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고갈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는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 전망을 위한 재정추계전문위원회 위원장에 보험료율 인상을 주장해온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임명됐다.


4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전 위원장을 비롯해 총 11명의 전문위 인선이 마무리됐다. 근로자·사용자·지역가입자·전문가 단체가 추천한 전문가 8명, 정부위원 2명 등으로 꾸려지는 전문위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연금 고갈 방지를 위한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전문위의 재정추계 결과는 향후 연금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의 기초 자료로 쓰인다.

그동안 전 위원장은 보험료를 더 내는 방식의 모수개혁을 주장해왔다. 모수개혁이란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보험료를 올리거나 수령하는 연금 등을 조정하는 방식의 개혁을 뜻한다. 전 위원장은 지난해 한 세미나에서 "보험료 인상 없는 수입·급여 조정을 통해서는 국민연금 재정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다"며 "보험료 인상을 중심으로 수급 연령 상향, 물가지수 적용 조정, 급여 산식 조정 등을 함께 활용해 수급자들이 수용 가능한 정책 조합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연금제도 전반을 손질하는 구조개혁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제4차 재정계산 당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함께 올리는 내용의 정부안과 관련해 국민연금연구원 보고서에서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재정평가 결과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대안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로는 김승연 서울연구원 연구위원과 김종호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 박성용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이항석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한정림 국민연금연구원 재정추계분석실장이 포함됐다.

연금개혁에 관한 전 위원장의 입장이 윤석열 정부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향후 정부·국회 논의 과정에서 보험료율 인상 등이 강하게 추진될지 주목된다. 윤석열 정부는 '더 내고 덜 받는' 재정 안정론을 유지하고 있다. 위원회는 오는 16일로 잠정 예정된 2차 회의에서 추계변수·모형 등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내년 3월까지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 등 재정추계 결과를 도출할 계획이다. 이후 복지부의 재정계산위원회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연금제도 개편을 논의한다. 현행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개편안은 내년 9월 말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10월 국회에 제출돼야 한다. 재정계산은 5년에 한 번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