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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과 '그것'의 쓰임

진돗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11.28 19:41:51
조회 668 추천 11 댓글 4


  저도 비야님의 질문글을 본 후에야 생각해 볼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사전을 보니 이렇게 나오는군요. 


 * 이것     

1. 말하는 이에게 가까이 있거나 말하는 이가 생각하고 있는 사물을 가리키는 지시 대명사.

2. 바로 전에 말한 내용이나 지금의 상황 따위를 강조적으로 지시하여 가리키는 말.

  

 * 그것  

1. 듣는 이에게 가까이 있거나 듣는 이가 생각하고 있는 사물을 가리키는 지시 대명사.

2. 앞에서 이미 이야기한 대상을 가리키는 지시 대명사.



  우선 '이것-저것'의 예와 달리 '이것-그것'은 화자와의 거리에 따라 대조되는 의미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이것' '그것' 모두 화자와 가까이에 있는 무엇을 지칭할 때 쓰이는 말이라는 거지요.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두 단어의 2번 뜻입니다. '이것'은 바로 전에 말한 내용이거나 강조의 의미로 쓰인다고 했습니다. 네이버 사전에 소개된 예문 몇 개를 보겠습니다(이해를 돕기 위해 약간 변형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ㄱ. 사람을 너무 믿어선 안 돼. 이것을 명심해라. 

  ㄴ. 넌 너무 게을러. 이것이 너의 문제다. 


  사전 뜻에 따라 풀이하면 ㄱ의 '이것'은 바로 전에 한 말, 즉 "사람을 너무 믿어선 안 돼."를 지칭합니다. 이 부분을 '그것'으로 바꾸어 볼까요. 


  ㄱ*. 사람을 너무 믿어선 안 돼. 그것을 명심해라. 


  이렇게 쓴다고 해서 틀렸다고 말하긴 어려우나 ㄱ에 비해 약간 어색한 느낌도 듭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들어간 예문을 봅시다.


  그런데 ㄴ의 경우는 '그것'으로 바꾸어 써도 별로 어색하지 않은 느낌입니다. '이것'을 쓸 경우 "넌 너무 게을러"라는 말 자체를 지칭하고, '그것'으로 바꾸어 쓰면 '네가 게으르다는 사실'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에 그런 듯합니다.   


  

  ㄷ. 유달산에서 나무를 해서 팔아 봤자 나무 한 짐에 쌀 두 되 값 받기가 어려우니, 그것 가지고는 일곱 식구 입에 풀칠하기조차 힘들 것이었다. (출처 : 문순태, 타오르는 강)

  ㄹ. 선생님께서 그만두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것이 사실입니까?



  ㄷ의 경우에도 '그것'을 '이것'으로 바꾸어 읽으면 약간 어색합니다. 사전 뜻풀이에 의하면 '그것'은 '앞에서 이미 이야기 한 대상'을 가리킵니다. 즉 ㄷ의 예문에서 '그것'은 '얼마 되지 않는 돈'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앞에서 한 말 자체를 지칭한다면, '그것'은 앞에서 한 말 속에 들어 있는 어/떤 대상을 지칭하는 것으로 정리해 봅니다. 

  

  ㄹ의 경우도 '이것'으로 바꾸어 읽으면 어색합니다. 만약 여기서 '그것'은 앞의 문장 또는 말 자체를 지칭하는 게 아니라 '선생이 그만둔다는 사실(대상)'을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용법에 적용되는지 모르겠으나 위이 예문들만 고려할 경우 이런 구분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것'은 앞의 말을 지칭하는, 다시 말해 말을 인용하는 경우에 쓰입니다. 즉 예문 ㄱ과 ㄴ은 다음과 같이 바꾸어 쓸 수 있습니다. 



  가. 사람을 너무 믿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라. 

  나. 너무 게으르다는 것이 너의 문제야. 


  '가'와 '나'는 두 문장을 복합문으로 만들면서 지시어 '이것'을 생략한 것입니다. ㄱ과 ㄴ의 '이것'은 '가'에서 '~는 점을'로, '나'에서 '~는 것이'로 대체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한 말을 곧바로 지칭하기에 이런 대체가 가능한 것이겠지요. 


  반면 ㄷ과 ㄹ의 '그것'은 고스란히 다른 말로 대체되기 어렵습니다. ㄷ의 경우 '그것'이 지칭하는 것은 바로 앞의 "받기가 어려우니"가 아니라, 1차적으로는, 그보다 앞에 있는 "값"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그것'을 다른 말로 대체하려면 문장의 구조를 여러 곳 뜯어 고쳐야 할 겁니다. 


  ㄹ 역시 '그것'만을 다른 말로 교체할 수는 없는 경우입니다. 만약 '선생님께서 그만두신다는 말이 사실입니까?'로 고친다고 해도 원래 문장의 "들었습니다"가 이유 없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 경우도 문장의 구조를 바꾸어야만 한다는 겁니다.    



  대략 이런 정리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것'은 바로 전에 언급한 말 자체를 가리키거나, 현재에 처한 '이 상황'을 지칭합니다. 따라서 '이것'은 '그것'에 비해 거리가 더 가까운 경우에 쓰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직접 인용해도 무방한 대화 상황을 지칭할 때 또는 화자와 청자 모두가 관여하고 있는 상황을 지칭할 때 쓰이니까요. 


  '그것'은 말 자체가 아니라 말 속의 '대상'을 지칭하므로 '이것'에 비해 거리가 약간 더 먼 것을 지칭할 때 씁니다. 앞에 한 말 속에 들어 있는 대상이나 상황을 에둘러 지칭하는 것이므로 '이것'에 비해 한 다리 더 건너 있는 대상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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