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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던 소설 완결났어요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21.143) 2015.08.07 03:53:53
조회 124 추천 0 댓글 2

문체 어떤가요?











"다시 말해보겠나?"


빌라도는 이 젊은 남자가 자신을 놀리려는 것이라 생각했다. 마태가 조금 더 다가왔다.

"저희에겐 그럴 능력이 아직 없습니다. 허나 장군이 도와준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자네 같은 사람들이 로마의 군대를 좌지우지 하겠다는건가?"

"저는 할 수 없지만 예수는 할 수 있지요."

빌라도의 미간이 꿈틀댔다. 근래 가장 많이 들은 이름이었다. 가장 싫어하는 이름이기도 했다.

"우리는 예수의 신격화를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입니다. 완성만 된다면 예수는 지금의 열 배가 넘는 권능을 손에 넣게 됩니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황제의 자리를 드릴 의향이 있습니다."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가 뭔가?"

"당신은 예수에게 십자가를 지워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예수의 신격화를 위해 그는 십자가에 못 박혀야만 합니다."

"생명을 잃고 난 뒤에 얻은 권능이 무슨 소용인가?"

"또한 당신은 예수를 비밀리에 살릴 수도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당신을 찾아온 이유는 간단합니다."


마태는 입맛을 다셨다.

"연극에 동참하라는 제안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자리가 불편하지 않으십니까?"


"어이가 없군. 사울! 이놈들을 당장 예수의 옆자리에 가둬라!"

밖에 서 있던 사울이 들어와 베드로의 왼 팔을 잡았다. 베드로는 사울의 팔을 꺾어 풀고 허리를 잡아 위로 던졌다. 사울은 등을 천장에 부딪히더니 힘 없이 꼬꾸라지며 기절했다.

"결국은 수락하게 될 것입니다."

마태의 마지막 말이 끝나자 그들은 문 뒤로 조용히 사라졌다. 빌라도는 가만히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사울이 몸을 꿈틀대더니 완전히 동작을 멈췄다.










*








그들은 예수에게 다가와 팔에 밧줄을 묶었다. 병사들은 예수의 걸음을 재촉했다.

"어제 밤 빌라도 장군이 네놈에게 십자가 형을 명했다, 나사렛 예수."



예수를 밖으로 인도한 그들은 팔에 묶인 밧줄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바닥에 눕혀져 있는 십자가를 가리켰다. 병사가 예수의 등을 발로 걷어차 십자가 쪽을 향하게 했다. 예수는 천천히 십자가를 등 뒤로 지었다.

"저 언덕의 위로 걸어가라."

예수는 맨 발 걸음으로 병사들에 둘러 싸인채 앞으로 나아갔다. 사람들은 예수를 둘러싸고 병사들의 길을 막았다.

"이 자의 제자인 가롯 유다가 모든 것을 증언했다. 이 자는 악마의 자식이다! 사탄의 명을 받고 신의 아들을 사칭하러 이 땅에 내려왔다!"

군중은 잠시 술렁이다 길을 터주었다. 몇몇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듯 했다. 한 남자가 소리쳤다.

"그리스도여! 아니라고 말씀 해 주십시오!"

예수는 들은 체 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갔다. 사람들은 침묵에 더욱 동요했다. 이윽고 완전히 돌아선 그들은 예수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예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걸어갔다.

"사탄의 왕이시어, 이 관을 받으시옵소서."

병사 한 명이 비아냥거리며 예수에게 가시가 박힌 왕관을 건냈다. 예수는 거리낌 없이 그 관을 받아 머리 위에 얹었다.

예수는 언덕의 꼭대기에 다다랐다. 등에는 땀이 흥건했다. 그리고 십자가 위에 순순히 누웠다. 유다는 결국 마음을 돌렸을까? 그는 끝까지 궁금해했다.

"내게 죽음이 오는가? 아니면 삶이 오는가?"

사울은 그의 물음에 대답하는 대신 못과 망치를 꺼냈다. 그리고 예수의 곁에 다가와 손목을 붙잡고 말했다.

"솔직히 나는 아직 이해가 가지 않소. 명령에 따를 뿐이지."


그리고 소리쳤다.

"이 자의 피는 너무도 사악하니 피를 흘리기 전에 모두 자리에서 떨어지시오!"


겁먹은 군중은 몇 발자국 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충분히 멀어진 것을 보고 사울이 손짓하자 병사가 예수의 손목과 발목에 밧줄을 감아 십자가에 고정시킨 후 못을 손목에 갖다댔다. 못의 끝이 잘려 있었다.

"장군은 당신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시에 대한 대책을 가지고 계시오. 부디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라오."

