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어둠 (남킹 단편소설)

남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17 02:46:06
조회 73 추천 0 댓글 0
														

감옥은 크지도 작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살던 집에 비해 지나치게 작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곧 적응했다. 나는 예전에 이보다 더 작은 곳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내가 태어난 그해는 다들 힘든 시기라고 하였다. 물론 나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자랐다. 모두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방에는 4개의 침대와 2개의 책상, 6명의 형제가 살았다. 막내였던 나는 늘 누이의 품에서 잠들었다.     



방에는 항상 긴장이 흘렀다. 형들은 무수한 시련과 갈등을 곳곳에 날카롭게 새겨 넣었다. 조심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데도 많은 상처가 남았다. 나는 무기력했다. 언제나 간과 받는 존재였다. 나의 삶을 압도하는 어둠은 그곳에서 비롯하였다. 그것은 나를 감싸는 죄의 음영이었다.     



나는 형들이 저지른 잔인한 장면을 목격했고, 점점 잔혹한 사건에 나를 포함하기 시작했다. 그 어둠의 기억들이 내 성장기의 전부였다. 그 작은 방의 벽 안에서 느낀 고통과 상실이 나를 정의했다.      



감방도 그때와 비슷하다. 4개의 침대와 2개의 책상, 4명의 수감자가 갇혀 있다. 나는 한 달째 이곳에 머물고 있다. 감옥의 한 칸, 그 비좁은 벽 사이에서 나는 시간의 무자비한 <느림>에 다시 직면했다.      



나는 가석방 없는 30년 형을 선고받았다. 나의 죄목은 미성년 성 착취와 성매매이다. 변호사는 항소를 준비하고 있으나, 내 형량이 낮아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오히려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더 컸다. 왜냐하면 이번 결과에 대하여, 검찰, 언론, 여론, SNS 모두 한목소리로 불만을 토했기 때문이다.    

  

데일리 트리뷴지의 표현에 따르자면, 나는 <악마> 그 자체였다.     



동료 수감자들도 나를 싫어했다. 이곳에 들어올 때부터 나는 유명인이었다. 그들은 내게 침을 뱉거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거나, 귓속말로 협박하거나, 날카로운 도구로 찌르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는 잘 적응하고 있다. 이미 겪어봤기 때문이다.      



나는 늘 두들겨 맞았다. 상대만 바뀔 뿐이었다. 아버지에서 형으로, 선배에서 두목으로. 다들 그렇게 맞으면서 사는 줄 알았다. 나는 그저 죽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여겼다. 왜냐하면, 내가 다비드 린치 선생의 도움으로 해병대에 입대하기 전, 나와 거리를 활보하던 녀석 중 3명이 이미 총상으로 죽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군인이 된 것은 행운이었다. 나는 전쟁을 좋아했다. 그저 죽이는 게 좋았다. 폭력은 늘 나의 든든한 동반자였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살육 현장에 뛰어들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아프간 전쟁은 구세주나 마찬가지였다.     



*************     



나는 망가진 풍경에서 희열을 느꼈다. 전장으로 투입한 내가 머문 캠프는, 지도에 검은 산으로 나오지만, 실제는 그저 황량하고 더러운 사막 언덕이었다.      



어느 날 도보 순찰 중, 나는 접근 중인 버스를 정지시키고자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버스는 우리를 그냥 지나쳤다. 분노와 충동이 나를 휩쓸었다. 나는 총으로 난사했다. 4명의 승객이 죽고 11명이 다쳤다. 한 명은 임신 중이어서 긴급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 하지만 아이는 죽었다. 나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보고서를 조작하여 상부에 알렸고, 가벼운 처벌만을 받았다.     



그 순간의 무자비한 행동과 거짓으로 채워진 보고서는 나의 어둠을 감추기에 충분했다. 나는 선량한 마을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잔인하게 때리고, 욕하며 심지어는 죽이는 행위까지 저질렀다. 나는 포로들을 노예 취급했다. 나의 주특기는 <고환 강타>였다. 그들을 쭉 일렬로 세워놓고 군화 발끝으로 그들의 불알을 가격했다. 그러면 고릴라처럼 무식하게 생긴 녀석도 그 자리에 꼬꾸라져 데굴데굴 구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또한 단식 투쟁하는 놈들이 있으면 끌어다가 소위 <직장 급식>을 시행했다. 좋은 말로 직장 급식이지 나는 늘 <똥꼬 급식>이라고 불렀다. 그들의 항문이 찢어져 피가 흐를 때마다 나는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희열을 느꼈다.     

