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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맑은 보고와서

SV-001/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1.24 14:30:10
조회 1825 추천 6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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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루왁'을 언제 처음 봤었더라?"


문득 궁금해져서 이전에 블로그나 한애갤에 올렸던 글들을 찾아봤습니다. 찾아보니까 2011년 9월 25일로 나오는군요. 당시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렸던 인디애니페스트에서 한국 애니메이션 현실에 관해 이야기하는 좌담회가 열렸는데, 그걸 보기 위해서 참석했다가 행사장에 있던 판매대에 있던 DVD를 보고 집어온 것입니다. 이미 "한지원 감독의 '코피루왁'이라는 작품이 엄청 재밌다." 라는 얘기를 몇번 들었기 때문에 관심이 있던 차였습니다. 집에 와서 틀어 보는데, 처음으로 보고 난 다음 했던 생각은 '잘 만들었지만 살짝 난해한데...' 였습니다. 하지만 독립 애니메이션이 보통 편당 10분도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비추어 봤을 때,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 구조로 20분을 끌어 간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님을 알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작품 자체에서 느껴지는 스타일도 다른 작품과는 뭔가 색다른 점이 느껴졌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후로도 몇 번 정도 '코피루왁'을 더 볼 기회가 있었고 그런 사이에 한지원 감독님의 이름은 제 기억 속에 한번 이상 들어본 적이 있는 감독 내지는 작품을 한 번 이상 본 적이 있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저는 그 감독님께서 무슨 작품을 만들어 오셨는지에 관해 잘 알지도 못했고 큰 관심도 없었습니다. 언젠가 강아지가 주인공인 작품 하나를 만들어서 인디애니페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하셨다는 얘기는 들은 것 같긴 한데 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만약에 SBS애니갤러리라던가... 하는 데서 한번쯤 볼 기회가 있었다면 '아 저 사람 작품이구나!' 하고 떠올릴 계기는 있었을 텐데 그런 일도 딱히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에, '쥬로링 동물탐정 극장판' 개봉 정보를 알아보다가 한지원 감독님의 단편 작품을 모아서 한데 개봉하게 되었으며, 제목은 '강아지, 여과장, 고구마, 그리고 기타소녀' 이고 이게 영진위의 장편애니 개봉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목의 구성을 보아하니 하나는 코피루왁을 말하는 것 같고 나머지 3개 정도 작품이 더 있는 것 같은데... 그뒤 독립애니계에 몸담고 계신 분들에게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도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감독님께서 몇 개월만에 애니메이션 두 편의 작업을 끝마칠 정도로 놀라운 작업속도를 보여주셨다는 이야기에서부터 '괴물 같은 사람'이라는 칭찬까지...


개봉 한참 전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어 와서인지, 개봉에 즈음해서 한지원 감독님을 두고 "한국의 신카이 마코토"라고까지 하는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기대가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지원 감독님에 대한 그런 기대치보다는, 그저 오래 전에 코피루왁이라는 작품을 인상깊게 봤었고, 그걸 만든 사람이 제가 본 적이 없는 자기의 다른 작품들도 묶어서 한데 개봉을 한다니까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기 때문에 이 작품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래쪽에 올린 GV영상을 혹시라도 작품 안 보신 상태로 보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4개의 작품이 모두 다른 스타일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저는 '생각보다 맑은'을 보면서 오히려 4개의 서로 다른 작품의 공통점이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게 '그림체 전환'과 '반전 개그'입니다. 조금 심각하거나 감정을 좀 더 끌어올려야 할 장면에서는 등장인물의 얼굴이 자세하게, 심지어는 극화체에 가깝게 그려지지만 바로 다음 장면에서는 여지없이 단순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수채화로 신경써서 그린 배경하고 큰 대조를 이룹니다.) 그리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개그들 때문에 객석에서 계속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한지원 감독님의 작품을 높게 평가하고 하는 이유가 어쩌면 이렇게 작품 속에서 계속 웃음을 주려고 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분에서 20분 사이를 별 느낌 없이 내용만 보고 지나가는 것보다는 그래도 뭔가 재미가 있는 작품이 더 기억에 남을 테니깐요.


