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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소설] 1회

김코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4.30 16:11:37
조회 311 추천 5 댓글 5


내가 고등학생 시절이었다. 우리 집은 학교에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었는데, 아침마다 북적거리는 버스가 싫어서 자전거를 타고 통학을 했었다. 중학교 1학년, 2학년을 지나 3학년 학교에 통학버스가 마련되었고 모두가 앉아갈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전세버스를 운영했기에 나는 굳이 자전거를 고집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익숙지 않았다. 손으로 기어를 쪼개고 다리를 움직이던 감각이 하루 아침에 우유갑 같은 버스 속으로 잠겨 들었다. 많이 잤다는 말이다.

버스는 모두가 앉아갈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자리가 남는 편도 아니었다. 나만큼 먼곳에 사는 학생은 흔치 않았으므로 우리 집 차례가 되면 2, 3명이 남아 각자 이어폰을 끼고 창문을 바라보며 졸거나, 무언가 생각하는 것 처럼 보였다. 누가 고3 아니랄까봐.

우리 학교는 엄격한 편이었고 야자는 11시까지 이어졌다. 우리는 힘들었고, 외로웠지만 아무도 내색하지 않았다. 묵묵히 문제집을 풀고 학교 버스에 올라탔다. 나는 종종 자전거를 타고 밤길을 달렸던 일,이년 전을 생각했다. 손으로 기어를 쪼개고 다리를 힘차게 움직이던. 손바닥에 박힌 굳은살과 허벅지에 붙은 근육, 힙겹 게 언덕을 오를 때마다 좌우로 힘을 주었던 가슴근육과 차오르던 숨이 지금은 내뱉을 때마다 차가운 유리창에 스쳐 한치앞도 볼 수 없는 안개로 화하고 있었다.

날씨는 날이갈수록 추워졌어. 그때 네가 내 옆자리에 앉았어 도서관에서 몇번 마주친적이 있었지  '이제 자전거 안타더라?' 나는 힘들어서 그렇다고 얼버무리고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어 눈이라도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쯤 네가 다시 물었어 '대학은 어디 갈거야?' 무언가 진지한 눈빛을 한 너는 불안해 보였고 입은 무언가 말하고 싶어하는 눈치였지 나는 좀처럼 말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그게 내 말문을 열었어 우리는 그날 참 많은 이야기를 했었지 버스는 아파트 단지를 4개쯤 지나 우리집에 닿았어

' 우리 집 지나쳤어.'


너는 버스에서 내려 나지막히 말했어 밤은 어두웠고 시내버스는 끊긴 시간이라 어쩔 수 없이 바래다 주기로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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