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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 시인의 유명한 시 한편 올리고, 나는 퇴장함,

연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8.01.27 22:24:13
조회 224 추천 0 댓글 7




오늘 밤엔 할 일이 많으니 이만 가야되겠다.



내가 고딩 2학년 꼬꼬마 때

문제집의 쉬어가기 코너 같은 것에서 처음 이 시를 발견했는데, 감탄하고서

(그 때 한창 시를 배우던 시기였으므로) 혼자 막, 심상 연습을 했던 기억이 나네, ㅎㅎ


\'사평역에서\'는 곽재구 시인이 신춘문예 당선될 때 썼던 시인데

등단시가 대표시가 되어버린 드문 시인 곽재구,

\'사평역에서\'가 너무 좋은 시라서,

그 후의 시들에서 곽재구 시인에게 실망했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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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 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 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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