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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파의 재림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6.28 14: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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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파의 재림






지성현은 권총을 만지작거렸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수이 멈추지 않았다.


사장은 지성현의 컴퓨터로 인터넷 작업을 했다. 지성현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겠다는 사장의 얕은 수작이었다. 사장은 인터넷의 은밀한 곳에서 권총 설계도를 받았고 이를 지성현으로 하여금 3차원 프린터에서 뽑게 하고 조립도 하게 했다. 창고로 데려 가서 지성현이 물건을 내오게 했다. 착오는 그림자였다. 지성현에겐 주변을 잘 보는 습관이 있었던 것이다. 사장이 자신에게 총을 겨누는 걸 보고 지성현은 사장에게 몸싸움을 걸었다. 지성현이 학창 시절에 유도를 했다는 걸 사장은 몰랐다. 지성현은 권총을 빼앗았고 총을 쏘아 사장을 죽였다. 총알은 비비탄 총알과 비슷하게 생겼고 작동 원리도 같았지만 재질이 달랐다. 총알은 쇠로 되어 있었다. 3차원 프린터 기술의 개가로 철도 뽑을 수 있었다.


정당방위로 신고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지성현은 3차원 프린터에서 권총을 하나 더 뽑아 조립했고 총알도 수십 알 더 만들어서 챙겼다. 오랫동안 꿈꿔오던 일을 수행할 권능이 생겼다고 지성현은 생각했다.


새벽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지성현은 사장이 자신을 비롯한 여러 직원들에게 보험을 들어 놓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직원들이 죽거나 다치면 사장이 돈을 챙기는 형태의 보험이었다. 사장의 컴퓨터를 뒤져보니 사장은 지성현을 죽이고 자살로 위장한 뒤 돈을 챙기고 권총을 밀매할 계획을 세우던 중이었다. 사장은 입버릇처럼 회사가 어렵다고 말해왔고 임금체불까지 일삼았지만 보험금은 꼬박고박 납입해왔다. 이러한 악덕 사장이 한둘이 아닐 것이고 그들은 모두 부자이리라 생각하니 배알이 뒤틀리는 지성현이었다.


‘강남으로 가자. 강남 주차장에서 외제차를 타는 70대 이상 노인을 죽일 것이다. 아니 더 많이 죽일 것이다.’


강남 70대 노인은 부자의 집중체라고 볼 수 있었다. 2016년 현재 강남 70대 노인이라면 같은 나이 또래의 가난한 노인들을 자살로 몰아가도록 복지를 반대하는 무리임에 명백했다. 복지를 반대하는 것은 빈민을 죽이겠다는 것과 같다. 죽이려는 자를 심판하는 것은 정의로운 것이라고 지성현은 생각했다. 지성현이 초등학생 때 IMF로 집안은 망했다. 그때 이후로 지성현의 부모는 여관방을 전전했는데 그러고도 나라에선 아무런 혜택도 주지 않았다. 지성현의 부모가 건강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복지를 반대하는 강남 70대 노인만 아니었어도 지성현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의식주를 중산층 수준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남을 돕자는 것이 문명 가치다. 부자는 문명 가치에 반한다. 부자는 돈의 숫자에 집착한다. 문명 가치는 사회적인 것인데 부자는 남을 등 처먹어야 이룰 수 있다. 일을 하면 대가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지만, 굳이 대가를 거부하거나 일부러 적게 받는 이들도 있음을 감안할 때, 대가를 못 받는 이들도 있음도 부정할 수 없음에, 부자란 결국 경쟁사회에서 보다 유리한 계약을 통해 돈을 버는 족속일 뿐이다.


지성현은 챙길 것을 챙긴 뒤 주차장으로 갔다. 기숙사엔 들리지 않았다.