이럴 때마다 나는 깨닫는다.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어두운지. 나의 영혼이 얼마나 타락하였는지.      

나는 동료들에게 늘 이렇게 외쳤다.     

“수상쩍거나 빌어먹을 놈들을 보면 총알을 가차 없이 들이부어!”     



나는 권총, 저격소총, 기관총 등 다양한 무기를 즐거이 다루었다. 그중에 나는 M240 중기관총을 제일 사랑했다. 폭발적인 화력과 긴 사거리. 다가오는 적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그것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눈앞에 갈가리 찢어지는 생명체의 놀라운 장면들. 그건 마치 멋진 할리우드 액션 영화를 한 편 보는 것과 같았다.     



*************     



휴가를 받으면 나는 캠프에서 멀지 않은 집창촌에서 주로 놀았다. 부대 근처에는 항상 작은 마을이 만들어졌다. 그곳은 우리의 안식처이자 환락의 오아시스였다. 게다가 집창촌은 어린 시절 그립고 따뜻한 추억이 깃들어있는 곳이었다. 그 작고 아늑한 집들은 항상 붉고 푸른 네온사인으로 마을을 환하게 밝혔다. 창살로 된 창문 너머로는 쾌락과 욕망이 스며들었고, 마당은 언제나 정액 냄새 가득한 걸레들로 가득했다.    

 

폐허 속에 살아가는 어린 소녀들은 절망의 그물에 갇혀 있는 존재들처럼 보였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미래가 없는 어두운 그림자만 서려 있다. 그들은 학교가 아닌 길거리에서 자라, 살기 위해 내 앞에서 사타구니를 벌렸다. 그들은 어린 시절을 잃고, 폐허와 죽음의 그늘에서 숨을 쉬었다. 사실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유년기인 셈이었다.      



그들의 눈동자는 나와 닮았다. 비현실적이고 무감각한 세상 속에, 냉혹함과 비참함이 비친다. 순간의 비통은 온몸을 감싸고, 그 어린 몸은 저주받은 고통의 쇄도에 휩싸인다. 시간은 멈추고, 공기는 침묵으로 무거워지며, 우주는 그 비참한 장면을 영원히 검은색으로 칠한다. 우리는 전쟁의 무자비한 태양 아래서 썩어가고, 존재는 순간적인 반짝임처럼 사라진다. 전쟁은 원래 비참하다. 그리고 전쟁은 항상 비참하다.      



*************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것이 저의 간략한 인생입니다. 저는 대체 누구입니까?     

아무쪼록 선처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a65f28ad0f26782a967b5d5fee91a8fe185992530cf4a40c5f03c591eb99e80b07611a6f823b5c99a638274c


a65f28ad0f26782a967b5d5fee91a8fe185992530cf4a40c5f03c291eb99e80bc7fc87b8dc52f94284f615b2


a65f28ad0f26782a967b5d5fee91a8fe185992530cf4a40c5f03ce91eb83f60ba365770a06af9e905ac7f531c5


a65f28ad0f26782a967b5d5fee91a8fe185992530cf4a40c5f03c68becddf21c130bd51f6882774907dcebccbf


a65f28ad0f26782a967b5d5fee91a8fe185992530cf4a40c5f03c68cecddf21c81ae72af211f084f4baf0cba41


a65f28ad0f26782a967b5d5fee91a8fe185992530cf4a40c5f03c588ecddf21c93b7bda1d6e61f67c4d05dc6ab


