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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주 시인

Outersid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7.23 17:51:34
조회 741 추천 3 댓글 6

이연주는 1953년 전라북도 군산에서 출생하였다. 1991년 39세라는 늦은 나이에 시단에 등단하여 1992년 40세의 나이로 타계하였다. 생전과 

생후에 각각 한 권의 시집을 내놓았다.

활동 사항


이연주[1953~1992]는 1990년 계간지 『월간 문학』 4월 호에 시 「죽음을 소재로 한 두 가지의 개성1」 외 1편으로 신인상을 수상하였고, 1991년 

계간지 『작가 세계』 가을 호에 「가족 사진」 외 9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시단에 데뷔하였다. 등단한 그 해[1991])에 첫 시집을 출간하며 의욕적

인 활동을 펼치다 문단의 평가가 이루어지기도 전인 그 다음해[1992]에 비공개를 당부하는 유서를 남기고 목을 메 자살하였다. 당시 『작가 세

계』 편집 위원이었던 이동하의 말, ‘시집 원고를 부치고 돌아와 자살하였다’는 전언으로 미루어 보면 치밀한 계획하의 자살로 보이나 정확한

 이유는 밝혀져 있지 않다. 타계한 이후에 유고 시집[1993]이 나왔다. 생전에 군산의 기지촌 주변의 병원에서 수간호사로 활동했다는 설이 있

으나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저술 및 작품


생전에 낸 시집 『매음녀가 있는 밤의 시장』[1991]과 유고 시집 『속죄양, 유다』[1993]가 있으며, 두 권 모두 부패한 도시 문명에 갇힌 현대인의 

소외와 절망감을 그로테스크한 죽음의 언어로 펼쳐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음녀가 있는 밤의 시장』에서는 매음녀로 상징되는 현대 문

명의 비인간적이며 부패한 실상을 어둡고 절망적인 어조로 노래하였다면, 『속죄양, 유다』에는 절망의 기조를 바탕에 깐 채 이루지 못하는 사

랑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절함과 죽음에의 예감을 진하게 내비치는 시 51편을 수록하고 있다. 첫 시집의 해설을 쓴 임태우는 이연주 시의 부정

적 특성에 대해 ‘위악적’이라 말했고, 정효구는 ‘이연주의 시 세계는 1990년대의 죽음과 관련된 우리 시단의 징후를 가장 극단의 자리에서 표출

한 하나의 예에 해당된다’고 평가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이연주 [李延珠]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한국학중앙연구원)



가족사진 

바람난 에미가 도망치고 애비가 땅을 치고 울고 
  
애비가 섰다판에서 날을 새우고 
그 애비의 아이가 
애비를 찾아 섰다판 방문을 두드리고 
  
본드 마신 누이가 찢어진 속옷을 뒤집어 입고 
지하상가 쓰레기장 옆에서 
면도날로 팔목을 긋고 
  
세 살 난 막내가 절룩, 절룩 자라나고 
에미 애비와 누나의 일들을 거침없이 이해하고 
  
오늘, 
밤마다 도시가 하나씩 함몰되고, 나는 
등불에서 등심지를 싹둑 잘라내고 
  



매음녀 1 
  
팔을 저어 허공을 후벼판다 
온몸으로 벽을 쳐댄다 
퉁, 퉁- 
반응하는 모질은 소리 
사방 벽 철근 뒤에 숨어 
날짐승이 낄낄거리며 웃는다 
그녀의 허벅지 밑으로 벌건 눈물이 고인다 
한번의 잠자리 끝에 
이렇게 살 바엔, 너는 왜 사느냐고 물었던 
사내도 있었다. 
이렇게 살 바엔- 
왜 살아야 하는지 그녀도 모른다 
쥐새끼들이 천장을 갉아댄다 
바퀴벌레와 옴벌레들이 옷가지들 속에서 
자유롭게 죽어가거나 알을 깐다 
흐트러진 이부자리를 들추고 그녀는 매일 아침 
자신의 시신을 내다 버린다, 무서울 것이 없어져 버린 세상 
철근 뒤에 숨어사는 날짐승이 
그 시신을 먹는다 
정신병자가 되어 감금되는 일이 구원이라면 
시궁창을 저벅거리는 다 떨어진 누더기의 삶은...... 
아으, 모질은 바람 




