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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써운 챕터2

Outersid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7.19 19: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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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상의 모든 문들이 열리기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결코 열려선 안 되는 것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문중에 하나를 기어이 열고 말았다. 결국 그 문의 뒤에 웅크리고 있던 창백한 저주가 세상에 내보내지고 말게 된 것이다.


그 모든 것은 예정된 숙명에 따른 것이지만, 나는 후회와 비통을 금할 수가 없다. 다른 선택은 없었던 것일까. 우리는 오리칼큠 원통속에 들어있던 그 불경하고 신성모독적인 비의를 적어놓은 두루마리를 결코 읽어선 안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머나먼 극북의 세찬 서리바람과 함께 떠내려 온, 그 창백한 죽음의 얼굴은 우리의 비통과 슬픔에는 전혀 무관심하다. 창백한 죽음의 주문은 마치 저 하늘에 휑하니 내걸린 점점 사그라지는 붉은 태양처럼 그리고 검은 사막의 밤에 희미하게 뜨는 초생달처럼 높은 곳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다.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는 황량한 고성이 세워져 있는 삭막한 바위섬에서 나는 이 수기를 적고 있다. 이곳이 유일한 피난처이고, 내 생의 마지막 장소가 될 것이다. 후기 마케도니아 제국에서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나는 율리아누스라고 기억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율리안이라고도 나를 불렀다. 하지만 잿빛의 고룡 양피지에 기록되고 있는 나의 이 참담한 회고가 인류에게 전해지리라는 기대감은 그리 크진 않다. 불행의 예감은 내가 펜을 적고 있는 피지가 선사시대의 마지막 고룡이 사냥 되고 난 후에 그 껍질을 벗겨내 무두질한, 고룡이 남긴 최후의 유산이라 사실을 알게 되면서 더욱 진해졌다. 어쩜 그 고룡과 내가 보이지 않는 운명의 끈으로 서로 유대를 잇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매일 해질 무렵마다 이 바위섬의 주변을 거닌다. 북방의 성난 바다는 노호한 함성을 지르며 거대한 포말을 그리며 몰려와서는 검은 바위에 부딪쳐서 하얗게 부서져버린다. 그리곤 황망하게 패배한 병사들이 대열에서 이탈하는 것처럼 암초에서 빠져나가 버린다. 극북의 세찬 바람은 고성의 탑 곳곳을 휘돌며, 사자(死者)들의 행렬 같은 공허한 울음을 끝없이 계속 들려준다. 삼나무와 전나무들이 그 세찬 바람을 맞으며 몸을 떤다. 나는 성의 가장 높은 첨탑에 올라 혹시나 있을지 모를 죽음의 군대가 언제 상륙할지 감시한다. 그들은 틀림없이 올 것이다. 그들은 이곳을 못보고 지나친 것이 아니다.


해는 점점 짧아지고, 어둠은 짙어져만 간다. 우리의 행성과 우리의 대륙이 태양의 궤도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지금은 팔월, 북방의 서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 아니다. 드래곤 스톤도 지금과 같지 않았다. 이년 전까지만 해도 트리피에르 성을 내려오는 오솔길에서 섬의 중심에 이르는 지역은 팔백 평방미터가 넘는 올리브 나무의 경작지였다. 이백 여명이 넘는 주민들과 외지에서 고용된 경작꾼들, 그리고 올리브 열매를 싣고 가는 상선들로 항구는 항상 붐비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올리브나무들은 바싹 말라 죽었고, 대지는 얼어붙었으며, 식물을 경작할 만한 땅은 남아 있지 않다. 창백한 알데바란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삭막한 죽음이 내려앉은 풍경이다.


첨탑에서 벗어나 동쪽 해변의 절벽가로 걸어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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