병사가 망치질을 시작했다. 뭉툭한 못의 끝에는 끈끈한 풀이 발라져 있었다. 예수는 비명을 질렀다. 이어 못이 단단히 손목에 붙어 고정되자 병사는 남은 손목과 발목에 똑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예수의 사지에 못이 충분히 달라붙자 병사들은 힘을 합쳐 십자가에 묶인 줄을 잡아당겨 세웠다. 십자가가 지면 위에 단단히 서자 예수는 모두에게 충분히 들리도록 크게 비명을 질렀다.

예수는 양 팔과 다리를 더욱 십자가에 단단히 붙혔다. 티가 나는 순간 끝장이다. 사울이 거리 조절을 잘 해주길 바라는 수 밖에 없었다. 사울은 반경 3미터 내에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예수는 이 날만을 위해 아껴놓은 목과 연습한 공명을 최대한 이용해 비명을 질렀다. 이 순간의 고통을 최대한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시켜야만 한다. 예수는 삼십 초를 신음한 후 삼십 초를 쉬는 패턴으로 계속해서 비명을 질러댔다. 그러던 그의 눈에 낯익은 걸음걸이가 사람들을 가르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스도여! 저 자들을 구원해 주소서!"

유다는 멀리 하얀 색 건물을 가리키며 외쳤다. 제사장이 예배를 드리는 교회였다. 그들은 계속되는 가뭄에 곡식과 송아지를 태워 신에게 기도하고 있었다. 멀리서도 연기가 아주 잘 보였다. 그들은 가뭄이 있는 해엔 더 많은 식량을 불에 태워 없앴다. 굶어 죽는 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제사장은 항상 얼굴에 기름이 져 있다.

"분명 그리 약속하셨습니다! 그리 하지 못한다면 나는 당신을 평생 저주할 것입니다."

예수는 지친 기운을 다잡고 이를 악물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저들을 구원해야 한다. 그리 하기로 아버지가 바랐던 까닭이다. 유다와 약속한 까닭이다. 그가, 이성을 가진 까닭이다.

예수는 사람들의 조롱과 몰려오는 피로 속에서도 정신을 잃지 않고 팔과 다리를 티 안나게 단단히 나무 판자에 접촉시켰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예수는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기력이 다해 더 이상 비명이 나오지 않는다. 고개가 점점 무거워졌다.

"다... 이루었다."

예수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악마를 보았다. 검은 것이 몸을 잠식해 가는 것을 느꼈지만 저항할 수 조차 없었다. 결국 온몸이 그 검은 것에 잠기고 머리마저 사라지자 예수의 의식이 끊어졌다. 그의 고개가 꼬꾸라졌다.

"사탄의 자식이 죽었다!"

사람들은 환호에 찬 목소리로 기뻐했다. 병사들은 십자가를 땅에 내려 밧줄을 풀고 예수를 관에 넣었다. 관짝에 실린 예수는 언덕 아래로 향했다.

"기다려라! 확실하게 숨을 끊어야 한다!"

사울은 창을 가지고 달려 나무 관의 정 중앙을 뚫어 공기 구멍을 텄다. 그들은 관을 동굴에 집어넣고 예수를 꺼냈다. 잠에서 깨어난 예수는 애타게 물을 찾았다.

"실수는 없었나?"

"네 죽음을 의심하는 자는 없었다."

사울이 말했다. 그는 보따리를 풀고 빵과 고기, 물을 내려놓았다.

"사흘 간 버틸 식량이다. 아무 기척도 내지 마라."


그들은 입구에 돌을 쌓아 무덤을 봉쇄했다. 예수는 홀로 남겨진 어둠속에서 오랜만에 찾아오는 여유를 즐겼다. 그 안에서의 시간은 멈춘듯 느리게 흘러갔다. 그렇게 초를 수도 없이 헤아렸을 때, 예수는 네 번째 아침이 온 것을 느끼고 입구에 쌓인 돌을 하나씩 빼냈다. 돌이 무너져 내리고 입구가 열리자 예수는 당당히 걸어 밖에 나와 공기를 만끽했다. 마태와 유다, 베드로가 무덤 앞에서 예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사흘만에 부활하사..."

베드로는 두 손을 모으고 장난스럽게 혀를 삐죽거리며 구절을 읊조렸다.

"로마의 군대를 손에 넣는다며."

베드로가 말했다.

"종교를 확실하게 없앤다며."


유다가 말했다.

"최고로 재밌는 경험을 시켜주겠다며."


마태가 말했다.

"사전 작업은 끝났고,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예수가 말했다.

