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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맛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11.36) 2015.08.10 20:40:52
조회 220 추천 6 댓글 8

은퇴한 간판 하나가 땅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늘도 아닌 높이에 걸려 있었다. 그는 오래지 않아 세상을 굽어보았다. 땅 위엔 털이 수북한 나무들 동물들 투성이였고, 하늘엔 복슬복슬한 구름과 새들이 날아다녔다. 그는 소외감을 느껴 털을 갖고 싶었다. 몇 해를 지켜보니 비를 맞고 바람을 이겨낸 후에야 털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 그도 비바람을 꾹 참고 견뎌냈지만 털은 자라지 않았다.

까마귀 하나가 그의 어깨에 앉아 까악까악 울었다. 그는 깨달았다. 울 줄 알아야 털이 자라난다는 걸. 그는 외로운 채로 몇 해를 보냈다. 스스로 울 수 있을 만큼. 드디어 벌겋게 상처가 난 그의 몸 구석구석에서 울음이 새어나왔다. 그 누구도 그것이 울음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을 만큼 경악스럽게 울었다. 그러나 털은 자라지 않았다. 꽤 오랜시간을 슬픔에 잠겨 울기만 하다가 해가 쨍쨍한 날 얼굴에 비치는 햇빛이 가려워 단 한번 웃을 수 있었다. 그제서야 그의 엉덩이에 거미 한 마리가 털을 한 움쿰 심어주었다. 고마운 거미를 잘 지켜주고 온몸 서슴없이 내주었더니 여러 거미들이 그의 곁에 머물렀다. 그의 허리 맡을 지나다 떨어져 죽은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그는 더 많은 거미줄이 있으면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더 소중하게 거미들을 보살폈다. 오래지 않아 거의 온몸을 거미줄이 뒤덮었다. 전선에 앉은 까마귀처럼 날파리 같은 것이 자꾸 그의 거미줄 곁에 머물렀다. 한마리 동물이 된 그는 곁에 머무르는 것들이 많아 외롭지 않았다. 행복한 그는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오래지 않아 날파리 같은 것들을 거미가 잡아먹는다는 것을 알았다. 거미가 괘씸했다 그러나 또 소중해서 그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조용히 지내던 어느 날 까마귀 한 마리가 예전 그 날처럼 그의 어깨에 앉았다. 그는 털복숭이가 된 자신의 몸을 들썩이며 자랑을 했다. 그러자 까마귀가 총총 뛰어다니더니 까악까악 울었다. 그도 온몸으로 끼익끼익 울었다. 마치 한통속인 것처럼. 그러자 여러 까마귀가 그의 곁으로 다가와 온몸을 구석구석 훑었다. 거미들을 남김없이 아작아작 씹어먹었다. 그리하여 거미줄은 다 걷히고 알몸이 된 간판은 붉은 상처를 온전히 드러낸 채 끼익끼익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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