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충각당한 잠수함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kancolle&no=1663492

예전에 이런 농담이 있었지. '소금'을 가장 비싸게 팔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가? 

정답은 '소'와 '금'으로 나눠서 판다!

…그럼 포큐파인(호저)를 둘로 나누면 어떻게 될지 한 번 알아보자.

호저(Porcupine)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사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동물이다.

HMS 포큐파인은 영국의 P급 구축함이다. 속도는 37노트 정도로 괜찮지만 무장은 4인치 포 5문에 어뢰 4발, 표준배수량은 1700톤 수준. 전시라서 급했던 영국이 전시 비상 계획으로 찍어낸 구축함 112척 중 하나. 얘네는 지켜야 할 곳이 넓으니 어쩔 수 없지….

1942년 8월 31일에 취역. 같은 해 11월 11일에는 U-380에 격침당한 배의 선원 241명을 네덜란드 해군과 협력해 구조.

같은 12월 9일, 포큐파인은 지브롤터에서 출항한 잠수함 보급선 HMS 메이든스톤을 호위하는 중이었음. 메이든스톤의 목적지는 연합국이 탈환에 성공한 알제리 항. 직선거리로 약 450km 정도로, 하루 좀 넘게 항해하면 도착 가능한 짧은 거리. 

하지만 두 척의 배는 U-602에 포착당했고, U-602는 메이든스톤을 향해 어뢰 4발을 발사, 메이든스톤은 화를 면했지만 4발 중 1발이 포큐파인에 명중. 하필이면 좌현 기관실에 직격하는 바람에 엔진은 나가고 거의 선체가 반으로 쪼개지기 직전이 됨. 인적 피해는 사망자 7명과 부상자 3명. 다행히 HMS 배녹(Vanoc)이 와서 생존자들을 구조함. 기우는 걸 막기 위해 상부 구조물을 제거한 후 예인이 시작됨. 처음엔 영국 프리깃이 예인하다가 프랑스 예인선이 인계받음.

일단 항구에 도착은 했지만 이건 뭐 손 쓸 도리가 없는지라, 배는 완전손실 판정을 받고, 포큐파인은 3개월을 겨우 넘긴 짧은 함생을 마치게 됨.

포큐파인이 손실된 장소. 좌표 찾느라 약간 헤맴.

…그런데 얘기가 여기서 끝난 게 아니라, 영국 해군이 얘를 다시 영국까지 끌고 가기로 결정함.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예 완전히 두 쪽을 내서.

이렇게 하여 HMS 포큐파인은 HMS 포크(Pork)와 HMS 파인(PIne)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영국 해군식 덧셈법. 호저(포큐파인) = 돼지고기(포크) + 소나무(파인). 위쪽 포크가 선수고 아래쪽 파인이 선미다. 파인의 경우 예인선이 보조해 주고 있다.

지브롤터를 경유해서 포츠머스에 도착한 두 척은 LST 승무원들의 해상 숙소로 사용됨. 전후 포크는 포츠머스에서, 파인은 사우스햄프턴에서 따로따로 해체됨.

그리고 포큐파인을 격침(?)시킨 U-602는 포큐파인이 최초이자 최후의 전과가 되었다. 1943년 4월에 행방불명.

칸코레 이야기 : 포큐파인 개장하면 두 척으로 나눠지는 건가요? 아니면 게임상에선 한 척으로 처리되는데 쌍둥이 캐릭터라도 괜찮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