마태는 <세상 구원 계획>이라는 책을 펼쳤다. 그리고 <귀천 쇼>대목을 골라 큰 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










진성은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석궁을 만지작 거렸다. 석궁의 도안은 불태웠지만 황궁에 남은 한 개의 석궁은 가지고 나오지 못했다. 그들은 뛰어난 역공학 기술로 석궁을 분석, 역으로 도안을 만들어냈다. 결국 진성의 무기는 세계의 전쟁사를 다시 썼다. 그리고 그 무기에 죽어난 수는 헤아릴 수도 없으리라. 그는 마음 한 켠이 무거워 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죽은 사람들 중엔 수잔도 있음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유다였다. 유다는 조용히 진성의 맞은 편 의자에 앉았다.

"다음 주가 어머니 기일이죠?"

유다가 묻자 진성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유다는 진성의 손에 쥐인 석궁을 응시했다.

"만든 자에겐 죄가 없어요. 칼은 고기를 발려내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죽이기도 하죠. 하지만 태어난 물건에겐 악의가 없어요."

유다가 말했다.

"네 엄마가 맞았어.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결국 신 무기를 이용해 영토 확장 전쟁을 펼쳤지. 그들은 내 손에 죽은거나 다름없어."

"하긴. 어쩌면 아버지도 <구원>이 필요할지 모르겠네요. 아까운 재능을 별 보는데 다 허비하기엔 세상은 아직 척박해요."

"나는 네 엄마를 죽인 사람이야."

"아뇨, 아버지. 엄마를 죽인 자들은 따로 있죠."

유다는 일어서서 진성을 바라보았다. 왕춘이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응시했다. 유다는 둘의 사이에서 말했다.

"두 분 다 할 일 없으시면 인류를 위해 좋은 일 좀 하시죠."

유다는 그러면서 <세상 구원 계획>의 <귀천 쇼>대목을 펼쳐 열었다. 그리고 <장비 발명>란을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왕춘은 빠르게 그 대목을 읽고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







"이 줄을 매달면 하늘을 나는 작업을 할 수 있을거야."


진성이 말하자 예수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건 줄이라기 보다는 실이라고 해야 마땅할 것 같네요. 확실히 빛에 반짝이지도 않고 얇아 티가 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하지만 끊어지면 어쩌죠?"


"그 줄은 평범한 줄이 아니야. 쇠를 발라 굉장히 질기지. 그리고 얇아서 좋은 점은 한 가지 더 있어. 바로 여러 가닥을 매달 수 있다는 거지."

유다는 줄 옆에 놓인 동그란 구슬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허공에 던져 손으로 받는 장난을 몇 번 하기도 전에 유다는 구슬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구슬은 불에 타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빛을 뿜었고 유다의 시야가 흐려졌다.

"이거 굉장하네요."


"일부 황궁 직속 과학자들이 \'화약\'이라는 놀라운 물건을 발명했다는 정보가 있었어. 우연히 얻어진 결과물인것 같지만 매우 신기한 물건이야. 우린 이 물건을 이용해 백운암을 순간적으로 원거리에서 태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지."

왕춘이 입에 침을 튀기며 설명했다.

"유황의 비율을 잘 맞춘 화약은 엄청난 순간 열을 발산하더군. 그 가공할 온도로 백운암을 가열한다면, 굉장한 밝기의 섬광이 발생하게 돼."

"이걸 이용하면 예수를 절벽으로 끌어올리는 시간을 벌 수 있겠군요. 확실한 시야 차단 효과를 보장할 수 있겠어요."

마태가 열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










"에수가 부활했다!"

사람들은 부활한 자를 만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예수는 몸을 감은 줄 덕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주머니엔 작은 섬광 구슬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예수는 옷깃을 꽉 부여잡았다.

"내 너희를 사하기 위하여 사흘만에 무덤에서 부활했느니라."


사람들은 예수의 몸을 만지길 원했다. 베드로는 힘으로 철저히 예수에게 오는 길을 봉쇄했다. 예수는 이 마지막 쇼를 위해 지금까지 배운 모든 기량을 동원했다. 처음의 엉성한 신의 아들 행세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신성한 목소리로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하나님의 권능으로 내가 이 자리에서 너희에게 규율을 전하겠다. 너희는 서로 사랑하고, 해를 끼치지 마라."


사람들은 귀를 기울였다.

"또한 하나님께선 더 이상 인간 세계에 관여하지 않으시기로 결정하셨다. 대신 그 분께선 너희 안에 무한한 축복을 내려주셨다. 이제 너희는 하나님께 기도하지 마라. 너희 자신을 믿고 기도하라."

그리고 말을 계속 이었다.

"너희는 끝없이 탐구하고 궁금해하라. 하나님께서 만드신 이 장대한 세계를 계속 찾아내라. 너희의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을 계속 의아하게 여겨라."

사람들은 예수에게 완전히 몰입한 상태로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너희는 소중한 곡물을 태워 신께 기도하지 마라. 그 양식을 굶고 있는 네 이웃에게 먹이라. 너희는 소중한 재산을 종교인에게 헌납하지 마라. 더 이상 그들의 역할은 이 땅에 없다."

