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나보다 1년 먼저 입사한 학교&회사 선배가 있었어. 눈이 부리부리하고, 덩치도 좋고, 조금 '자신감 오버'인 측면이 있어서 그닥 친하지는 않았어. 물론 부서도 달라서 1년에 한번, 사내 동창회 할때나 술 한잔 같이 하고, 안 그럴때는 복도나 엘리베이터 같은데서 몇 번 마주치기만 했지. 그런데, 언제였던가...한 3년쯤 전인가? 그 선배가 술에 취해서 길을 건너다가 교통사고가 났어. 횡단보도 페인트 칠해진 곳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차에 치었는데, 하필 머리를 크게 다치는 바람에 한동안 혼수상태였다가, 깨어났을 때는 대부분의 지적 능력이 리셋된 상태였대. 그래서 회사도 그만두고,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 몰라. 그런데 며칠전에 거리를 걷다가, 그 선배랑 똑같이 생긴 사람을 봤어. 지하도를 올라오는 길이었는데, 그쪽은 내려오고 있더라고. 청반바지를 입고, 양말을 무릎까지 올려 신고, 힘겹게 힘겹게 왼손으로는 난간을 붙잡고, 오른손은 균형을 잡으려는지 어깨 높이로 올리고 한걸음 한걸음 내려오고 있었어. 급하게 스쳐지나갔기 때문에, 한참 후에 '아, 혹시...'하고 뒤돌아봤는데, 뒷모습으로는 잘 모르겠더라. 잠깐 스쳐지나간 옆모습이 계속 뇌리에 남았긴 했지만... 아무튼, 그 선배를 봤는지 어쨌는지,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계단을 내려오던 누군가를 본 것으로 그 선배를 다시 떠올리게 된 게 중요하니까... 지난번에는 경제관념이 없어서 개털이라는 얘기를 한 것 같은데,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게 건강 아니겠어? 요즘이야 많이 변했다지만, 그래도 취직한 뒤로 고대 나왔다고 그러면 '막걸리 좀 먹었냐?'라거나 '술은 역시 잘 하지?'라면서 술 많이 먹게 되거든. 특히 본인이 조금이라도 술 마시는 걸 좋아하면 말이지. 나도 직장생활하면서 정말 친하고 편한 자리에서 술 마실때면 주변에 다 회사&학교 선배들이야. 것 참 이상하지... 술 마시는 것도 사회생활의 일부인 경우가 많고, 본인이 좋아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이, 종종 먹게 되겠지만, 정말 조심해야 할 것 같아. 난 아직도 며칠전에 지하도 계단에서 본 그 사람이 내가 아는 그 선배였던 것만 같고, 그렇게 자신감 넘치던 사람이 한순간에 그렇게 무너진 걸 생각하면, 술이라는게 참 무섭고 그래... 그렇다고 딱 끊고 안 마실 수는 없겠지만. -_-; 고.전이 코앞이네. 술 마실 기회 많겠지? 먹는거야 뭐 개인 나름이지만, 너무 많이 마시고, 몸 다칠만한 일은 절대로 하지 않기를... 한줄요약 : 술 마시고 개되지 말자. 골로간다. 짤방얘기 : 그런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