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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절룩이는 사연

ㅇㅇ(211.36) 2015.06.24 17:25:21
조회 87 추천 4 댓글 4


삐딱선 타는 걸음 절룩대는 기울기를 타고 이목이 한 곳으로 모이는군요. 저 분은 어느 나라에 국적을 두신 외국인인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얼핏 듣기론 저렇게 생긴 분은 희귀한 곳에 사신대요. 소싯적엔 누구 가슴을 여러 번 겨눈 저격수 행세를 했다는데, 그 전쟁통 속에서도 살아남았다는 흔적이 잘도 절룩대고 있네요. 우리는 그를 보면 숙연해지잖아요. 아무 말도 못하고 생각만 하게 되는 것처럼 조용히, 그의 내면을 파헤쳐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나라에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국민들이 모여 자급자족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들을 지원해주는 가슴 뻥 뚫린 전쟁의 피해자는 사레 들린 기침이 펑펑 터지면서도 어떤 연유로 그 나라를 포기하지 않았는지, 깊은 사연을 인터뷰하고 싶네요.


한바탕 전쟁 중에도 그녀는 태엽을 돌린 거죠. 그게 시작이었겠어요. 태엽 인형. 뱅글뱅글 돌아가는 작은 몸을 차마 버릴 수 없었겠어요. 가슴에 총을 맞아 밑 빠진 구멍이 생겼어도요. 피 흘리는 구멍에 싸구려 휴지를 채워넣고 채워넣으면서도 태엽을 돌린 거죠. 수 년간 반복하는 작업이었겠어요.


그 덕에 작은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누구 가슴에 총만 겨누다가, 그리고 태엽인형처럼 뺑글뺑글 반복행동만 하다가, 마침내 전역을 하게 된거죠. 어머니가 늙었으니 더 이상 총을 들 일이 없어진 거겠죠. 그러나 수 년간 쌓인 태엽의 비틀림은 아직 남아 길거리에 절룩대고 있었던 거예요. 지금쯤 그의 나라에 발을 딛고 서 있을 한국인 아주머니를 위해 나는 묵념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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