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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추석 열전] 정도전의 추석 달맞이

ㅇㅇ(183.97) 2017.10.02 02:12:30
조회 1103 추천 17 댓글 3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61745&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앞 생략)


정도전이 보낸 추석 풍경이 전형적인 추석날 모습

<중추가>에 따르면 정도전은 추석날 밤 친구들과 함께 높은 집에서 모였다. 정도전의 시에는 그런 집이 고당(高堂)으로 표현됐다. 높은 집을 찾은 것은 달구경을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 사람들만 모인 것은 아니다. 술과 안주, 먹과 종이도 함께 모였다. 

고당에는 발 즉 가림막이 쳐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보름달을 보는 게 목적이었으므로, 추석날 밤에는 이런 발을 치웠다. 그러면 달빛이 환하게 마룻바닥을 비췄다. 비가 오거나 구름이 낀 날이 아니면 이랬을 것이다. 보름달이 어찌나 환히 비추는지, 밤이 아니라 낮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한다. 

달빛으로 환하게 물든 속에서 정도전과 친구들은 음식도 들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었다. 이런 자리에 빠질 수 없는 게 있었다. 시 낭송이었다. 선비들의 시 낭송에서 빠지지 않은 주제는 신선이었다.

유교는 말이 종교학이지, 사실은 정치학이나 윤리학에 가까웠다. 그래서 사후 세계나 내세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선비들 중에는 신선교(한국식 도교)나 불교에 관심을 갖는 이가 많았다. 그런데 선비 입장에서 '나는 부처가 되겠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신선이 되겠다'고 말하는 것은 무방했다. 그래서 선비들은 신선이 되고 싶다는 시를 많이 썼다.

정도전이 참석한 추석 달맞이 때도 그랬다. 8월 한가위 달을 보면서 신선이 되고 싶다, 신선처럼 살고 싶다, 하는 감정을 시에 담았다. 그런 꿈같은 희망을 담은 시들이 달빛 아래에서 쏟아져 나왔다. 100편의 시가 나왔다는 표현을 보면, 꽤 많은 시들이 즉석에서 지어진 모양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정황이 <중추가>의 앞부분에 나온다.

"지난해 한가위 달맞이 때엔
노래하고 춤추며 즐겁게 잔치를 벌였다.
고당에서 발을 걷으니 밤이 낮인 듯했다.
맑은 빛이 엉기고 신선을 모신 자리에서
취중에 달을 향해 외쳐 금 항아리를 만들어내고
옥병에 좋은 술이 있어 100편의 시를 지었다."

정도전은 고려 말기인 1342년 출생했다. 그래서 그가 젊은 시절 보낸 추석 풍경은 고려시대 추석 풍습이다. 이 풍경은 그 이전은 물론이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전형적인 추석날의 모습이었다.


정도전과 그 친구들은 선비이거나 관료였다. 그러므로 그들이 지낸 추석은 일반 백성들의 추석과 완전히 같을 수 없었다. 일반 농민들은 높은 누각을 구할 수 없으니, 집이나 인근 쉼터에서 달맞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또 시 쓰는 법을 배우기 힘들었으므로, 다른 소재로 대화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이런 세부적 차이만 빼면, 사람들이 함께 모여 달을 보며 음식을 나누고 노래하고 춤추는 풍경은 신분과 계층을 막론하고 별 차이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중략)


그런데 <중추가>란 시를 지은 1375년은 정도전 인생에서 최대의 시련이 시작된 해였다. 정도전은 개혁 군주인 고려 공민왕의 총애를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그 공민왕이 1374년 사망했다. 그러자 보수파 거두 이인임이 어린 우왕의 후견인 역할을 하면서 권력을 잡았다. 배우 조재현이 주연한 KBS 드라마 <정도전>에서는 배우 박영규가 이인임을 연기했다.

공민왕의 업적 중 하나는, 몽골과의 사대관계를 청산하고 신흥 강국 명나라와 동맹을 체결한 점이다. 정도전은 이런 흐름에 편승해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공민왕이 죽은 뒤에 이인임은 몽골과의 전통적 관계를 복구하려 했다. 정도전은 여기에 도전했다. 보수파가 정권을 잡은 뒤였으므로 정도전의 도전은 시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귀양을 간 때가 1375년 추석 3개월 전이었다.

그래서 정도전은 그 해 추석을 귀양지에서 보내야 했다. 홀로 보름달을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느낀 지독한 쓸쓸함 때문에, 이전에 즐긴 추석을 추억하며 <중추가>란 시를 지었던 것이다. 예전에는 술과 노래와 시와 친구들이 있는 속에서 보름달을 구경했었다. 하지만, 1375년에는 유배지에서 홀로 지내야 했다. 이런 감정이 <중추가>에 이렇게 묘사돼 있다.

"금년엔 멀리 회진현에서 귀양을 살게 되니
······
이제 와서 달을 보니 몇 배나 더 슬프고
머리 돌려 보니 옛 친구들은 연기처럼 사라져 있네."

전년도까지만 해도 친구들로 인해 시끌벅적한 속에서 달을 감상했다. 그래서 달을 보다가 고개를 돌리면 옆에 친구들이 있었다. 그런데 1375년에는 고개를 돌려봐도 옆에 친구들이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이 연기처럼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든 것이다.

정도전은 '내년 추석에는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감을 품었다. 흉악 범죄를 지어 유배를 온 게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유배를 왔으니, 상황이 바뀌면 개경으로 금방 복귀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렇지만 보수파가 정권을 잡고 있으니, 이런 상태가 계속 이어질 수도 있었다.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복잡한 심경이 <중추가>에 이렇게 담겨 있다.

"내년에 달 보는 곳, 또 어디가 될까?
즐거울지 슬플지 알 수 없구나."

정도전과 함께 유배를 떠난 동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들 개경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정도전만은 달랐다. 이인임 정권이 정도전은 예사롭지 않게 본 것이다. 정도전은 2년 뒤 유배에서 해제된 뒤에도 개경에 복귀하지 못했다. 견제가 대단했던 것이다. 그래서 계속 야인 생활을 해야 했다.

야인 생활이 끝난 것은, 1383년에 함경도의 이성계 장군을 찾아가 동지 관계를 맺으면서였다. 스스로 길을 뚫은 뒤에야 그 생활은 끝이 났다. 그렇게 돌파구가 뚫리기 전까지는, '내년에는 저 달을 기분 좋게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매년 추석을 보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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