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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신플 음성 판정 기념ㅋ 일일 이 편. 미설비설비.

오글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11.02 20:19:31
조회 525 추천 0 댓글 21

														






















  이른 아침부터 무슨 바람이 불어 찾아왔나 했더니, 설원은 웃고 말았다.
  "검합이라니요. 비담공, 늙은이를 놀리면 못 씁니다."
  "에이. 그러시지 말구요."
  이미 공이라 불리고 있음에도 비담은 설원 앞에서는 유독 소년처럼 굴었다.
  "요즘 몸이 안 풀려서 그럽니다."
  "유신공께라도 청해 보지요."
  "그 친구는 꽉 막혀서 죽기 아니면 살기인걸요. 알천이요? 더하면 더했지요. 아시면서 그러십니다. 예? 설원공. 오래 안 붙들겠습니다. 딱 두 시진만, 아니 한 시진만요."
  결국 설원은 그 칭얼거림에 못 이겨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딱 한 시진만입니다."
  얼마만에 검을 쥐어보는 것인가. 검자루가 손에 설었다. 갑옷을 벗고 붓을 쥔 지가 벌써 오래였다. 이런 마당에 몸까지 쇠한, 중년이 넘은 남자와 검을 겨루겠다니 어찌 괴벽이 아니라할까…….
  목검을 똑바로 겨누고 들어오는 비담을 보는 설원의 머릿속에서 문득 오래된 기억이 별처럼 떠올랐다. 손가락 끝은 머리가 미처 시키기도 전에 자분히 누르듯 검날을 누였다. 비담의 검이 무슨 속임수라도 쓴 양 나무로 된 검날 위를 사악 스쳐지나갔다. 흘러갔다.

 


*

 


  미실의 부르튼 손을 보며 설원은 가슴이 에여오는 것을 느꼈다. 설원이 무진 조심스럽기는 하나, 상처에 발라지는 고약이 따갑지 않을 리가 없는데도 미실은 이를 악물고 신음소리를 참았다. 명주천을 꼼꼼히 감아 매듭을 짓고 나서야 반대편 손으로 한 번 쓸어보고, 그걸로 그만이다. 모질기는.
  "그만 하면 됐어. 그만 하면 여인으로서는 검으로 널 따를 자가 없을 거다."
  "모자라."
  소녀의 고집일까.
  그렇다기엔 너무 필사적이었다.
  "뭘 위해서 그래?"
  미실은 까만 눈으로 설원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여인이라고 날 무시하는 이들이 없도록 만들 거야. 전장에서도 내 한 몸 스스로 지킬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거야."
  까만 눈은 파랗게 타오를지언정 흔들리지 않았다.
  설원은 눈가가 내려앉는 것을 막지 못했다. 어쩌다 이 아이를 연모하게 되었을까. 어쩌다 이렇게 가슴 에이는 길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물은들 무어하겠나. 언제 처음으로 저 눈을 바라보며 설레었는지도 이미 잊은 것을.
  "그렇다면 이렇게 하자."
  "어떻게?"
  "내가 너를 위한 검술을 만들어줄게. 너는 여인이기 때문에 사내만한 근력이 없다. 그렇다면 그 근력을 흘리듯이 받아 넘길 검술을 내가 만들게. 어때? 그럼 그걸 배워보겠어?"
  "설원……."
  미실은 복사꽃이 피듯 웃었다.
  "고마워."
  그 웃음만은 참으로 기뻤다.