매음녀 3 

소금에 절었고 간장에 절었다 
숏타임 오천원, 
오늘밤에도 가랑이를 열댓번 벌렸다 
입에 발린 ××, ××× 
죽어 널브러진 영자년 푸르딩딩한 옆구리에도 발길질이다 
그렇다, 구제 불능이다 
죽여도 목숨값 없는 화냥년이다 
멀쩡 몸뚱아리로 뭐 할 게 없어서 
그짓이냐고? 
어이쿠, 이 아저씨 정말 죽여주시네 



매음녀 4 
  

함박눈 내린다 
소요산 기슭 하얀 벽돌 집으로 
그녀는 관공서 지프에 실려서 간다 
  
달아오른 한 대의 석유 난로를 지나 
진찰대 옆에서 익숙하게 아랫도리를 벗는다 
양다리가 벌려지고 
고름 섞인 누런 체액이 면봉에 둘둘 감겨 
유리관 속에 담아진다 
꽝꽝 얼어붙은 창 바깥에서 
흠뻑 눈을 뒤집어쓴 나무 잔가지들이 키들키들 
그녀를 웃는다 
  
반쯤 부서진 문짝을 박살내고 아버지가 집을 나가던 날 
그날도 함박눈 내렸다 
  
검진실, 이층 계단을 오르며 
그녀의 마르고 주린 손가락들은 호주머니 속에서 
부지런히 무엇인가를 찾아 고물거린다 
한때는 검은 머리칼 찰지던 그녀 
  
몇 번의 마른기침 뒤 뱉어내는 
된가래에 추억들이 엉켜 붙는다 
지독한 삶의 냄새로부터 
쉬고 싶다 
  
원하는 방향으로 삶이 흘러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함박눈 내린다 


매음녀 6 
  
  
어머니, 날 낳으시고 젖이 없어 울으셨다. 
어머니 숨 거두시며 
마음 착한 남자, 등짝 맞대 살으라 이르셨다 
나는 부둣가에서 
선술집 문짝에 내걸린 초라한 등불 곁에서 
매발톱 손톱을 키워 도회지로 흘러왔다 
눈 붙이면 꿈속에서 어머니 
이 버러지 같은 년아, 
아침까지 흑흑 느껴 우신다. 
내 심장 차가운 핏톨, 썩은 물 흐르는 소리, 
나는 살 속 깊은 데서 손톱을 꺼내 
무덤을 더 깊이 판다 
하나의 몫을 치르기 위해 삶이 있다면 
맨몸으로 던지는 돌 앞에 서서 사는 
이 몫의 삶은...... 
희미한 전등불 꺼질 듯 끄물거린다 
  

  

  매음녀 7 
  
  
  이른 새벽이었네. 죽은 애기를 끌어안고 에미는 종종걸음으 
로 어둑한 비탈길 내려왔네. 청소차가 방금 지나간 듯 마른 바 
람 한 점 휭하니 거리를 쓸고 있었네. 건널목을 건넌 에미는 외 
투자락 잡아당겨 가슴팍 핏덩이를 감추며...... 지하도 계단 앞 
에서 주변을 훔쳐 둘러보더니 허둥 허둥 또 걸었네. 지친 에미 
곁을 느릿느릿 승용차 한 대가 지나가고 행인들 자꾸만 눈에 밟 
혔네. 벌써 날이 밝았어, 벌써 날이 밝았어, 한숨 섞어 중얼거리 
던 에미는 신문지에 둘둘 말아 싼 애비 모르는 죽은 것을 쓰레 
기통에 쿡, 쳐박았네. 아아, 나이론 살에 불어 타는 냄새 
  

