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질문하기 전에 내 개인적인 소설을 쓰는 이유들부터 알려줄게.

난 자신의 머릿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어떤 스토리들, 이야기들, 서사들, 혹은 망상들. 설정 짜기. 이런 것들을 주체할 수 없어서 소설을 쓴다고 보거든.

물론 이건 그림이나 영상, 게임 등등으로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지만, 가장 쉽고 편하게, 그리고 특별한 전문 지식이나 기술 없이 글만 안다면 창작이 가능하잖아.

내가 문학을 학문이나 예술보다는 단지 콘텐츠의 하나로 보는 이유가 이 때문이야.

표현하는 것, 머릿속의 뭔가를 그림이냐 영상이냐 글이냐 어떻게 표현하냐의 차이 정도라고 보거든.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물론 직접 집필하고 플롯 짜는 작업이야 영감보단 노력이지만. 뭐, 종이에 끼적이는 정도일지라도 뭔가를 풀어내야 적성이 풀리지 않을까 싶어.

또 하나는 대리만족.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걸 환상으로 그려내는 거.

이것도 위의 사유와 비슷하긴 하다만 단순히 공상이니 망상이니보단 어떤 욕구, 불만 등을 대신 해소하는 거라고 봐.

SNS로 허세부리거나 이상한 얘기 하는 사람들 있잖아. 난 그런 사람들의 심리가 소설을 쓰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거든. 실제로 SNS에 이상한 뻘글 싸며 기분 풀 바에 내 경우엔 차라리 그런 것들 적당히 정리해서 소설 안에 집어넣는 편이었고.

또 하나는 자신의 의견이나 어떤 비판 의식을 타인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소설의 힘을 빌리는 거야.

그런데 이걸 백 퍼센트 썼다가는 위험할 수도 있거든.

그래서 허구의 힘을 빌려 더 그럴 듯하게 이야기를 꾸미는 거야. 그게 바로 소설이고.

직접 실명을 거론하고 있는 그대로의 팩트를 썼다가는 저자의 신변이 위험해지거나 신상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

이를 보완하기 위해 소설을 쓰는 것 또한 아닐까 싶어.

실은 내가 그렇거든.

내가 살아온 곳이 막말로 풀자면, 섬노예 사건들이 벌어지던 폐쇄적인 동네들과 마인드가 별반 다를 바 없는 지역이야.

까고 싶은 것들, 비판하고 싶은 것들, 까발리고 싶은 것들은 많은데 죄다 똑같이 그대로 말했다가는 위험하니까.

적당히 섞는 거지. 할 말 다 하면서 피해갈 수 있도록.

뭐, 나는 이런 이유들 때문에 대체로 소설을 쓰는데, 다른 사람들은 대체 왜 소설을 쓰는지 잘 모르겠어.

이건 조아라류의 장르소설이나 신춘문예 도전하는 순수문학 단편소설이나 마찬가지야.

왜 소설을 쓰는지, 가끔 타인이 이해가 안 갈 때가 있어.

너희는 왜 소설을 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