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니까 '한나루로'라는 길은 인천광역시 옥련동에 하나, 그리고 학익동에서 주안동을 거쳐 도화동에 이르는 곳에 하나 있더라고요. (지도에서 줄로 표시한 부분)
길이 이어지지 않은 두 구간으로 되어 있는데, 처음에 지도를 봤을 때는 원래 이어져 있다가 분리된 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두 구간 사이에는 산과 기차길이 있어서 도저히 이어질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근데도 두 구간의 이름은 똑같이 '한나루로'입니다. 왜?
그리고 검색을 좀 더 해 보니까 능허대(지도에서 동그라미 친 부분)라는 유적지와 연관이 깊은 곳으로 보였습니다.
능허대 터(능허대지)는 인천광역시 연수구 옥련동에 있습니다. 이곳은 삼국시대에 백제가 중국과 교류하기 위해 사용하였던 항구(나루터)가 있던 곳이었습니다. 바로 그 항구의 이름이 우리말로 '큰 나루터'라는 뜻의 '한나루'였다고 합니다. 한자로 대진(大津) 또는 한진(漢津)이라고 하는데 대진은 한나루라는 우리말을 그대로 한자로 옮긴 것으로 보이며 한진은 한나루의 '한'은 그냥 음차하고 거기에 나루 진 자를 붙여 만든 말로 생각합니다.
한나루는 백제와 중국 산둥반도를 잇는 최단거리 항로의 기점으로서 서기 378년부터 475년까지 사용되었다고 나오는데, 자료를 더 찾아보면 삼국시대 이후 고려, 조선시대까지도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능허대는 아파트 숲 한 켠에 있지만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이곳이 바다였다는 것입니다. 기록에 따르면 능허대 인근 바다는 1950년대에 매립된 것으로 보이나, 일제가 송도유원지를 만드려 했고 수인선 송도역이 들어섰던 1930년대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정확한 사실은 당시에 제작된 지도나 관련 기록을 꼼꼼하게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능허대 주변에는 마치 해자처럼 호수가 만들어져 있는데 1988년에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호수가 추운 날씨에 꽁꽁 얼어 있었는데 그 한켠에 묘하게 생긴 기계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한 두어개 정도 있던데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요?
원래 능허대는 한나루를 지나던 사신이 잠시 묵어 가던 곳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88년에 호수와 같이 만들어진 작은 정자 하나가 세워져 있을 뿐입니다.
능허대에는 기생바위의 전설이 전해져 오는데, 중국으로 가는 백제 사신을 배웅하던 기생이 사신이 떠나버리자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바위에서 서해바다에 몸을 던져 죽었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로 기생이 몸을 던진 바위를 기생바위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그 바위가 정자가 있는 이곳을 말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한나루는 능허대 터 동쪽 송도역 쪽에 있었다고 합니다. 정자 있는 쪽에 올라서 동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러나 나루터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매립되어 아파트와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기 때문입니다.
한나루는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렸지만 대신 '한나루로'라는 길 이름으로 이를 기리고 있습니다.
한나루로는 왕복 6차선의 제법 넓은 도로입니다. 저는 한나루로의, 능허대부터 시작해서 송도역 삼거리까지 이어지는 부분을 걸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사람이나 차가 별로 보이지 않고 한적했는데 송도역에 가까워 오니까 점점 붐비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불과 1년 전만 해도 네이버에 '한나루'를 치면 가장 위에 능허대가 나왔겠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얘 이름을 정할 때 나루라는 이름이야 이미 정해져 있었던 거나 다름없었는데, 성을 굳이 한씨로 했던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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