흰 백합꽃 


푸줏간 주인의 손아귀에 넘어가 
살 다루는 술련가에게 
주검이 퍼분되고 있다 흰 백합꽃 
  
뼈는 토막쳐서 내장은 발발이 끄집어 끌려나와 
담즙을 분비하던 흔적 역력한 
입맛 당기는 간 
꽃술은 모태로 돌아간다 
긁어낸 태내 아이처럼 속수무책의 
무자비한 주검 순결이 절단난 백합 한 송이 
  
입술이 덜덜 떨리는 밤이 아니냐? 
어김없이 왕왕 짖어대는 흰 개들의 유령 
백합밭이다 
피 묻은 쇠 꼬챙이 손가락들은 에잇 에잇! 
  
살아남은 자들이 수천 번씩 다짐하는 
생존법칙은 
순결을 지키는 모든 눈의 정수리를 찍어 
시간을 훔쳐내라 
푸줏간 귀퉁이에 음산하게 버티고 선 
도끼자루에 끼어진 굶주린 식욕의 낮과 밤 
  
흰 백합꽃- 나태 전문의의 오른손에서 
심란하게 가위질당한다 
늙은 독재자의 동첩으로 
덤핑 약초로 팔려나가네 
  
세상 잘 모르는 꽃 두 번씩이나 죽어서도 
주검엔 프리미엄이 없어 
여리디여린 꽃 이파리 


바다로 가는 유언 


모든 폐기물들이 나와 함께 
하수구를 흘러 내려간다 
수런거리는 날들을, 내가 나를 덮고 
온갖 찌꺼기들에 뒤섞여 유언 하나를 남긴다 
땅 위에서는 아득히 들려오는 
개짖는 소리, 사람들의 아우성 
벽을 쳐대는 희미한 혼령의 소리도 들려왔다 
잃는다는 것을 모른다, 나는 이미 
바다의 틈 사이로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죽은 쥐들과 살육당한 동물들의 벼다귀와 
독한 냄새를 피우는 배설물들과 
나는 강을 건널 것이며 
물고기들은 바다로 흘러 들어온 
지상의 폐기물들의 살을 먹는 것이다 
바다는 요니의 자궁 

문둥이가 와서 그 물에 손과 발을 씻었더니 
그 병이 나았다 하더라. 


발작 


난, 정말 아무짓도 하지 않았어요 
여자가 흑흑 흐느꼈다. 
공장 근처에도 가지 않았어요 
이상한 집회에도 가본 적이 없다구요 
여자가 소리쳤다. 
누가 분신을 하고 죽고 
누가, 왜, 
빌딩 옥상에서 뛰어내리는지 관심도 없었다니까요 
여자가 제 머리털을 쥐어뜯어 울부짖었다. 
나는, 그저, 
짐승처럼 앉아 있었을 뿐인데요 
누가 나를 여기 데려왔죠? 왜 거두는 거예요 
내 자궁은 
썩은 쇳조각, 
분신할 아들도 파업할 딸년도 낳을 수가 없는데요 
여자가 바닥을 박박 기어대며 몸부림쳤다. 
의사가 말없이 다녀갔다. 
간호사가 와서 근육주사 한 대를 놓고 
돌아갔다. 철커덕 문이 닫겼다. 
난, 정말 아무짓도 하지 않았는데요 
정신병동 철문을 붙들고 
여자가 희멀겋게 중얼거렸다. 




종신(終身)  

이마에 재 뿌리고 
쑥향과 빈 촛대 들고 
들판으로 갔다. 

나는 밀기울 껍데기로 
홑 껍데기로 
주여, 
용서하소서. 

어두운 실핏줄이 터져 
못이길 두려움에 
혼절할 듯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주여, 용납하소서. 

바람이 죽은 날들을 닦았다. 
나는 혼신을 다해 
촛대 위로 올랐다. 

불을 그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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