 


*

 


  몇 합을 겨루어도 마찬가지였다. 비담의 검은 흘러가기만 했지, 설원의 머리카락 하나 건드리질 못했다. 반면에 설원은 별 움직임 없이도 세 번이나 비담을 궁지까지 몰았다가 풀어주었다. 한 시진이 조금 넘었다. 결국 비담이 두 손을 들었다. 목검이 저만치까지 날아가 처박혔다.
  비담은 욱신거리는 손을 털며 볼멘 소리를 했다.
  "늙은이가 뭐 어떻다고 하셨지요? 예?"
  설원은 허허로이 웃으며 목검을 제자리에 얌전히 꽂았다.
  뒷짐을 지고 몇 발자국 걸어, 어린 시절에 그랬듯 소탈하게 돌계단에 앉았다. 멀뚱히 보고 있던 비담도 곧 쫓아와 그 옆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볕이 좋았다.
  볕을 쪼이던 설원이 한가로운 어조로 말했다.
  "늙은이의 검이 맞습니다."
  "또 그러신다."
  "늙은이의 검이고, 여인의 검이고, 그렇지요……."
  여인의.
  가슴 언저리가 자르르 저렸다. 설원의 눈이 어느샌가 깊이 잠겨들고 있었다. 장난기 잘잘하던 비담의 얼굴도 어느새 차분해졌다. 설원의 것과 꼭같이 잠겨든 눈으로 비담은 그의 옆얼굴을 말끄러미 응시했다.
  "새주의 검이었습니다."
  "새주께서…… 검을 쓰셨습니까."
  "예. 새주께서 친히 전장에 나가곤 하던, 그 무렵이었지요. 그 때부터 다른 이에게 몸을 의탁하는 일에는 질색하셨습니다. 아니, 되려 그 때가 더 심했을지도 모르겠군요……. 젊은 혈기란 으레 그런 것이니까요."
  모진 사람이었지요.
  "사내의 검을 익히느라 손이 부르트고, 어깨가 망가지는 모습이 측은하여, 제가 만들어드렸습니다. 이 검술을."
  "새주께서, 기뻐하셨겠군요."
  "예……. 기뻐하셨지요."
  고마워.
  앳된 목소리가 바로 조금 전에 들은 양 설원의 귓가를 쟁그라니 울렸다.
  설원, 고마워.
  그리고 또, 귓가를 아프게 파고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왕이 되려 합니다.

 

  해바라기를 하던 설원의 고개가 떨어졌다. 정처 없는 시선이 발끝에 가 닿았다.
  설원은 생각했다. 그 날 이후, 하루 거르지도 않고 생각했다. 후회했다. 어쩌면 내가, 새주의, 미실의 기쁨에 너무 탐을 냈던 것은 아닌가. 마음 흐뭇한 감사의 인사에 너무 탐을 냈던 것은 아닌가. 복사꽃 같은 미소에 너무, 탐을 냈던 것은, 아닌가…….
  그래서, 조금 더 멀리 보기를 잊었던 것은 아닌가.
  "제가."
  주먹 쥔 손 안의 손톱이 손바닥을 아프게 눌렀다. 제가, 만약.
  "그 검술을, 새주에게 사사하지 않았다면 어땠겠습니까."
  그렇게 모질게 굴지 않아도, 내가 너를 지켜주겠노라. 그리 말했다면 어땠겠습니까. 검술을 배우지 않은 새주는, 한 발짝쯤 물러서기도 했겠습니까. 한 번쯤 제 등 뒤에 서주기도 했겠습니까. 핏방울 되어 제 곁을 떠나가지 않을 수도 있었겠습니까. 그랬겠습니까.
  비담은 설원의 옆얼굴에서 시선을 떼었다. 그리고 돌계단에 벌렁 드러누웠다.
  "당신의 손으로 하나 만드셨겠지요."
  "……."
  "제 어머니는 그런 분이잖습니까."
  어머니.
  설원은 비담의 얼굴을 새삼 돌아보았다. 그녀의, 아들.
  "그러느니 설원공께 배우는 게 낫지 않았겠습니까. 아무리 어머니라도 무예는 설원공만 못 했겠지요."
  "그렇습니까……."
  "제 어머니 곁에, 설원공께서 계셨기에, 다행입니다."
  설원은 비담이 그랬듯, 천천히 돌계단에 몸을 누였다. 좀 배기긴 해도, 볕에 달은 돌계단이 따뜻하다.
  새파란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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