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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노래모바일에서 작성

(180.229) 2015.11.27 06:09:26
조회 136 추천 0 댓글 3

.

1. 설화

사랑하는 태양
얼른 보고 싶어
먼저 눈밭에 핀 꽃

얇은 햇살 한 장
온기는 있지만
추위는 가시지 않네

\'춥네. 태양이 식은 걸까.\'

주변은 온통 눈밭
함께 핀 꽃도
찾아올 나비도 없다

\'태양이 식은 건 설랠 게 없어서일 거야.\'

외치네 눈꽃
일어나라 씨앗들아
얼어붙은 태양의 심장을
우리의 미소로 녹일 수 있단다

목청에 답하는 건
찬 바람 뿐이라
시려오는 몸이지만
마음만은 뜨겁게
태양 보다도

하지만 갈망만으론
몸도 눈밭도 녹일 수 없어
꽃에겐 벅찬 이 계절

\'내가 너무 일찍 핀 건가.\'

고갤 떨구면
절망이 업히고
그 무게에 무너지는 눈꽃

그래도 다시 한 번
태양을 향해 얼굴을 들다가
미처 못 본 눈사람을 본다

꽃은 알았네
눈사람을 위해 차가워야 했던
겨울의 사연

\'겨울에겐 내가 뜨거웠겠구나\'

저무는 눈꽃
봄이면 만났을 나비를 생각한다

봄이 오면 눈밭은
꽃밭을 위해 녹겠지

2.너의 부재

만남의 장소에 이르러 네가 없는 걸 알았다
내 눈으로 보았다
봄은 눈꽃의 정원을 가꾸지 않았고
강물은 바다가 돼도 소금을 갖지 못했고
새는 하늘에 닿아도 구름에 앉을 수 없었다

선로를 따르는 열차를 보며
널 향한 계절로 역주행하는 기억은
네가 좋아할 거라는 옷을 고르고
널 만난 이들의 걸음걸이를 배우고
너의 발자국을 따라 이 자리로 오는 어제들에서
오늘의 좌절을 읽는다

만남을 위해 전진한 길은
우리의 평행을 증명하는 과정이었고
너의 공식을 섬긴 머리는
이젠 신앙을 잃었다

옆을 봐도 너는 없고
국가가 외면한 애국자
저작권 없는 창작자
퇴근 뒤 일하는 노동자가 있다

우주를 봐도
어둠은 별보다 많으니
나는 세계의 그림자에다
내 그늘을 전가하는가

3.
걸음의 주인

뒤에 머물러라
걸음걸이를 신경 쓰다 걷지 못한 순간
차표 없이 열차를 좇던 기간
입으로 미래를 논한 시간
나 더는 남의 눈을 빌리지 않겠다

경적 소린 뛰뛰빵빵
귀뚜라미는 귀뚤귀뚤
비둘기는 구구구구 울지 않는다
발음 없는 소리로 가득한 세상
혓바닥 위에 삶을 짓지 않겠노라

미래는 어둠이 비추는 길
희망을 봐도 행복이 오지 않고
절망을 봐도 불행은 피할 수 없기에
눈을 외면하고 걸어가리라

길을 젓는 발이
낮에 뜬 별처럼 침묵을 걸어도
뜨겁게 빛나고 있으니

간다
내일의 고난이여
나 더는 네가 오길 기다리지 않겠다

4. 강물

흐르는 강물이
반드시 바다와 이어지는 건 아니다

흐르다 보면
둑과 갈대가 앞길을 막고
새와 비탓에 옆길로 새며
때때로 바가지를 맴돌고
돌에 고여 썩기도 한다

그러나 흘러라
흘러라 바다가 아니어도
웅덩이의 물은 종이배를 띄우고
바가지의 물은 흙을 씻겨낸다

흘러가서 바다가 되진 못해도
바다를 닮을 순 있다
빙산을 띄울 순 없어도
유빙은 품을 수 있으니

흘러라 소금을 갖지 못해도
파도는 멈추지 마라

5. 새들에게

날개에 둥지를 튼 새들아
비상해라
땅보다 넓은 하늘이 두려운가
블랙홀은 싱크홀 보다 어둡고
별은 용암 보다 뜨겁지만
그 만큼 멀기에
네 날개는 충분히 작다

입을 다문 새들아
비명을 질러라
네가 힘껏 울 때 벗들이 함께 싸우리라
일어나 소리쳐라
내가 너의 날개 되리라

노래하라
하늘을 움직이는 새가 되어라
내가 너의 깃털이 되리라
세상 모든 새가 날아도
하늘은 여전히 넓기에
너의 날개 감추지 말고
꿋꿋하게 날아라

6. 미래의 아버지

오늘을 사는 우리
미래의 아버지
싸워라 우리 자식들을 위하여
오늘 분노하지 않으면 내일 절망하리라

외면하는 세상에 고하라
태어나서 세상을 선물받은 우리
세상의 주인
불은 꺼질지언정 식지 않고
바람은 꺾일지언정 멈추질 않으니
투쟁하는 오늘 생을 다해 싸워라

가라 세상의 주인들아
천상의 별들도
지하의 모래도
우리의 몫

세상 모든 것을 위해
용기를 바쳐라

7.선물

오리라
소망한 나날
시보다 아름다운 세상

눈꽃이 땅 위에서 차갑게 피고
커다란 배가 웅덩이를 항해하고
새장 속의 새가 자유로운 날
현실이 되리라

우리가 내디딜
용기의 발자국
인내의 땀
상처투성이 희망
초조한 불안 뒤에
서게 될 오늘이 있다

미래의 우리에게 선물해라
아름다운 오늘
영광의 어제
평화로운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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