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오키나와의 너

ㄱㄹㄱ(118.220) 2024.04.22 14:23:59
조회 72 추천 0 댓글 0
														

3ab8d620e3d476ac7eb8f68b12d21a1d2971ab0416


눈을 감으면 곧장 흐릿한 형체가 보인다. 무엇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일단은 꿈에 들어서야 한다. 


침대에 몸을 눕혀 눈을 감자. 


어느 순간 발가락 끝부터 몽롱해지는 감각. 


졸음이 무릎을 타고, 그러다가 허리, 가슴, 마침내 뇌까지 침식하는 그 순간에, 그 순간- 어떤 스위치가 작동한다. 


이제부터는 가상의 세계. 


현실과는 안녕이다. 


꿈에 세계, 그리고 눈 앞에 선명해지는 흐릿한 형체. 그건 도깨비, 아..또 그 도깨비다. 


며칠 전부로, 사람 잡아먹는 도깨비가 내 꿈 속을 배회한다. 


흉포하고 잔인한 광경, 시체와 비명이 도처에 깔려 괴롭다.  


오늘은 또 어떤 악몽일까... 



꿈속에 군은 현관에 서있었다.  


군이 어릴 적 살던 20평 아파트 가정집이었다. 


이 오래된 집을 보고, 그는 감상에 젖지 않을 수 없었다. 


군은 그리움에 거실에 앉아있는 갈색 소파를, 어릴 적 아버지가 비행기 태워주시던 걸 생각했다. 


그 다음에는 뒤가 튀어나온 오래된 브라운관을, 온 가족이 모여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웃고 떠들던 시절을 생각했다. 


그리고 눈을 움직여 스탠드형 라디오, 그 위에 있는 1999년 08월 달력을 봤다. 


그 순간 갑자기 몰아치는 감정의 고통. 


아늑해지며, 어쩐지 코끝이 아려지며, 군은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라고 생각했다.


군은 거실에 소파에 앉고 싶었다. 그러나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현관에 서서 박제된 것처럼, 군의 의지가 이 세상엔 없는 듯했다.


꿈이 으레 그러듯이 군은 움직일 수 없는 게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엄마, 오늘 점심은 뭐에요"


그 때 작은 방에서 누나가 나오며 물었다. 


"오늘은 갈치조림이야." 


군의 시야 사각에 있던 어머니가 부엌에서 갈치조림이 담긴 냄비를 들고 tv 앞 테이블로 향했다.  


동시에- 화장실에 물 내려가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리고, 군의 아버지가 나오며 


"군은 지금 어디래?" 


묻자, 어머니는 "글쎄, 애가 전화를 안받네." 했다. 


'저 여기 있어요.. 어머니,...아버지..'


군은 아주 오랜만에 보는 아버지와 어머니께 안부라도 건네고 싶었지만, 


몸은 물론 말조차 통제 할 수 없었다.


가족들은 거실에 모여 tv를 틀어둔 채 식사를 시작했다. 


서로 말이 없거나, 혹은 짧게 말싸움을 하거나, 그럼에도 군이 보기에 그들은 아주 화목해 보였다.


한창 식사가 이어지던 중, 갑자기 벨소리가 울렸다.


'띵동-' 


그 소리와 함께 가족들은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이내 혼비백산하여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베란다 창을 열려고 했으나 베란다는 전혀 열리지 않았다. 


누나는 작은 방으로 숨으려 했으나 방문은 전혀 열리지 않았다. 


그들은 이내 현실을 직시하고 부엌에서 칼을 꺼내 무장하거나 소파 밑으로 숨거나, 혹은 베란다 커텐 뒤로 숨었다. 


군의 문 뒤로 현관문이 열리고 3미터는 족히 넘어보이는 도깨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벨을 누른 주인공은 도깨비였던 것이다. 


도깨비는 허리를 숙여 현관으로 들어오더니 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군을 한번 쳐다보더니 씨익- 웃고 눈은 초승달, 그대로 군을 지나쳐 거실로 향했다. 


도깨비가 제일 먼저 마주한 건 아버지. 


아버지는 한 손으로 도깨비를 정지시키려는 듯이 손바닥을 들어 제지했다. 


다른 한 손엔 칼이, 도깨비가 달려들면 언제든지 찌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는가? 도깨비에겐 물리적인 힘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 


도깨비는 그 큰 손을 들어 순식간에 아버지의 뺨을 후려쳤다. 


워낙에 순식간인지라 아버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얼굴이 뜯겨버리고 말았다. 


머리 없는 아버지의 시체가 관성에 밀려 힘없이 저기 어딘가에 처박히고 말았다.  


군은 '제발 꿈에서 깨라' 라며 속으로 수십번 되풀이했다.  


군의 꿈은 절대로 깨지 않는다. 


마치 어떤 법칙이 작용하는 것처럼, 도깨비가 아버지, 어머니, 누나를 먹은 직후에 


잠에 들때와 마찬가지로 스위치가 꺼진 듯이 눈이 팍- 



자리에서 일어난 군은 온 몸이 땀에 젖어 불쾌하게 추운 상태에 있었다. 


그러나 군에게 이런 상황은 이미 루틴이 되어버린지 오래였다. 


