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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소나기

ㅇㅎ(14.34) 2015.08.07 15:35:33
조회 151 추천 1 댓글 10

검은색 우산이 쌓여갈 때마다 지워지지 않는 습기를 생각해. 너가 나타날 때마다 쏟아지고 돌아갈 즈음엔 그치는 빗줄기들.

너가 남긴 조각들은 한순간에 젖어버리고 그렇게 서서히 말라가는거지. 낯선 구석에서 할 수 있는건 기도뿐이라 그런가봐.

조용히 손을 모으고 어둠속에서 너를 점점 증발시키는 과정. 나풀거리는 것들을 모두 걷어내면 앙상한 무언가만 남아있겠지 우린.

커튼처럼 흔들리는 환영을 제외하면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은 무엇일까. 젖어가지도 말라가지도 못하는 너의 얼굴들은 왜 항상 검은색이었을까.

완전히 젖어버려 더이상 젖을 수 없는 말들을 나누고. 우린 맑은척. 내일은 맑을 테니까 오늘은 이만큼만 해요. 약속은 우산같은걸 걸고 하는게 아니야.

언제 어디에서 두고 가더라도 어색하지 않은것. 그게 검은색의 정체일지도 몰라. 젖었는지 말랐는지도 모를 어둠 속에서.

너는 아직도 축축한 추억만 가지고 사는구나. 안녕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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