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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과 다니면서 느낀 점들

ㅁㄴㅇㄹ(152.99) 2015.05.29 10:39:03
조회 2065 추천 3 댓글 123

어느 분야든 기본기가 탄탄해야 하는데, 내가 다닌 곳에선 기본기를 제대로 배울 수 없었음

 

보통 창작 관련 강의는 교재 없이 이루어짐. 거의 교수의 자의적인 해석과 방식으로 진행됨. 이건 우리 과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 문창과도 대체로 이렇더라고.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기에 상당히 아쉬운 편.

 

그냥 어떤 주제, 어떤 방식으로 뭘 써와라, 이러면 시놉시스든 뭐든 써서 제출. 문제는 제대로 된 쓰는 방법이나 기본기를 가르치지 않고 왜 너희는 이거밖에 안 되냐며 닥달함. 뭘 배워야 쓰는데 막상 자기네들은 가르치지도 않으면서 그냥 학생들 작품 까기나 하면서 그리 가르치면 대체 어떻게 뭘 배우라는 건지 지금도 이해가 안 감.

 

그리고 교수들이 지나치게 사회비판적인, 거의 메시지 전달 위주의 글을 쓰라고 강요함.

 

아무리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더라도 대놓고 특정 뭔가를 까거나 사회적인 주제가 들어 있지 않으면 욕 먹었음.

 

여기 니그라토처럼 자신의 개인적인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당 서기관 같은 글을 써야 좋은 점수를 얻음. 물론 최소한으로 합리적이기는 해야 하겠지만.

 

그러다보니 교수의 영향을 받아서 학생들 글도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게 된 게 아닌가 싶음.

 

나도 나중에 졸업해서 합평할 때 그 때문에 까였음. 내 글은 문학작품이 아니라 무슨 이데올로기로 떡칠 된 거라고 많이 까임. 원래 그렇게 써야 좋은 점수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서 처음에는 나를 까는 사람들이 잘못된 건 줄 알았음.

 

실력 있는 교수님들도 계신데 이분들은 강의보다는 그냥 전임 교수라는 타이틀로 월급 받아먹을 뿐 대부분의 강의는 시간강사들의 손으로 이뤄짐.  학생들 중 누가 이렇게 평가했음. 차범근 축구교실에서 진짜 차범근이 가르치지 않듯 여기도 그렇다고. 전임교수님들이 그나마 스펙도 있으시고 문단에서 좀 활동한 분들이신데 강의도 설렁설렁 하고 그냥 자기 연구, 자기 개인 집필에만 열중하실 뿐 제자 양성에는 너무 소극적이셨음.

 

뭣보다도 그분들을 대신하는 시간강사분들이 문학을 전공으로 공부하시거나 좀 제대로 가르칠 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음.

 

주로 드라마나 영화, 방송 이런 쪽 작가 분들이 가르치는데 아무래도 다른 문창과나 국문과에서처럼 전문적인 문예사조나 문예 이론 이런 건 못 배우고 드라마 촬영장에서 여자 연예인들 흡연자 많다는 얘기나 잔뜩 들은 거 빼고는 기억나는 것도 없음.

 

애초에 자기네들도 등단 못하고 설령 등단했으나 차기작이 거의 나오지 않은 분들인데 어떻게 등단 준비를 시켜주겠다는 건지 의문이었음. 오히려 신춘문예나 문예지 정보 이런 건 웬만한 문갤러들보다 못했음. 문학계에 몸을 담기보단 위에서 말했듯이 드라마 영화 쪽에 몸을 담고 있던 분들이다보니 한계가 있었음.

 

대신 그 덕에 방송이나 출판사 쪽으로는 아웃풋이 나쁘지 않았음. 문제는 그것도 메이저가 아니라 좀 마이너한 쪽으로만 통과가 됐지만.

 

장점이라면 합평 분위기는 다른 문창과나 국문과에 비해 많이 자유로웠음. 다른 과 애들은 좀 자의식 쩔고 싸우는 분위기가 강한데 우리는 좋게 좋게 가자, 좀 이런 분위기였음. 오히려 교수님들이 너네 왜 서로 아무 반응 없냐며 더 열을 내는 편이셨음.

