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이란 없다. 기름기를 쫙 뺀 담백한 이야기.

나는 그의 말이 무겁게 느껴졌다. 왠지 이렇게 나갔다가는 서로 한 마디도 없이 담배를 피우다 곧 이유없이 날라올 주먹에 맞을 것 같아 두려워졌다. 나는 결국 사양했다. "이새끼. 이새끼 그래도 중학교 때 잘 나갔던 놈인데" 그 친구가 옆에 있는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들으란 듯이 혼잣말을 했다. '아니 씨발. 그러면 지금은 병신 같다는 소린가?'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갑자기 자존심이 상해서 얼굴에 피가 쏠렸다. 그러나 내 입에서는 속마음과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뭔 소리야. 헤헤." 나는 이 말을 내뱉고 정확히 0.5초가 지난 뒤에 엄청난 자괴감이 몰려왔다. "너 진짜 부정적이야. 인마 좀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 좀. 지금 손님도 없는데 담배 한 대도 못 태우냐"  위화감은 곧 녹아내렸다. "나가자" 나는 친구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 친구는 함께 나오면서 여자친구에게 차로 먼저 들어가 기다리라고 말했다. 여자친구는 순한 암고양이처럼 조용히 그의 말에 따랐다. 차로 향하는 그 뒷모습을 보는데 잘록하고 골반도 풍만한 것이 정말 보기 힘든 몸매였다. 나는 어디서 용기를 얻었는지, 어디서 저런 여자를 얻었느냐고 장난스럽게 내뱉었다.