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 문학 갤러리

무제

후나후나

2015.12.04 00:02:46

조회 37 추천 1 댓글 0

묵묵히 흘러 내리는 눈이 내 머리와 발끝을 훑고 유유히 하늘로 올라간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머니를 한 두번 뒤적거리고는 입김인지 한숨인지를 푸욱푸욱 뱉어대며 찍소리도 못내는 눈을 애꿎게 지르밟는다.

손과 발이 얼어붙을 것만 같던 추위 속 나는 무얼 생각하며 이 눈을 바라보았던가

입마저 꽁꽁 얼어 뻐끔거리는 것은 내 두 눈뿐인데 너는 조용히 다가와 메마른 흰자를 적신다.

설마 날카로운 것이였을까 나는 아찔하게 느껴지는 차가움에 놀라 눈을 질끈 감아버렸고

단단히 감은 눈을 차마 쉽게 뜰 수 없었다. 그렇게 갈망하던 너의 마음을 컴컴한 이곳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기에

나는 새하얗고 포근했던 너의 마음이 녹아 눈물이 되기까지 한참 동안을 눈뜨지 못했다.

이제 묵묵히 흘러 내리는 눈은 내 뺨을 타고 흐르고 있다. 어느새 눈은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곧잘내었고

나는 비로소 어깨위에 주저앉은 이것을 털고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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