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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란 소설이지만 평가 부탁드립니다!

..(61.98) 2011.02.08 19:21:41
조회 1113 추천 0 댓글 26

 

 내가 지금 가장 자신있게 쓸 수 있는 이야기는 이거다. 이거 밖에 없다.
 이유는 무엇일까. 17세 소녀라는 짧은 감각 때문인지, 자신감 부족인지, 아니면 정말로 이걸 제일 잘 쓸 수 있는 것일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아

무튼 내가 다른 어떤 것보다 이 얘기를 제일 잘 쓸거라는 것만 안다. 소중하다기엔 쌉사래한 내 십수년의 기억은 분명 그런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다섯살의 대낮부터였다.

 유독 심했던 그 해 여름날의 무더위가 머리칼을 찌르는 그 한낮, 지저분한 샌달을 신은 꼬마 아이가 있었다. 
 놀이터 그네 위의 춤추는 나비를 쫓는 아이.
 노란색이었는지 호랑무늬였는지, 작았는지 예뻤는지. 아이는 그저 나비를 쫓았다. 까치발을 들자 붙잡을 듯 손이 스쳤다. 잡기 위해 팔을 뻗었다. 그러나 찰나, 태양에 잡아먹힌 시야가 하얗게 반짝였다. 암흑에 안구는 휩싸이고 결국은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비는 어딘지도 모르게 날

아가 사라져있다. 맴맴 우는 여름 소리만이 애처롭게 꼬마를 울렸다.
 그곳은 놀이터였다. 나비를 잃어버린 놀이터 정중앙 그네 타는 곳. 꼬마는 그네에 앉았다. 그에게 친구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무더운 날 놀

이터, 그네에 앉아 홀로 발을 구르며 앉아있던 기억이 내게 외톨이였으리라고 말한다. 꼬마는 그 때도 혼자였을까?
 고개를 들었더니 하늘 대신에 햇빛이 쏟아진다.

 내가 놀이터에 가겠다고 현관으로 향하자 엄마는 애 타는 목소리로 말한다, 더우니까 나가지 마. 나가지 말래도. 영문을 모르고 그 말을 듣던 나는 10

년이 넘어서도 초조한 엄마의 목소리가 선명하다. 나는 말리는 엄마 앞에서 가만히 문 손잡이를 쳐다본다, 그래도 가고 싶어. 그러자 엄마는 한숨으로

나를 용서한다. 그래. 가라, 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는 신발을 신는다.


 다섯살의 대낮.
 심심해진 나는 샌달을 모래 바닥에 굴린다.
 
사슬 그네가 삐걱삐걱 움직인다. 집에서 나올 적에 엄마가 신지 마, 신지 마 했던 낡고 지저분한 샌달이 모래에 덮힌다. 꼬마는 기어코 더러운 샌달을 자랑스럽게 신고 나가 놀이터에서 굴린다.
 한참이나 앉아있으려니 더웠다. 땀이 나고 피부가 따끔거려 나는 중얼거렸다. 엄마, 엄마 말이 맞았어. 집으로 돌아가야겠어. 나는 그네에서 일어난다

.
 들렸다.
 "E야."
 그 순간, 들렸다.
 등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그 묵직한 남자의 말 소리가.
 어딘가 중요한 부품이 빠져버린, 그런 기계의 육성을 듣는 것 같은 그런 목소리. 어쩌면 나는 귀를 막았어야 했는지도. 좀 더 나이 든 다른 누군가라면 그랬으리라. 하지만 다섯살의 꼬마는 기계를 모른다. 당연히 기계에 있어 중요한 무언가도.

 그래서 "E야, 아빠야."하는 목소리가 한번 더 들렸을 때, 그는 고개를 돌려 그의 낯선 두 눈을 바라보고 꼬마는 할말을 잃는다. 말을 없애버리는 이상

한 감정이 밀려온다. 고양감인지 기시감인지, 부모에 대한 애착일지 원망일지. 가나다 단어로는 표현할 길 없는, 난생 처음 몰려오는 감정의 파도에서 나는 가만히 입을 닫고 남자를 향해 인사한다. 그러자 그가 근엄히 웃어보였다.


 나는 그대로 아빠를 따라간다. 아빠가 가진 좋은 차에 타고 새로운 곳으로 간다.

 아빠가 차 안에서 샌달이 이게 뭐야, 하고 혀를 끌끌 차며 신발 가게로 밟는다. 새 샌달을 사준다. 분홍색 새 샌달. 작은 발에 끼운 샌달을 이리저리 꼼

지락댄다. "니 엄마도 참 이게 뭐냐. 애 샌달 하나를 제대로 못 사주고.", 하지만 나는 마냥 새 샌달이 좋다. 그러나 원래 신던 샌달을 아버지, 낡았다며

버린다. 나는 도무지 울어야할지 신이 나야할지 감을 못 잡는다. 결국 그냥 가만히 서 있었다.
 새 샌달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아버지의 차는 신발가게를 지나 영등포에 있다는 집으로 간다. 그곳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산다.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인사를 드린다. 그들은 웃으며 나를 맞는다. 깎아놓은 과일 담긴 접시를 내 앞으로 밀어준다. 고픈 배를 주무르며 나는 맛있게 과일을 먹는다.
 
 그렇게해서, 나는 아버지와 살게 되었다.

 영등포에서 살던 그 나날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사실 그 시절의 기억은 어렴풋하다. 나는 어쩌면 그곳에서 행복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의외로 적

응하지 못하는 말썽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오로지 그 때의 기억들을 모조리 미숫가루의 달콤한 향취에 맞겨 버무린다. 고소한 가루를 찬물에 송송 뿌려 내 작은 손에 건네주던 이웃집 할머니의 인정만이 그 시절을 대변한다. 인정이 맛을 기억나게 하는 건지, 맛이 인정을 기억나게 하는 건지. 아무튼 그 여름의 시원한 미숫가루 탄 물이 항상 내 혓속에 박혀, 어지간히 외롭거나 더울 때 나는 떠올리곤 한다. 아!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렇게 탄식하고 나면, 주위의 어른들이 조그만 게 별 소리를 다 한다고 핀잔을 주는데도 나는 즐거워 실실 웃고 있다. 포장된 추억으로 그렇게 갈증을 달랜다.

 그 뒤 유치원생 쯤 되었을 때는 다른 동네로 이사를 떠났다. 그곳에서도 몇년을 보냈다. 초등학교 1학년에 반친구에게 초대받아 생일 파티에도 가고,

놀이터에 뛰어나가 처음 보는 아이들과 놀았다. 놀다가 친구가 되었다. 땡볕에서 우리는 몇번이고 그네와 시소를 바꿔 타며 자주 모래집도 만들고 놀았다…….

 그러고보니 나의 기억들은 항상 여름날에 다가오는 걸까.
 그렇담, 그 것도 7~8월 경에 일어난 후끈한 사건의 하나였을까? 아니면 겨울에 일어나 더 이상 손 쓸 수도 없이 내 마음을 꽁꽁 얼려버렸던 걸까.

아니, 둘 다 아니었을 걸. 새순이 돋아나고 거리에 벚꽃이 만개하는 4월에 그랬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가녀린 눈이 봄볕에게 녹아내리는 서글픈 계절

에 일어난 비극의 한 종류였으리라고 믿는다.



 초등학교 2학년의 봄.
 아버지가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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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란 문장 죄송합니다.
감상이나 첨삭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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