멀리서 시므온이 병사들을 이끌고 인파를 가르며 예수에게 다가왔다. 앞선 병사 두 명이 예수에게 달려들자 베드로가 달려들어 그들을 제압했다. 예수는 급하게 말을 마무리 지었다.

"너희는 너희 자신을 하나님보다도 더 사랑할 지어다! 이 세상에......"

베드로에게 병사 열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다섯에게 둘러싸인 베드로의 팔을 각자 한 명씩 잡고 매달렸다. 그리고 나머지 다섯이 베드로를 위에서 깔고 앉았다. 시므온이 열린 길을 따라 예수에게 달려왔다. 그의 손엔 단도가 쥐어져 있었다.

"예수! 거기까지다!"

시므온은 예수가 정말 신의 아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이제 몇 발자국만 더 가면 예수는 자신의 검에 찔려 피를 흘려가며 죽을것이다. 그리고 그는 수 걸음을 남기고 칼을 예수에게 향한 채 도약했다.

"네가 신의 아들일 리가.."

"이 세상에 인간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예수는 섬광탄이 가득 들은 주머니를 힘껏 쥐어 떠뜨렸다. 공기가 새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섬광이 사람들의 시력을 잠시 마비시켰다. 시므온은 힘없이 바닥에 꼬꾸라졌다. 동시에 유다는 힘껏 달려 절벽 아래로 도약했다. 예수는 그 힘으로 위로 빨려 들어가듯 하늘을 날았다.

"예수님께서 하늘로 돌아가신다!"


베드로가 제압당한 채로 소리치자 사람들은 하늘을 주시했다. 예수가 승천하고 있었다. 예수는 마지막까지 자태를 유지한 채 화려하게 하늘을 날았다. 마지막 연기는 군더더기 없이 훌륭했다. 그는 한 알 남은 섬광탄을 터뜨린 채로 절벽에 착지해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흐.. 흐흐.."

베드로는 다 끝났다는 듯이 실실 웃었다. 시므온은 넋이 빠진 채로 예수가 사라진 공간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틀림없이 신의 아들일거라는 확신이 자꾸 그의 마음을 담습해왔다. 시므온은 고개를 좌우로 힘차게 휘젓고 강하게 부정하듯 소리쳤다.

"저놈은 사기꾼이다!"

돌아오는 건 싸늘한 눈빛들 뿐이었다. 아무도 그 흰 옷을 입은 제사장의 말에 동조하지 않았다. 베드로는 그 틈을 타 병사의 칼집에서 칼을 뽑아 시므온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잠시 뒤 베드로의 칼에 심장을 찔린 시므온은 외마디 비명을 지른 채 무릎을 꿇고 숨을 거두었다. 그의 눈은 칼에 찔려가면서도 끝까지 하늘을 응시했다. 놀라운 것을 본 듯한 표정으로 그는 그대로 바닥에 쓰려졌다.

"예수님의 말씀을 따른다면 틀림없이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

베드로가 소리쳤다.

"우리는 이 복음을 이웃에게, 이웃의 이웃에게 전해야 합니다! 땅 끝까지 닿게 해야 합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예수의 절실한 신자가 되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강력한 종교 반대론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










"아우, 죽을뻔 했네."


유다는 팔에 묻은 흙을 털고 일어나 몸을 감은 줄을 풀었다. 절벽 위에 예수의 모습이 보였다.

"야! 뭐하고 서있어, 들키기 전에 빨리 가!"

유다가 위를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예수는 말없이 유다의 눈을 계속 바라보았다.

"종교는... 종교는 확실히 폐기했냐?!"

유다는 대답을 갈구했다. 어머니의 목숨을 앗아간 사악한 집단이 오늘부로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노라는, 명쾌한 대답이 듣고싶었다.

"어. 틀림없이 모두들 구원했어."

유다는 안심이라는 표정으로 바닥에 내려앉았다.

"작별이다, 그리스도여!"

예수를 불신하던 그 눈빛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유다에겐 확신이 없었다. 유다의 눈엔 예수는 결국 엄마를 죽인 자들과 같은 행보를 벌여가고 있었고, 따라서 그를 끝없이 의심했다. 하지만 예수는 달랐다. 그는 유다에게 확신을 주었다.

예수는 미련을 그 자리에 내려놓고 발길을 돌렸다. 마태를 보고 가지 못하는 게 아쉬웠지만 그는 절벽 위를 계속 달렸다. 이미 로마 전역에 얼굴이 알려진 이상 로마엔 계속 남아있을 수 없겠지. 마리아의 걱정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아버지의 바램은 이루었다. 어머니도 안심하고 잠에 들 수 있겠지. 예수는 배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계속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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