝났으며 평안을 찾을 수 있는 선택지를 주기까지 했는걸. 다만 도깨비가 여기에 남겠다, 하는 선택을 한것 뿐이야. 이제 그는 죄로써 살아가는 것이 아니니까 얼마든지 제 삶을 선택할 수 있게 된거지. 그는 그저, 앞으로 몇번의 생을 더 살아갈 자신의 신부를 위해 도깨비로 남아있기로 한거야. 은탁이의 네번째 생이 다 끝나면 은탁이와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가겠지. 저승이와 써니가 그러했듯이.
또 그는 애초에 백성들을 지키던 무신이었어. 그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 스스로 자신의 인간들을 지키면서, 때로는 인간들이 그의 곁을 지키면서 살아갈 수 있을거야. 제 본래의 모습마저 온전히 갖게 된. 그야말로 '김신'일 수 있게 된거지.
그렇다면 은탁이를 한번 봐보자.
작가는 네번의 생이라는 떡밥을 던졌어. 그리고 우리모두 은탁이의 삶이 몇번째인지 궁금해했지. 만약 이번 생에서만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은탁이의 다음 생은? 이라는 의문이 남았을거야. 그리고 작가는 은탁이의 그 다음생까지도, 앞으로의 모든 생이 전부 도깨비와 함께라는걸 알려준거야. 생을 넘어선 운명, 인연. 그게 은탁이에게 있는거지.
그리고 그 선택은 다름아닌 은탁이가 한거야. 모든게 정해진 운명? 천만에. 차를 마시지 않은 것은 은탁이의 선택이었어. 심지어, 기타누락자이면서 그의 죽음까지도 은탁이는 본인이 선택했는걸. 신은 명부도 뒤늦게 날렸잖아ㅋㅋ 모든건 신이 아닌, 은탁이 스스로 선택한 삶이지. 그의 도깨비와 마찬가지로. 역시, 너무나도 도깨비 신부 답구나, 싶지 않니.
저승이를 한번 봐보자.
저승이는 사실 저승사자로써 살아가는거 자체가 일종의 벌이었어. 만약 저승이와 써니가 이번 생에서 그들로써 행복을 찾았다면 저승이는 벌이 끝나지 않은 상태로 사랑을 이어가는게 돼. 도깨비는 제 죄를 끝내고 스스로 선택한 삶 속에서 사랑을 이어가는데 저승이는 그렇지 않다면 그거야말로 너무 슬픈거잖아. 필연적으로 저승이는 다시 태어날 수 밖에 없었어.
또, 저승이에게는 기억을 잃었던 것이 죄였지. 도깨비가 왕여를 찾아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해버렸잖아. 용서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기억 없는 자를 마음껏 미워할 수 없고. 그리고 기억을 찾았다는 것 역시 죄였어. 본인의 죄를 모두 짊어지게 된 것이니까. 저승이에게는 망각의 축복이라는 것이 없었던거야. 그치만 다음 생에서, 저승이는 망각의 축복을 누리면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써니를 사랑하게 된거지. 모두에게 공평한 그 축복에 그제야 왕여에게도 내릴 수 있었던거야.
그럼 써니는.
전생에도, 현생에도 기다리는 사랑밖에 할 수 없던 김선은 제 스스로 그 사랑을 끝냈어. 그리고 기다림이라는 벌을 왕여에게도 줬고. 그의 이번 삶에서 모든 죄를 다 끝내고 다음 생부터는 자신과 함께 할 수 있도록. 그렇게 스스로 끊어서 다음생에 맺어질 수 있도록. 아니 세상에. 다음 생을 위해서 이번생의 사랑을 포기하다니. 자신을 죽인 정인까지 마음에 품었던 왕후다운, 모든걸 기억하면서도 조용히 혼자 다 감내하던 누구보다 강한 써니다운 선택 아닌가. 이번 생을 넘어서 다음 생까지 본거잖아. 난 써니만큼 도깨비에서 강한 캐릭터가 또 없는거 같음.
그리고 신.