a65f28ad0f26782a967b5d5fee91a8fe185992530cf4a40c5f03c18fecddf21cc01c1d88e8b0bcde6d029a6dd5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주위 눈치 안 보고(어쩌면 눈치 없이) MZ식 '직설 화법' 날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9 - -
289862 병진(병신)도 병진이라고 발음하는 재끼(새끼)가 연기한다며 a(118.235) 04.29 20 0
289861 저 개새들 남 마트 다니던 때도 패악질 다 치고 a(118.235) 04.29 17 0
289860 내가 중학교 때 진지하게 고민한 것이 a(118.235) 04.29 25 0
289859 저 양악해도 얼굴 안 깎이는 개새는 왜 또 왔니 a(118.235) 04.29 21 0
289858 타이타닉 암초에 걸려 암초 라틴어 dorsum [1] a(118.235) 04.29 27 0
289857 라틴어 엘리고eligo ex lego에서 자전거도둑 나오냐 a(118.235) 04.29 19 0
289856 로마 역대 황제...카롤로스 왕조...카롤로스가 라틴어로 [5] a(118.235) 04.29 18 0
289855 노무현 사위 son in law가 sun il roe야 또? [1] a(118.235) 04.29 22 0
289854 저것도 또 거버너 계열이겠지 너나 해 정치 a(118.235) 04.29 15 0
289853 자전거도둑 bicycle Thief 에자일 메소드, a(118.235) 04.29 17 0
289852 프랑스어 공부 29/100 일차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9 23 0
289851 니들 자전거도둑 서사도 여기저기 내뿌려 a(118.235) 04.29 16 0
289850 더 웃긴 건 #김소진 이니 a(118.235) 04.29 17 0
289849 조정래 박범신 단위도 국가 단위 받아쓰기 했다는 이야기죠 a(118.235) 04.29 18 0
289848 몸은 공간이죠 a(118.235) 04.29 20 0
289847 사이클 유입과 중간 중간 상위 10퍼센트 코호트 일부, a(118.235) 04.29 32 0
289846 아...그 애새끼들 돈 주면 의자 차지만 다 하죠? 일은 안 하고 [9] a(118.235) 04.29 24 0
289845 아주 가는 데마다 즈이 애새끼들 개념 안다 일 안 하겠다 a(118.235) 04.29 18 0
289844 내가 몸 관리를 못해 혼자도 채식해 잘만 유지하길 a(118.235) 04.29 22 0
289841 의료 대환란으로 7년 대환란을 시작하는가. 보리밭(106.102) 04.29 31 0
289839 성철 스님 가셨을 때 [4] ㄱ..(223.62) 04.29 54 0
289838 있잖아 도움 좀~ 문갤러(39.7) 04.29 44 0
289837 남의 뇌를 거리두기 정도로 가지고 놀았네 a(118.235) 04.29 24 0
289832 그의 시를 읽으면 정말로 광기가 태풍처럼 몰아친다고 EUdaimoni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9 111 0
289830 밥을 먹기가 싫은데 밥을 먹어야 한다 [1] EUdaimoni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9 40 0
289829 2024. 4. 29(월) 흐림 [1] 문갤러(118.235) 04.29 36 0
289828 [비요일은 판타지] 문갤러(218.156) 04.29 53 1
289827 오랜만이군요 보들레흐씨 [1] EUdaimoni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9 38 0
289826 커피도 다 마셨으니 우아하게 독서나 하고 싶은데 EUdaimoni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9 25 0
289821 라인 메신저에 대한 뉴스 인생(118.235) 04.29 35 0
289820 옛 시인의 노래 / 한경애 [3/1] 인생(118.235) 04.28 93 0
289819 봉제선 [1] 쿵치팍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8 44 0
289817 버섯 [2] 해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8 47 0
289816 육체 [1] ㅇㅇ(211.234) 04.28 49 2
289815 쥐 잡기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8 83 1
289814 주일은 프랑스어 공부 쉽니다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8 27 0
289813 크누트함순 knut perderson knutepunkt [2] a(39.7) 04.28 42 0
289811 희귀 sf 소설 판매함 [1] ㅅㅅㅅㅅ(211.36) 04.28 52 0
289808 아파트 [3] ㅇㅇ(211.234) 04.28 115 7
289807 조금만 관심 있어도 성적 지향 비일반성이 개인 내면에 EUdaimoni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8 32 0
289806 이 나라 정신과 의사들이 수준이 많이 낮긴 하지 EUdaimoni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8 48 0
289800 일요 교양 강좌 - 탐미주의를 거부하다 문갤러(222.118) 04.28 39 0
289799 오존을 쪼갰으니 a(118.235) 04.28 20 0
289798 아니 한국 소설이고 영화고 나 어려 도끼 든 미친 놈 내리 나와 [2] a(118.235) 04.28 41 0
289797 정신 나간 것들이 길바닥이고 집이고 a(118.235) 04.28 30 0
289796 니들이 나한테 미움 받을 용기라도 보여 미움 받잖아 그죠? [1] a(118.235) 04.28 37 0
289795 아주 저러다 죽은 사람에 "독해" 그러지 죽인 새끼가 a(118.235) 04.28 26 0
289794 문학 입문하려는데 추천해주세요 정조대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8 33 0
289793 상식적으로 정신과의사가 더 위로를 잘 하겠니 [3] a(118.235) 04.28 44 0
289792 심각하게..내가 손석희도 어설프다 그런 게 a(118.235) 04.28 34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