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공원 외곽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우리는 한 개의 라이터로

   사이좋게 불을 붙였네

   흔들면 찰랑거리는 소리가 나고

   아이들은 무작정 탐내는 물건

   그곳 무성한 나뭇잎 뒤편에선

   사이렌 소리가 정겹게 들려오고

   자동차가 줄지어 달리면

   바람 부는 소리를 듣는 것 같았네

   아이들은 라이터를 흔들어보고

   있는 힘껏 바닥에 던져댔지만

   아무것도 엎지르지 못했네

   흰 빵에 스미는 커피처럼

   오후의 공원이 저물고

   나는 밤하늘에 빛나는 것들이

   별이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모든 게 너무 생생하게만 보였네

   애인은 이제 질색하던

   설탕이 든 커피도 곧잘 마시고

   넓은 도로로 향하는 길목에서

   우리는 사이좋게 불을 붙이고 걸었네

   아이들은 뒤를 따르며 재잘거렸네

   날개달린 작은 것들이 붕붕거렸네

   우리는 그 길을 오래 걸었네

   읽고 감상이나 평가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