 

자유로웠던 이유 중 하나는 학생들 중에 순수문학에 올인한다! 등단이 최고다! 이런 사람보다는 그냥 좋으면 읽고 좋으면 쓰고 편한 분위기였음. 아무리 못 써도 그러려니 해주고 장르 같은 거 쓰고 읽다 온 학생들이 있어서, 나쁘게 말하자면 하향평준화였고 좋게 말하자면 전원이 하향되었기 때문에 좀 훈훈한 분위기로 편하게들 쓰고 읽었던 것 같음. 애초에 좋은 글 나쁜 글 구분할 줄 모르다 보니 괜히 남의 글 까서 뭐가 남으냐며 둥글둥글하게 넘어가는 흐름이었음.

 

 다른 대학이라면 "네 글은 똥글이고 종이가 아깝다!" 막 이렇게 싸우는데 여긴 그런 게 없어서 상당히 편하게 글을 쓸 수 있었음.

 

대신 그 대가를 치러야 했는데, 그만큼 등단자나 순수문학 한다는 사람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없었음. 예를 들어 전 학년 통틀어서 시를 쓴다는 사람이 1~2명밖에 없었음. 오히려 다른 과 애들 중에 등단 노리거나 순수문학 좀 하고 싶다는 애들이 우리 과 와서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충격 받고 나갈 정도.  그보다는 루리웹 조아라 이런 곳에서 장르 쓰는 애들이 주류였음.  김연수 이문열 김훈 이런 유명한 사람들조차 거론하면 되려 이상하게 쳐다봄. 

 

 장점이라면 다른 과보다 분위기가 편했음. 여기가 초중고 내내 선후배 관계인 학생들이 많은 지라  다른 과들은 군기 잡는 게 장난 아니었거든. 요즘 신문 기사에 대학들 선후배 군기 문화 때문에 욕 많이 먹는데, 솔직히 저 정도 갖고 기사화 이슈화 되는 게 이해가 안 될 정도.

 

 어릴 때부터 선배한테 90도로 인사하는 분위기가 성인되어서도 그대로 이어진 터라 다른 과들 보면 거의 조폭 수준으로 과티 맞춰 입고 선배들 말씀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데 여긴 상당히 열려 있고 편했음.  오히려 그 때문에 다른 과들한테 무시 당한다고 아싸 취급 받는다는데 그래도 그런 것보단 차라리 이렇게 편하게 가는 게 나았던 것 같음.

 

 졸업하고 나서 느끼는 거라면, 글 보는 눈이 좀 다양하다고 해야 할까? 다른 대학 출신들하고 합평이나 독서 모임 나가는데 나는 문창과 출신치고는 상당히 타인의 글에 관대하고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거야. 서로 잘쓰냐 못쓰냐로 자웅을 겨루는데 열을 내는데 나는 좀 그러려니~ 하는 성향임. 이건 나뿐만 아니라 내가 다녔던 학과 분위기도 그런 편이었고.

 

 오히려 여기서 문예지 발표 날 되면 열을 내고 괜히 히스테릭 부리는 게 이해가 안 갈 정도임. 왜 그렇게 진지 빨고 달려들며 목숨 거는지 이해가 안 감. 그걸 가지고 부심부리거나 남을 깔보는 것도 웃기고. 문갤 수준에서 등단 못 될 게 뭐 있다고 그러는지 원...

 

 자신의 글이 인정받으려면 타인의 글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하는데 문갤도 그렇고, 몇몇 국문과나 다른 문창과 학생들이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는 거 보면 안쓰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님. 솔직히 말하자면, 꼭 그렇게 하면서까지 잘 써서 등단하고 상을 받고 싶나 할 정도임. 여기 문갤에서 문창과 국문과 학생이었다고 자처하는 애들 보면 정말인가 싶음. 뭐, 이것도 학풍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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