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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은 훼손 되는 중이다. 이건 부정 할 도리가 없다.

시대(118.221) 2015.12.05 00:18:02
조회 200 추천 3 댓글 8

물론 인간성 자체를 누군가가 따지고 들어오면 우리는 또 갈려서 싸울 것이 분명하니

뭉뚱그리자(비겁한 방법이지만). 인간성이라는 논의에 대해 얼추 모두 맞다고 합의 하자.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도, 칸트의 말도, 구조주의자들의 말도 맞다고 합의 하자.

그냥 인간성의 상실 정도를 다음의 이런 것으로부터 도출 하자.

인권, 자유, 평화, 평등. 

이런 부류의 거대한 가치들을 우리가 기저에 깔고 사는지 그렇지 못한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도 좋다. 기아로 허덕이지 않는 이들이 전대보다 많아진 것도 좋다. 살인을 금지 하는 법이 합의 되어 현저히 줄어든 것도 반가운 일이다.

다만 그것 만으로 인권, 자유, 평화, 평등과 같은 가치들이 보장되는지 알 수 없다. 다시말해 그런 것들은 '인간성의 진보'라는 논의에 다다르는 척도가 될 수 없다.

우리 중 거의 대부분은 인권, 자유, 평화, 평등을 누리거나 보장 받고 있지 않으며 누구에게 그런 것들을 보태어 주거나 내어주지 못하고 있다.


저 멀리서 IS가 출현해 극단으로 치닫는 살인 행위를 하고 있고, 자본주의는 점점 그 기력을 잃어 가며 전례 없는 우경화로 거의 전 세계를 몰고 있으며

노동의 가치는 평가 절하 되고 있고, 북한은 변모할 겨를도 없이 세습 중이다.

조지오웰의 1984가 이제는 묵시록처럼 보일 정도로 한국의 새누리당은 파시스트와 다를 바 없는 매무새를 갖췄고

부와 빈의 격차는 날로 심해져 도무지 그 간극이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범죄자의 인권은 무시해도 좋다는 생각이 횡횡하며, 자유와 권리는 의무 이후에 놓여지는 (전후 관계의 맥락에 있어야 하는 형질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것이라는 의식이 죽지 않았으며

오원춘의 살인이 조선족 전체에, 나아가 중국인 전체에 대한 혐오로도 쉽게 번지는 일반화의 오류를 꾸준히 범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일련의 사건들 혹은 의식들 속에서 인간성을 상실하고 또 훼손하고 또 상실 당하며 또 훼손 당하는 중이다.


우리는 모두 같다. 어떤 면에서 같냐면 태어난 누구든 죽는다는 사실 하나가 같다.

역사상 단 한 명도 피해간 일 없는 죽음을 향하고 있으면서 이 거대한 비극을 마주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적어도 이 삶 자체가 병마로 향하다 결국 죽음에 이르는 비극이라는 것을 알아챈 이들이라면

그 비극 와중에 알알이 붙어 있는 아름다운 의미들을 잃는 일에 대해 슬퍼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서 가장 커다란 의미는 인간성이라 믿는다.


나는 인간이 인간 다울 수 있는 것이라 우리가 사전에 정의하는 그것을 붙들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성은 자연히 진보하지 않는다. 그것은 공기나 빛 같은 것이 아니다. 원래 있던 것이 아니다. 우리가 캐낸 무언가다. 

우리가 획득한 무언가고 우리가 도정한 무언가다. 우리가 다음은 무언가고 우리가 닦은 무언가다.

원래 주어져 있던 것이 아니다. (종교적 논의는 잠시 제외하자.)

인간성이란 혹독한 환경에 놓인 화초 같은 것이다. 때마다 물을 주고 매일 볕을 쬐어 주고 이따금씩 분갈이 해야 하는 화분보다

훨씬 더 잘 지켜봐야 하는 것, 훨씬 더 자주 들여다 봐야 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인간성도 타인의 인간성도 생면부지의 인간성도 모두.


과학의 발전이, 산업의 발전이, 기술의 발전이 인간성의 상실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는 우려를 표한다.

그렇게 안일할 수 없다. 나는 그것이 가장 두렵다.


꼬리에 덧붙여,

인간성을 훼손하는 아주 작은 것들에도 즉각 반응하며 아파하고 분노하고 애닲아 하는 이들이 

글 쓰는 이들이요 그림 그리는 이들이요 노래 하는 이들이라 생각한다.

예술이 그런 기능을 하지 못하는 동안 사회는 더 빠르게 더 깊이 함몰 되고 썩어 간다.

그리고 이게 대단한 것도 아니다. 적어도 나는 강철같은 헤게모니에 스크래치 정도는 낼 수 있으리라 믿고 살아간다.

나의 역할이 있다면 그정도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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