모든걸 다 정해놓은 것처럼 보였지.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를 만나게 하고, 김신과 왕여를 만나게 하면서. 운명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모든걸 정해놓은 것처럼. 그렇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걸 작가가 말해줬어. 모든 선택은 도깨비가, 도깨비 신부가, 왕여가, 김선이. 다들 제 스스로 선택해서 인생을 만들어간거야. 그리고 어떤 절망과 허무의 순간에서도 그것을 빠져나갈 문을 만들어놨다는 사실까지도. 도깨비에겐 연인이 쓴 계약서로, 도깨비 신부에겐 그가 찾아준 단풍잎으로. 어찌보면 너무나 야속했던 그 신은 사실 늘 우리곁에 머물며 운명이라는 질문을 던질 뿐. 스스로 선택을 해서 삶을 개척하는건 우리의 손에 맡겼다는 것을 보여줬지.
마지막으로 인간.
더 말해 무엇 해? 이 퍽퍽한 세상에, 인간은 도깨비라는 하나의 수호신을 여전히 더 가질 수 있게 된거지. 적어도 그의 신부가 앞으로의 남은 모든 생을 살아갈 때까지는.
나는 이만큼 모두에게 더 큰 해피엔딩은 없다고 생각해. 이렇게 모든 떡밥을 수습하면서 -네번의 생, 운명, 선택, 삶, 죽음, 죄, 망각, 생을 넘어선 인연 등등- 이렇게 완벽한 해피엔딩의 모습을 그려냈다는데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어. 난 이제 김신도, 은탁이도, 왕여도, 김선도 아무도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다들 자신이 선택한 삶이고 그들은 기꺼이 그 삶을 누리며 살아갈테니까. 나는 이 결말만큼 완벽한 해피엔딩은 없다고 생각하니까.
나는 그냥 내가 제일 불쌍해ㅋㅋㅋㅋ 머리로는 다 납득 되거든. 이게 더 큰 그림이라는거, 다들 이번 생을 넘어 다음 생까지 사랑하고 그게 그들에게 더 큰 해피엔딩이라는 것을 알아. 하지만 나는 이번 생에 있는 그들의 해피엔딩을 응원했던 거거든. 내가 함께 공감하고 같이 울고 슬퍼하면서 응원하던 그들은 이번 생을 살던 그들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이 이번 생은 새드엔딩이었잖아. 그게 더 큰 해피엔딩으로 가기 위한 발판이었다고는 해도.
결국 그들을 응원하던 내가 가장 불쌍한거 같다^_ㅠ 나만 남겨두고 다음 생으로 넘어가다니ㅠㅠㅠㅠ 홀로 남은 내가 너무 쓸쓸하잖아ㅠㅠㅠㅠ 이게 모두 이번 생을 살아간 이들 모두가 하나하나 다 너무 소중하기 때문인거 같은데. 그렇기 때문에 이런 쓸쓸한 마음도, 그들 모두가 더 행복할 수 있다면야.. 하는 생각이 들면 또 진심으로 축복해줄 수 있겠지. 다만 지금은 그냥 나에겐 아직 새드엔딩인게 더 크다는거ㅠㅠㅠㅠㅠ 머리로는 해피엔딩이라고 이해하지만ㅠㅠㅠㅠ..
아무튼 나는 결말도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맘에 든다. 결말가지고 이래저래 논란이 많은건, 믄숙킴이 새드엔딩도 해피엔딩도 다 그려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본인 마음 속에 더 크게 남은 엔딩이 새드라면 새드일거고, 해피라면 해피인거겠지. 그 둘 다를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새드도 해피도 아닌거 같아서 혼란스러울 수 있을거 같고. 그리고 나처럼 그 혼란을 조금이나마 갈무리 하기 위해서 이렇게 긴 이야기를 적어내려 갔을 사람들도 있을거 같고. 그게 어떤거라도 본인이 느낀쪽이 답이라고 생각해. 은숙킴은 결말을 던져줬을 뿐이고, 선택은 그 결말을 본 우리 스스로가 하는거니까. 그치?
이렇게 도깨비가 끝났다. 아니, 어쩌면 끝나지 않은것 같기도 하다.
내가 모르는 다음 생에서 행복할 그들을 생각하면 끝나지 않은거 같기도 하고.
그 곳에서 행복하다 한들 내가 모르니 다 끝난거 같기도 하고.
하지만 단 하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도깨비는 참 쓸쓸하면서 찬란한 드라마로 남은거 같다는 것.
그의 삶 만큼이나, 긴 시간 동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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