회사에서 쓰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운전직은 미래가 없는 직종이었다. 아니 인류에겐 미래가 없었다. 얼마못가 구글에서 자동으로 운전을 해주는 인공지능 기술이 상용화된다. 그런 식으로 인공지능이 모든 일자리를 잠식해버릴 것이다. 부자는 오직 돈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게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인공지능에게 모든 것을 빼앗겨 굶어 죽을 터였다. 물론 그 와중에 시장은 붕괴되고 대부분의 상류층은 몰락하고 최상위 부자들이 이윤에 도움이 안 된다면서 나머지 전 인류를 무인 로봇으로 쏴죽일 터였다. 결국 인공지능과 합체한 단 1명의 부자가 나머지 전 인류를 없애버리고 승리자가 되어 우주가 멸망할 때까지 지구에서 군림할 것이다. 그러기 전에 모든 부를 나눠야 했지만 부자의 논리만이 횡행하는 대한민국은 눈 뜨고 당할 것이다. 민주주의가 있어야 부의 분배가 이루어져 개개인이 더욱 많이 소비해야 더욱 성장할 수 있음에도 부자들은 눈앞의 이익만을 챙긴다. 미래가 없기 전에 부자들을 도살하는 거대한 전쟁을 일으켜야 한다고 지성현은 생각했다. 지성현은 행동으로서 선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지성현은 권총을 한 번 만지작거리곤 운전대를 돌렸다.


지성현이 있던 공장은 시골에 있었다. 국도를 타고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차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박정희는 고속도로를 만드는 등 거대한 업적을 세웠다. 80년대에 대학 다니고 60년대에 태어난 소위 86세대는 박정희 없었으면 똥지게나 지면서 평생 살았을 것들이 박정희를 욕했다. 박정희의 꿈은 복지국가였지만 후대가 다 망쳐놓았다. 산업화 세대는 박정희의 꿈을 저버렸고, 86세대는 박정희의 기반을 망가뜨렸다.


지성현은 부자에 대한 살인을 꿈꾸면서 그 행동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을지를 생각했다. 마치 지성현 자신의 이름 같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친 지강헌과, 두 여자 어린이 혜진 예슬을 살해한 파렴치범 정성현. 지강헌처럼 어머니를 증오하고, 정성현처럼 사회에서 고립된 지성현 자신은 파렴치한 부자 증오자로 역사에 기록되리라.


“지존파!”


그래. 지존파다. 지성현은 지존이 될 것이다.


고속도로 갓길로 지성현은 달려나갔다. 네비게이션이 깜빡거렸다.


지성현이 이룬 것도 있고 못 이룬 것도 있었다. 그것들의 목록은 나열될 수 있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중 어느 것 하나 도움 없이 이룰 수 있는 건 없었다는 사실이다. 성공한 작자들 특히 파렴치하고 악랄한 부자들은 노력 만능론을 외친다. 그래야만 모든 책임에서 면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도움 없이 이룰 수 없었다. 갓난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살해당한다면 그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갓난아기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을 때 그 갓난아기가 스스로 모든 걸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노력 만능론의 수준이다. 누구나 갓난아기였다는 걸 노력 만능론자들은 외면한다. 사악하고 이기적인 것들!


부자 2세들은 특히 도를 넘었다. 그것들은 모든 불행이 오직 노력 부족으로 왔다고 주장하는 더러운 종자들이다. 자신들은 남들 보다 월등히 많은 도움 위에 서있기에 언제나 앞서나가는 것일 뿐인 주제에.


그 작자들에게서 갓 태어난 자식들을 빼앗아 마구 두들겨 팬 다음 사지를 자르고 단 한 톨의 애정도 보이지 않고 언제나 패면서 조롱하고 세탁기에 넣고 돌리며 기르고 땡전 한 푼 주지 않을 때 어떤 인격이 어떤 인생이 탄생할지 지성현은 알고 싶었다. 그렇게 한 인간이 키워진다면 그는 성공할 수도 없고 행복해질 수도 없고 제 정신을 유지할 수도 없다. 정신장애야말로 진정한 장애이다. 노력 만능론은 정신장애는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가르친다. 현대 심리학을 모조리 무시하는 개자식들!


소돔과 고모라에 비견되는 도시 서울이다.


학창시절부터 그룹 섹스와 사치와 폭행에 길들여진 자들이 부자 계급을 모조리 차지하고 있는 악의 도시. 결코 니느웨가 될 수 없는 반성 없는 바빌론.


지성현은 강남 아파트를 향해 차를 몰았다.


“강남이군!”



[201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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