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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여자의 역설

ㅅㄹ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4.30 02:46:36
조회 194 추천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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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여름인가, 가을인가.


*

 아비를 강간하고 죽였다. 피의 진창에서 문득 정신을 차리고 콘돔을 뺐다. 털렁. 마치 생물인 듯 소리를 내며 콘돔은 질에서 빠져나왔다. 직접 질벽을 맞대게 하고 싶었으나 콘돔을 썼다. 그의 아기를 배고 싶지는 않았기에.


 거리로 나섰다. 햇빛이 있다. 밤이 아니군. 자 이제 남은 일은 뭐지. 어미는 아비가 죽였고, 아비는 내가 죽였다. 아! 일은 마쳤다. 이렇게 간단하게 혼자가 되다니. 머리가 갠다. 맥도날드로 가는데 웃음이 배실배실 나왔다.


 핸드폰. 창가에서 햇살을 맞으며 햄버거를 기다렸다. 빛 때문에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 카톡. 메시지가 와있었다. 동생이었다.


‘누나’

‘어디야?’


 이런. 나는 분명 혼자일 텐데. 아닌가. 혼란스럽다.


 맥도날드인데. 답장했다.


 음식이 나왔다. 받아와서 먹었다.


 나는 혼자인가. 동생이 나에게 말을 거는데. 그렇다면 혼자가 아니잖아. 동생만 없으면 되는 문제가 아냐. 동생 말고도 타인이 많아. 나는 혼자가 될 수 없는 건가. 모두 없앨 수 없는데. 무인도나 시골에 가서 혼자 살기는 싫어. 이곳에서 혼자이고 싶어. 그러기 위해선 어떻게.


카톡


‘빨리와’


 그렇군. 혼자라는 건 관여당하지 않는다는 것. 타인들이란 있어도 괜찮은 존재. 나와는 부딪히지 않으니. 동생을 없애자. 콜라를 다 마셨다.


*


 동생. 그는 열두 살. 나에게 책임을 지운다.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건 웃기는 군. 그가 나를 좋아한다고 내가 책임을 지다니. 내가 자주적으로 책임을 떨칠 수 있는데.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정신 내의 여러 변화들은 무엇보다 모호하다. 그래 죽이는 게 훨씬 쉽지. 다시 마음을 잡았다.


 “형주야 이리 와봐.”


 팔을 뻗었다. 그가 내 팔에 감겨 안겨온다.


 “형주는 누나가 없어지는 거랑, 형주가 없어지는 거랑 어느 게 좋아?”


 그는 자신이 없어지는 게 좋다고 한다.


 “누나 없어도 학교 친구들이랑 선생님 있는데. 티비도 볼 수 있고. 게임은 더 많이 할 수 있을 걸”


 그래도 자신이 없어지겠다고 한다. 어린 애란 이렇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군. 내가 묻고 싶은 건 나에게 관여하지 않을 건지, 죽을 건지, 이중일택을 하라는 말이었어. 너도 다름 없구나.


 마음속으로 그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내 품이 편안한가보다 숨이 느려진다.


 “왜? 그런 거 물어보지마.”


 관여하지마


 머리에 피가 몰렸다. 닥치고 있지. 개새끼가. 그를 밀쳐냈다. 공포의 질린 눈. 너의 그 감정. 나에게 책임을 지워. 책을 집어들었다. 나를 좋아하지마. 실망하지도. ‘빵가게 습격사건’을 휘둘렀다.


 눈을 맞추기 힘들었다. 그 표정이 보기 싫어. 죽여도 다른 눈빛이 날 쳐다보겠지. 죽이기 전에 눈알을 짓뭉개야 했다.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 쉬지 않았다. 눈을 뜨지 못하게 해야 한다.


 여름인가, 가을인가. 춥지 않은 어느 저녁. 그의 얼굴을 빻다가 문득, 가족이란 이런 걸까, 생각이 들어 창밖을 내다봤다.


 아마도, 그렇겠지.


 그의 눈두덩이에 모서리를 내리쳤다. 나 이제 혼자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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