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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쓰고 있는 뱀파이어 소설

Outersid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10.27 11:36:45
조회 152 추천 3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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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야기를 듣고 싶으시단 겁니까? 제 이야기를요? 이상하군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타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단 말입니까? 아무도 이제껏 저에게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한적은 없습니다.



물론 압니다. 저도 알아요. 당신이 제게 이야기를 부탁하는 것은 제가 무엇인가를 저질렀기 때문이죠. 그리고 당신의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은 그다지 평범한 사람은 아님을 저도 인정합니다. 하긴 제가 꽤나 괴상하긴 하죠. 하지만 그런 싸늘한 눈으로 계속 쳐다보진 말아주십시오. 아직 새벽이 오려면 멀었습니다. 지금은 비둘기들이 지배할 시간은 아니라는 것이죠. 밤에는 까마귀들이 복수를 해야 하는 법입니다. 그런 것이 세상사의 법칙입니다.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태양의 압제는 새벽의 고요의 뒤를 항시 따르는 법이며 박쥐도 낮에는 잠듭니다. 뭘 그리 덜덜 떠십니까?


그래요. 당신의 예상만큼이나 저는 박쥐란 생명체와 친숙합니다. 거의 같은 영혼을 공유하고 있죠. 모든 면에서 박쥐와 저는 비슷해요. 우리는 동굴 속 심연과 같은 깊은 어둠에 잠겨야 영혼의 위안을 얻습니다. 우리와 같은 종족이 태양을 바라본다는 것은 저 하늘의 화염 도적에게 영혼을 모두 강탈당하기를 허락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태양이란 문자 그대로 우리에게 천적입니다. 하지만 영혼이란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점이 있습니다. 당신도 어느 순간에 그런 것을 느껴본적 있지 않습니까? 그것이 뻔히 함정임을 알면서도 적의 아가리속에 머리를 들이밀고 싶은 충동 같은 것 말입니다.


열정이란 것은 참으로 우습습니다. 전 태어나서 여태껏 단 한번도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추구해본적이 없습니다. 스스로를 분석적으로 성찰해보기 훨씬 이전부터 저는 포기해버리는 것이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한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깨달았습니다. 그것을 깨달음이란 개념으로 파악해야 하는지는 좀 의문스럽지만, 적어도 그런 사실을 인정해버린 것만은 틀림없죠. 저는 어떤 현상과도 정면대결을 하는 것을 피하면서 살아온 비열한 겁쟁이입니다. 솔직히 말해 아주 오래전에는 무엇인가 치열하게 싸울만한 것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치열하게 사랑하고, 치열하게 쫓고, 치열하게 추구할 만한 무엇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게 뭔지 잊어버렸습니다. 어쩌면 제가 품었던 열정 자체가 보통의 사람들은 전혀 이해 못할 종류의 것이었는지도 모르죠. 당신도 보다시피 제가 정상은 정말 아니지 않습니까?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을 표현하고픈 욕구가 있기 마련이죠. 하지만 저의 경우에는 그것은 표현의 문제에 머무르는 것만은 아닙니다. 그 표현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그걸로 족하면 그만이지 왜 저는 존재의 정당성까지 증명해야하는 겁니까? 잠시 이야기가 옆으로 좀 세는 감이 있군요. 크크.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열정에 관해서 얘기했던가요? 어쩌면 그것 또한 열정이라고 할 수 있을 지도 모르죠. 그것을 정말 열정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 이름은 검은 열정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아주 특이한 종류의 것입니다. 그런 것을 상상해본적은 없지만 마음속 한 구석에서 열렬하게 선망하고 있었던 것도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선택을 지금까지 후회해본적은 없습니다.. 제가 좌절감과 무기력에 휩싸여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은 후회와는 전혀 다른 감정입니다. .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어쩜 여전히 제가 지금도 현실을 회피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죠. 하지만 다시 선택지가 주어진다고 해도 제가 택할 것은 지금의 이 모습입니다. 그것만큼은 아무런 주저 없이 말할 수 있죠. 제 존재는 저에게는 축복입니다. 물론 이에 수반되는 고통 또한 전적으로 저 자신의 몫이죠.



대체 언제부터 이런 모습을 갖게 됐는지 궁금하십니까? 당신의 궁금증은 충분히 정당합니다. 언제나 이야기의 시작점은 그 질문이죠. 어디에서.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게 없으면 아무런 이야기도 할 게 없습니다. 하지만 그 질문은 저에겐 참 곤혹스럽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멀고 긴 구불길을 지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길의 입구가 어디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굳이 그 지점을 찾아야 한다면 까마득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저희 종족들에겐 재장전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흐르는 세월을 권총에 비유한다는 것이 어쩐지 좀 우습지만, 백년을 한 단위로 해서 백년이 지나버리면 자신의 나이에서 백이란 숫자를 빼버리는 겁니다. 왜냐하면 어차피 우리 종족들은 시간의 흐름과 무관한 섬과 같은 존재들이기 때문이죠. 저가 만나본 저의 동족들중에선 벌써 세 번의 재장전을 한 친구도 있었죠. 즉 쉽게 말한다면 그의 나이는 삼백세가 넘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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