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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방울꽃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23.52) 2018.09.20 00:10:55
조회 160 추천 2 댓글 2

나는 카페에 들어서요.
그리고 홍차 한 잔을 준비하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차를.

카페 외각에 핀 자그마한 은방울꽃
1년 전 그날을 떠오르게 하네요.
소년이 소녀에게 고백하던 그날을.
은방울꽃을 꺾어 고백하던 그날을.

그때처럼 은방울꽃을 하나 꺾어보죠.
잠시 생각하다 차 속으로 넣어요.
티백에서 차가 계속 우러나듯이
여기서 내 마음이 우러날 수 있도록

그녀가 카페로 들어서서
내 곁에 앉죠.
우린 서로를 응시하며
아무 말도 못해요.
그래요. 마지막 날.
오늘은 우리가 헤어지기로 한 날.
성격 차이인지, 사랑이 식어서인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헤어지는게 좋겠다고
그녀가 말했죠.

은방울꽃이 올려진 차를
그녀가 말없이 들이키죠.
표정 변화 하나 느껴지지 않아요.
왜일까요.
그때를 기억하는 걸까요.
그때를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요.
모르겠어요.

나는 아직 그녀를 사랑해요.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을 때
괴로웠어요.
슬픔, 증오, 쓸쓸함 같은 감정들이
모두 한데 뒤섞여서
괴로웠어요.
하지만 그걸 거절하지 못한건
그녀를 정말로 사랑해서였죠.

하지만 내가 지금 느끼는 건
그저 미안함 뿐이에요.
더 좋은 작별인사를 할 수 있을텐데
더 그녀에게 잘해줄 수 있으텐데
왜 이렇게 끝나야하는지,
아쉬움이 남아요.

그녀가 차를 조금 남기고
작별인사를 해요.
나는 아무 망설임 없이
차가 조금 남은 잔을 비우죠.
그리고 그녀를 따라 작별인사를 해요.

나는 자전거를 타고 공원으로 가요.
아무도 없는 쓸쓸한 곳,
그곳에 서요.
차에 남아있던 따스한 온기와
다른 모든 것들이 나에게로 전해지는
그런 느낌이 감돌아요.

이별은 언제나 슬프죠.
더 만날 기회가 없을 때는 더욱더.
그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래요. 정말 그래요.
오, 그녀없이 난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그저 이 자리에서 편안히 죽고만 싶어요.
  
나는 기억해요.
그녀가 기억하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똑똑히 기억해요.
그때 1년전 그날을.

소녀가 소년에게 은방울꽃을 받아들고,
행복해하며 꽃향기를 맡으려했죠.
그때 소년이 말했던 엉뚱한 한마디.
당황해서인지, 걱정이 되어서인지,
긴장을 해서인지 그렇게 내뱉던 한마디.

“그 꽃, 독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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