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까지 페미니즘하면 어리거나 정신적으로 어린애들이 걸즈 온 탑 외치면서 여성에게 술을 권하면 성희롱 술을 따르라고 해도 성희롱. 부모성씨 둘다 붙이기, 남녀가 아니라 여남도 써보자! 이런 운동하는 것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고, 거기에 대고 '남자는 군대간다!' '여자애들은 몸쓰는 일은 안하고' 이렇게 쨍알쨍알 대는 찌질한 놈들 역시 '남자가 돼가지고 존내 소심한 새끼들. 기집애들도 아니고' 정도로 생각해 왔어. 그러고 보면 난 어느정도 남성우월주의적인지라 페미니즘 타령도 '좀 모자란 애들의 모자란 소리'정도로 이해해온건지도 몰라. 사실 페미니즘이란게 그렇지. 이런저런 사회관습은 자꾸 건드리면서(꺄악 성희롱하고) 취직여성들이 겪는 고충, 그러니까 현모양처와 오피스레이디를 동시에 요구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비판도 거의 없고 대안제시도 없고. 걔들은 뜬구름 잡기 좋아하는 건가? 어쨌든 이런 비호감과 별개로 어떤 깨달음 같은게 있었어. 우리과의 나이많은 누님으로부터야. 누나는 페미니즘 같은건 관심도 없고 학점따시느라 바쁘셔. 난 아무생각없이 밥먹다가 이렇게 물어봤지 "누나 애 몇 낳으실 거에요?" "많으면 하나? 안낳을 수도 있고." "(장난)에이 출산율 누나땜에 떨어지겠어요." "(진지)근데, 진짜 나두 애들 많았으면 좋겠어. 그런데 애들 하나하나가 다 돈이잖아. 딴건 다 몰라도 교육비가 진짜 겁나." "흐음" "나 어릴적 꿈은 현모양처였어." "지금은 왜, 바뀌셨어요?" "남자 혼자 벌어서 될거같애? 돈다쓰고 집은 언제사. 거기다 애하나 생기면 완전 돈먹는 기계야." "육아문제도 있고요." "진짜 난 집에서 애보면서 살고 싶어. 우리나란 아직까지 남자가 애본다고 하면 질색을 하잖아. 솔직히 나부터도 그래. 별로 안어울린다 이런생각해. 그렇다고 회사를 관두자니 당장 돈에 쪼들려. 그럼 회사에 탁아시설 같은게 있어야 하잖아. 출근할때 맡겨놓고 퇴근때 찾아가는거. 외국엔 많잖아. 우리나라엔 삼성에 하나 있어." "(어이없음)하나도 없어요? 다른곳에?" "외국계기업도 하나도 없어. 걔들은 우리기준에 맞췄나봐. 그리고 삼성에 있는 탁아시설도 여자직원들이 최저시급 받고 돌아가면서 당번 정해서 애들 봐주는 거래. 어이없지?" 흔히들 모자란 남자들이 말한다. 여자는 집에서 살림이나 하라고 그런데 대다수의 경우, 나름대로 중산층이랍시고 살려면 남자혼자 벌어서는, 특히 사회생활 초년엔 도저히 못 먹고 산단 말이지. 이게 맞벌이를 강요하는건데, 맞벌이 문제는 지금 여성부에서 홍보하는 가사분담합시다 이런차원을 넘어서는 것 같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재원을 어디서 마련하든 기업에 탁아시설을 설치해야해. 종업원 500명이상기업 이런식의 기준을 세워서 안세우면 세무조사 이런것 어렵지 않잖아. 사족: 사실 사회생활에서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 이런것 잘 실감하지 못했는데. 하나둘씩 사회인이 될 준비를 하고있는 친구들을 보니 문제가 예상외로 크다는 생각이 들어. 페미니즘은 근원적 의식의 개조가 아니라 현실의 커다란 문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