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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하루 (ㅈㅈㅂ)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11.36) 2015.08.08 02:22:27
조회 148 추천 2 댓글 4


하루를 담은 책은 그 절반이 읽히지도 못한 채 덮인다. 그런데 왜 순순히 덮이는 건가. 밤하늘 뒤로 퇴장한 그 내용을 나는 가까이서 읽어본 적이 있다.

온몸이 가려지고 나서야 화려한 차례가 오는 건 원래는 치욕이었다. 그렇기에 아침이 되어서야 눈을 감던 어머니는 밤새도록 쇠하고도 쉬이 잠에 들지 못했다고 한다.

달은 매일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고 말간 손톱을 정리하는 것만이 보잘 것 없는 최선. 그런 진부한 방식은 지나온 생에 대한 오마주처럼 보였다.

그래서 어머니는 조각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침이 오면 가까웠던 전성기를 깎아내고, 깎아내고 깎아내고, 존재하는 것이 비겁해 보일 만큼 비워냈다고 한다.

그러다가 짐승 같은 호통에 겁을 입 가득 집어먹고, 조금씩 부풀어 오르고 중심이 차오르다가 다시 전성기를 맞이했을 때 나를 낳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해처럼 둥글었고 보름은 시들어갔다.

시들어가는 건 뱃속 온통 굶은 이빨들 앞에 온몸을 내놓는 것이었다. 배추잎에 구멍을 낸 애벌레 송곳니같이 날카로운 아픔이었을 것이다. 말간 손톱을 내주는 커다란 양보였을 것이다.

탐욕스런 밤의 땡깡을 달래고 나면 달은 해의 뒤에 들어가 홀로 외로워하는 음력을 계산했다. 달이 하루를 치우다 보면 해가 싱싱한 절반을 열었다. 그렇다고 남은 절반이 모두 닫히는 건 결코 아니었다. 초승달 같은 작은 틈새가 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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