군은 능숙하게 땀으로 전부 젖어버린 이불을 내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실로 향했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비난 여론에도 뻔뻔하게 잘 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03 - -
290363 황병승 시 읽으니 시 쓰고 싶으다 공령지체(118.235) 05.09 68 0
290362 는 됐고...컨셉질이 산성비라 그럼... [16] a(118.235) 05.09 71 0
290360 어제 이야기 하다가 국적(영주권) 개념 생각 안 나 a(118.235) 05.09 58 0
290347 노안이 와서 [1] ㅇㅇ(118.235) 05.09 74 0
290341 원래 그랬던 것처럼 ㅇㅇ(211.234) 05.09 55 0
290340 속내 ㅇㅇ(211.234) 05.09 56 0
290339 Mon ige - island of man [1] a(118.235) 05.09 58 0
290338 저 씨발 병신새끼들 쿠팡 이천3센터 이오나이저 있었는데 a(118.235) 05.09 82 0
290337 벼락치기 잘하면 8학군이겠지 [1] a(118.235) 05.09 67 0
290336 저 씨발년들 미쳐돌아서는... a(118.235) 05.09 51 0
290335 와 저 씨발년들 이거 시작할 때 무지개 만든 게 a(118.235) 05.09 40 0
290334 어처구니없다 방전가공 아는 게 막ㅡ a(61.73) 05.09 54 0
290333 씨발 미친년아 취향 존중해라 a(61.73) 05.09 55 0
290332 방전가공오일 쳐먹여 욕조에서 냉각제 뿜었냐 2시간 a(61.73) 05.09 51 0
290331 미리 오염 양을 정해놨니 뭐가 돌아가니 a(39.7) 05.09 46 0
290330 Fimbulwinter가 핌불베트르면. a(39.7) 05.09 52 0
290329 라그나르크 라그나로크가 코로나19라 뭐 [7] a(39.7) 05.09 81 0
290328 말하고 떠드는 뇌속도 전면에서 오면 a(39.7) 05.09 48 0
290327 발바닥 흄이 눈속임에... a(39.7) 05.09 51 0
290326 자는척한다 코고는 소리 낸다 씨발 a(39.7) 05.09 50 0
290325 머리 위에서 빨아들이기...회사랑 똑같잖아 a(39.7) 05.09 54 0
290324 아 그냥 바닥이네 전기야 오일이야 날아다니길 무릎 위로 왔니 a(39.7) 05.09 52 0
290323 씨발아 무선이어셋 타고 타고 지랄하는 것도 나가 미친년아 a(39.7) 05.09 50 0
290322 미친년아 안댔는데 대놓고 버튼 조작해 압력으로 바꾸지 18 a(39.7) 05.09 50 0
290309 인간, 기계, 소비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8 206 0
290308 [문학 작품] 라이디아 VS 오스만 제국 [1] 덕화명곡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8 99 0
290306 많이 아픈 것보다 너따위 인간도 있다는 게 가장 문제랬죠 a(118.235) 05.08 51 0
290305 영화 특수처리한다 영화필름(막)에 각인한 기술로 내 뇌막에 a(118.235) 05.08 52 0
290304 자아, 염라대왕 [1] ㅇㅇ(112.160) 05.08 87 0
290303 이거 예전 같은 버스도 아니니 [30] a(118.235) 05.08 82 0
290302 노스탤지어랑 니들이 무슨 상관이니 a(118.235) 05.08 51 0
290301 내가 분명 특정 환경에 아파서 내는 신음 끙끙댄다 그래 a(118.235) 05.08 48 0
290300 마블 타노스thanos가 노스탤기nostal_giㅡ 말장난이네 [1] a(118.235) 05.08 65 0
290298 특이한 애들이야 a(118.235) 05.08 73 0
290297 저것봐 노르웨이어 감기에 안개 들었니 a(118.235) 05.08 42 0
290296 지진이 안 나온다 했더니 노르웨이어 #흔들리다 a(118.235) 05.08 41 0
290295 북유럽 신화 최고신 ord-in의 ord가 word a(118.235) 05.08 47 0
290294 어쩐지...그냥 미국 남부출신 배우가 바이킹인 척 하더라니 a(118.235) 05.08 44 0
290293 북유럽신화 라틴어 찾을 것 없이 그냥 노르웨이어잖아 [1] a(118.235) 05.08 66 0
290291 씨발년들 나이 쳐먹을 만큼 쳐먹고 어린척은 a(118.235) 05.08 47 0
290290 쓰레기 짓 해 돈을 안 벌면 니 나이에 돈을 그따위로 안 써도 되겠죠 a(118.235) 05.08 44 0
290289 앞자리 앉은 너는 왜 안절부절 못 하니 돈값 하기를 a(118.235) 05.08 49 0
290288 그냥 청동이 돈이잖아 a(118.235) 05.08 47 0
290287 형들 2000부 인쇄해주는 공모전 어떰? 문갤러(211.234) 05.08 54 0
290286 새로 고문하고 새로 세뇌하고 버스마다 떠드는 애들 집단 붙이고 a(118.235) 05.08 42 0
290282 김연수 정도면 일년에 억단위 버냐? 문갤러(1.237) 05.08 101 1
290281 님들 등단 소설가가 된다는 게 공모전 상 받으면 되는 거임? [5] 문갤러(211.234) 05.08 139 0
290279 자작시 2편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8 109 0
290278 군만두에 고량주, 이게 문학이지 빠꺼 [3] 런던공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8 146 1
290277 쿠팡 이천3센터에 방사성물질 뿌려 단기직원이 회피 판초 입고 [1] a(118.235) 05.08 108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