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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갔다와서 하루종일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1939(39.118) 2015.04.18 20:04:19
조회 172 추천 0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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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딱히 잘 생기지도, 그렇다고 못 생기지도 않았다. 그 남자의 외모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뺨에 항상 털이 한 가닥 씩 있다는 것이었다. 남자는 딱히 그 털을 의도해서 기른 것 같지 않았다. 그는 상당히 자신의 털에 무심했던 사람이었고, 결정적으로 그 남자는 매우 어수룩했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뺨에 몇 개에 털이 있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남자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자가 덜떨어지거나, 정박아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놀라울 정도로 머리가 좋았다. 그는 직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머리가 좋아야했다. 남자는 가끔 멍청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것만큼이나 편한 것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웬만한 것을 다 알고 있었다. 자신의 오른쪽 볼 한 가운데에 난 털 한 가닥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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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가 반드시 제니퍼 타운젠드를 죽여야 한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를 죽여달라는 의뢰인이 찾아왔기 때문에. 의뢰인의 모습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무튼 그는 한참을 고심한 끝에 교통사고를 택했다. 제니퍼 타운젠드는 이따금씩 인적이 드물고 CCTV가 없는 골목을 지나가야 했다. 그녀의 일이 그러한 것이기 떄문에. 남자는 일을 괜찮게 설계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거사를 치루기 전에 딤섬을 하나 샀다. 꼬맹이 머리만한 딤섬이었다. 딤섬은 적당히 따끈했고, 적당히 바삭했다. 딤섬의 속은 돼지고기인지 꿩고기인지 모를 것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요깃거리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았다. 그는 운전석에서 말없이 구운 딤섬을 먹고 있었다. 제니퍼 타운젠드가 차창 앞으로 지나갈 때까지. 그녀가 지나가자 그는 시동을 걸었다. 낡은 트럭은 몸을 힘껏 털더니 우렁찬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기지개를 피는 적당히 살집 있는 노인네처럼. 그는 아주 조심스럽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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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아주 신속하게 이뤄졌다.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그녀를 대신해 몸을 던져주는 사내는 없었다. 그는 형편없이 찌그러진 차와 여자를 내려다봤다. 서둘러야한다. 그녀가 차에 부딪히기 전에 비명을 질렀다. 누군가가 곧 나타날지 모른다. 남자는 온 몸이 꺾인 여자를 차에 태우고 인근 산으로 달려갔다. 삽은 미리 준비했다. 땅을 파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땅이 딱딱했다. 아뿔싸, 겨울인 것을 생각 못하고 있었다. 남자는 조금 난감해졌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남자는 차를 바다에다 처박아 넣었다. 트럭은 아주 시원하게 물에 빠졌다. 당분간은 아무도 그녀를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트럭의 안전벨트가 단단히 그녀를 고정했으니. 쓰나미가 밀어 닥치거나, 이 도시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하루에 소금물을 100리터씩 마시거나, 혹은 물을 빨아먹는 거대한 괴물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트럭과 여자가 발견되지는 않을 거다. 그는 아주 흡족하게 웃으면서 오줌을 갈겼다. 남자는 예전에 읽은 책이 생각났다. 네 무덤에 오줌을 갈겨라였나, 침을 뱉어라였나. 기억이 잘 나지 않은 남자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남자는 언제나 자신이 처리한 사람들의 명복을 빌어주곤 했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이렇게 웅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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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히 쉬길, 제니퍼 타운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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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우울할 때 잘 써지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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