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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엽편경연] ccd에 먼지가 들어가서 그랬나봐요!

나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8.02.13 00: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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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d에 먼지가 들어가서 그랬나봐요!




 

  - 여기 있구나.

 

  30분간 창고를 뒤진 끝에 찾을 수 있었다. 한동안 쓰지 않던 Pentax의 옛 기종이다. 후후 불어 대충 먼지를 털어내고 가죽 케이스를 벗기자 녀석은 예전 그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 그래도 오랜만에 보니 반갑네.

 

  옆에 쌓인 낡은 책 더미 위에 걸터앉아 잠시 녀석을 살펴보았다. 이걸 다시 꺼내게 되다니 솔직히 생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제는 쓸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내일 있을 \'얀\'의 졸업식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다시 녀석을 봐야만 했다.

 

  녀석은 구식 렌즈고정식 카메라다. 남대문 상가 네번째 골목인가 다섯번째 골목의 두번째 가게에서 중고로 산 녀석인데, 때문에 몇 년이나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반 일회용 카메라보다는 좋은 렌즈와 바디를 지녔지만, 그렇다고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녀석이다. 원하는 사진에 따라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나가던 아가씨가 깜짝 놀랄만큼 번쩍이는 플래시를 갖고 있지도 않다. 검은색 동체에 24mm 필름이 들어가는, \'카메라\'라고 말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그런 1차적 형태의 카메라다.

 

  녀석을 가장 최근에 사용한 것은 3년 전의 열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얀을 어머니에게 맡기고 중국으로 갔었는데, 녀석과의 마지막 동행이었던 만큼 에피소드도 많았다. 두 번 도난당할뻔 했고, 한 번은 물에 빠뜨렸었다. 그러나 가장 크게 남는 기억이라 하면, 근처에서 도저히 24mm 필름을 살 수 없어서 롤에 남은 여섯장의 컷을 아끼고 아끼고 찍었던 일인데, 아… 호텔에 돌아와서 보니 가방 앞주머니에 새 필름 한 통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이란!

 

  생각해보니 나를 만난 것이 벌써 팔년 전의 일이니 우리는 참 오랜 시간을 같이 지내온 친구같은 사이인데, 그런 녀석을 삼년 동안이나 이 작은 창고에 넣어두었다니 나도 참 몹쓸 사람인가보다. 내일은 녀석으로, 얀의 의젓한 모습을 많이 찍어야지. 앗, 전화.

 

  - 전화받았습니다. 아 네, 수리 완료되었나요? 다행이네요. 아 그럴까요? 네, 그럼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삼십분 후에 도착하겠습니다.



 

  음. 아쉽지만 녀석과의 조우는 다음으로 미뤄야 할 듯 하다. 다시 3년 즈음의 시간이 흐른 뒤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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