그런데 그렇게 중반까지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도중에 바뀌게 됩니다. 이 작품은 본편 구성이 럭키 미-사랑한다 말해-코피루왁-학교 가는 길 의 순서로 되어 있는데, '럭키 미'와 '사랑한다 말해'가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고, '코피루왁'과 '학교 가는 길'이 또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코피루왁'의 마지막 그 장면(다행히 12세 관람가인데도 불구하고 편집되지는 않았습니다.) 이후로 객석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아 버렸고 그 분위기는 '학교 가는 길'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초반에 좋았던 분위기가 끝에 가서는 착 가라앉아서 끝나게 되어 버리니 살짝 마음이 편치는 않았습니다. '차라리 상영 순서를 조금 바꿔서 관객들이 조금이라도 즐거운 분위기로 극장을 나오게 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럭키 미'는 꿈과 현실 사이의 선택,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원래 비성우 캐스팅을 했다가 개봉판에서는 전문성우로 재더빙을 했다고 해서 그 부분을 눈여겨봤는데, 전문성우의 일상적 배역 연기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일상적인 배역에 대해 전문성우에게 연기를 맡기면 오히려 어색하게 들린다는 의견이 있어 왔는데 말입니다. 저는 독립 애니메이션에서도 가능하다면 전문성우를 기용해보고 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랑한다 말해'는 4개 작품 중 가장 짧은 것처럼 느껴졌는데, 오히려 전달하는 느낌은 가장 강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마지막의 "사랑한다고 말해!!!"는 엄청난 명대사 명장면입니다. 게다가 개그가 굉장히 강해서 객석에서 웃음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즐거워하시는 다른 분들과 같이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작품을 혼자서 보는 게 아니라 영화관에서 사람들과 같이 본다는 건 이런 재미인 것 같습니다.


'코피루왁'은 이미 많이 봤으니 생략


'학교 가는 길'은 까마귀의 부리와 다리 색이 까맣다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여태껏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에서 까마귀를 그리면 부리랑 다리를 노랗게 그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실 까마귀는 부리도 다리도 검습니다... 까마귀가 날아다니는 모습도 그렇고 이래저래 고증에 맞게 만드려 노력한 것 같습니다. 근데 까마귀 다리의 흰색 무늬는 정체 뭔지 궁금하네요.



저는 '럭키 미'와 '사랑한다 말해'를 보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전의 감독들과는 다른 느낌이면서도 역시나 재미있는, 또다른 스타일의 감독이 등장했구나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래에 올린 GV영상에서는 장성란 기자님께서 한지원 감독님이 앞으로 갈 수 있는 서로 다른 길을 보여주는 작품이 '코피루왁'과 '학교 가는 길'이라고 설명하셨는데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럭키 미'와 '사랑한다 말해'가 한 감독님의 미래를 더 잘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시기적으로도 이 두 작품이 최신작이기도 하고요. (둘 다 2014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이 작품은 여러 개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한데 묶어서 개봉한다는 점에서 2008년 개봉한 '셀마의 단백질 커피'와 비슷합니다. 보고 난 뒤의 느낌도 비슷했는데, 그건 '어딘가 부족하지만 어딘가 신선한'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이 이 작품을 극장에 가서 보신다면 어떤 사람이 학생일 시절 만든 작품을 보기 위해 만원 정도 되는 돈을 지불하는 것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잘 봤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괜히 봤다 싶을 수도 있을 정도라 생각합니다. 솔직히 이 작품과 감독에게 내려지는 찬사는 감독의 경력에 대비한 상대적인 관점일 뿐이지, 그런 걸 모두 배제하고 영화관에 걸린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의 비용을 지불하고 봐야 하는 일반 관객 입장에서도 내릴 수 있는 것인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독립 애니메이션이 어떤 작품들인지에 관해 대강이나마 알고 있다면 몰라도 그런 것에 대해 전혀 일가견이 없는 사람에게는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니깐요.


다만 저는 '생각보다 맑은'을 보고 한지원 감독님께서 앞으로 내놓게 될 작품을 기대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객석을 채운 꽤 많은 수의 관객들을 조용한 극장 안에서 큰 소리로 웃게 만들 수 있는 감독이라면 분명 기대해봄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개봉 즈음에 여러 이야기를 접하면서 주변의 칭찬이 너무 과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드는데, 최근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그저 한국의 한지원이고 싶다고 이야기하셨던 것으로 보아 그런 것은 한 감독님 자신이 충분히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넘어가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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