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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갤러는 이 내 엽편이 불쾌하겠지. '가스통 할배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7.14 15: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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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통 할배





준호의 형은 6.25 때 전사했다.


인민군에게 맞아죽었다. 처참하게 온 몸이 멍들어 부풀어 올라 있던 그 주검을 준호는 10살 때 보았다. 살 떨릴 정도로 두려웠던 경험이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북한의 수괴 김일성은 스탈린에게 조르고 졸랐고 마오쩌뚱과도 연통해서 무서운 전쟁을 일으켰다고 했다.


준호의 젊고 예쁜 누나는 서울에서 미군을 상대로 양공주 노릇을 해서 벌어다주는 돈으로 식구를 먹여 살렸다. 준호는 미국에게서 받아 나눠 주는 멀건 분유로 끼니를 달랬다. 분유가 없는 날엔 콩나물 대가리 몇 점 떠있는 국이 끼니의 전부였다. 준호의 아버지는 일제시대가 끝나기 직전 죽었고 어머니와 형은 남의 땅에서 소작을 해서 임시변통을 했다.


16살에 준호는 집에서 나와 서울로 올라갔다. 똥지게를 지면서 준호는 일했다. 준호는 인력거꾼이 되고 싶었다. 몇 안 되는 공장에 들어가려면 뇌물을 써야 했다. 공장에 가서 돈을 벌어서 인력거를 사고 싶었다. 그러려면 똥지게를 져야 했다. 다행히 준호는 누나와 함께 살 수는 있었다. 누나는 영어를 준호에게 가르쳤다. 필리핀으로 가서 뇌물을 써서 필리핀 공장에 들어가면 이 지긋지긋한 조선 땅 보다는 훨씬 잘 살 수 있다고 했다.


준호는 읽을 수 있을 기회가 있으면 책을 읽었다. 이범선의 ‘오발탄’을 읽고 그 소설에서 묘사한 집안은 준호 집안 보단 낫다고 생각했다. 전쟁 끝난 지 겨우 6~7년, 모든 것은 절망 속에 싸여 있었다. 준호는 기차 자살하는 꿈을 수없이 꿨다.


이병철이니 정주영이니 같은 태어날 때부터 부자인 자들만이 사업을 일으킬 수 있다고 준호는 생각했다. 이병철이야 큰 사업을 했고, 정주영은 집에서 소 몇 마리를 빼돌릴 수 있을 정도이니 얼마나 부자였던 것일까. 준호는 시기심이 났지만 그 일화들을 귓등으로 흘려보냈다.


박정희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때 준호는 누나가 미군의 페니스를 빨아서 번 돈으로 빈둥거렸다. 일이 없었다. 노름을 하다가 돈을 모두 잃고 자신에겐 도박 능력조차 없다면서 누나를 붙잡고 울부짖기도 했다.


그런데 일이 생겼다. 공장이 마구 늘었다. 노동자들끼리 말도 못 하게 하고 조금만 수틀려도 얻어맞았지만 일거리가 생겼다. 누나도 이젠 양공주 일을 그만두고 공장에 다녔다. 누나를 시집보냈다. 준호도 결혼했다. 단칸방이었지만 준호는 이전 보단 낫다는 걸 알았다. 이제 아무도 누나가 한때 양공주였다는 걸 모른다 했다.


준호는 박정희의 유신시대에 작은 회사를 경영했다. 돈이 늘고 방이 늘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전두환 시기까지 준호의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누나와 형도 잘 살도록 도움을 줄 수 있었을 정도였다. 전두환 이후로 기술 발전이 빨라지면서 사업을 접고 건물 임대업과 요식업을 하다가 IMF 시기에 말아먹었다. 그래도 남은 돈이 있고 못 살던 버릇이 있어서 생활비가 부족하지는 않을 정도는 되었다. 몇 년 간 준호는 개인택시를 했다. 이후론 준호는 아들딸 시집 장가보냈고 자신은 탑골공원으로 아내는 온양온천으로 다니면서 살았다.


그리고 2014년이 되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60대 이상은 투표하지 말라는 정동영의 발언도 들었다. 아직 살아갈 날이 남을 이상 국민주권을 행사할 수는 있는 것이고, 그 한 표에 젊은이들이 남을 세상을 북한으로부터 지키려는 마음도 있는 것인데 그걸 부정하는 정동영을 성토한 적도 있었다.


준호는 어버이 연합의 일원이었다. 가스통을 들고 다녔던 적도 있었다. 젊은이들로부터 놀림 받고 경멸받아도 좋았다. 누가 뭐래도 박정희는 구국의 영웅이니까.


“그래, 내가 가스통 할배다!”



[201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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